[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3장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어요.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들은 개들의 표정으로 어느 정도 개들의 상태를 아실 수 있을 텐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분명히 적대감을 느낄 때의 표정이나 주인 품에 안겨 느긋할 때의 표정이 다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표정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들이 사람과 살면서 사회화되어 인간의 감정 표현을 배운 걸까요(다른 동물들보다 표현이 풍부하긴 한 거 같습니다). 혹은 포유 동물의 안면 근육 구조는 어느 정도 비슷하고 어떤 '기본적인 감정'이 있어서 거기에 그 근육들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걸까요(몇몇 야생동물도 최소한 몇 가지 표정은 짓는 것 같습니다)?
역시 @장맥주 작가님! 12장 전체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에요. 잠정적인! 저자는 작가님과 같은 질문에는 (1) 인간이 느끼는 개의 감정과 (2) 실제로 개가 인간이 생각하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두 문제가 섞여 있다고 봅니다.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장 작가님께서 서술하신 대목 가운데 전자가 저자의 잠정적 견해 같아요. 12장에서는 반려 동물 키우시는 분들 사이에 정말 불꽃 논쟁이 벌어질 듯해요. :)
아, 그렇군요! 12장 기다려집니다. 개의 감정을 사람이 오해하고 있는 거라면 너무 슬픈데요... ㅠ.ㅠ 제가 정말 개에 진심인 사람인데.
안그래도 이 책을 비판하는 글에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인간과 밀접하게 사는 개같은 동물은 그나마 사람에게서 감정 표현을 배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야생에 사는 인간과 가장 밀접한 침팬지, 보노보 등은 어떻게 언어 없이 배웠을까요? 그리고 인간도 각 문화마다 감정 개념(emotion concept)이 다를 수 있는데 공격적인 침팬지와 좀 과도하게 친밀한 보노보의 감정이 똑같을까요? 저희 집처럼 사람들도 감정표현이 제각각인데 (전 기쁘면 흥분하고 화나면 조용해지는 반면 남편은 화나면 흥분하는 스타일) 반려동물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 있을 때 각자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고 감정 표현도 제각각인 집안에서 그런 질문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인간이 느끼는 개의 감정이든 개가 인간이 생각하는 감정을 느끼든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이 완전히 다른 종 간에 그런 감각이나 감정이 충분히 전달/통역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포유류는 색깔을 못 느끼고 박쥐는 청각, 개와 같은 동물들은 후각, 문어는 촉각 등 다른 감각으로 자신의 내부와 외부 세계를 경험할 것이고 이것은 인간이 경험하는 것과 정말 다를 텐데 이것을 충분히 인간의 관점에서 측정하거나 파악할 수 있을까요? 마치 색맹인 사람들에게 색을 설명하고 청각장애인인 사람에게 오페라와 뽕짝의 차이를 설명하듯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이런 여러가지 질문들이 생기다보니 12장이 기대가 됩니다. 실은 저번에 진화에 대한 질문과 인용된 논문도 나중에 8장에서 다시 나오는 걸 보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나올 지 기대됩니다! 인간 감정과 동물 감정 간의 gap을 채워보려는 연구 방향에 대한 논문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42761-022-00125-6 인간 뿐만 아니라 영장류 등 다른 동물에서도 문화가 있고 언어에만 집착하면 감정의 사회적 구성을 충분히 다른 종에 확장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논문: https://hal.science/hal-01633965/document
그렇군요. 적어주신 쟁점들도 하나하나 잘 납득이 갑니다. 12장에서 배럿 박사님이 어떤 주장을 펼치실지 궁금하네요. 동물의 감정 역시 동물의 표정을 보고 인간이 구성한 것이라면, 동물권 논의의 상당 부분이 약화될 거 같기도 합니다. 축사에 들어 있는 소와 돼지가 슬퍼 보이고 고통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축사 상황을 보고 인간이 구성한 인간의 감정이며, 실제로 소와 돼지가 고통 받는지 어떤지 인간은 알 수 없다는 논리로도 확대되는 거 아닐까요?
네, 고통을 느끼는 것이 통증을 일으키는 자극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것만으로 구성된 것이라면 더 단순한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도 통증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반면 자극에 대한 반응과 별개로 통증을 '경험'하는, 즉 통증의 자극을 개인적이고 내부적으로 감정적으로 인지하고 해석하는 요소가 있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인간 외의 다른 생물에서는 통증에 대한 반응만을 측정할 수 있고 감정적인 경험을 직접 인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유비 논증적인 방법으로밖에 동물들이 고통을 느끼는 능력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자극에 대한 주관적이고 능동적으로 해석한다는 이론이나 연구가 동물권 등의 윤리적 논란에 있어 중요할 것 같아요.
저는 근데 만약 그런 개별적 감정을 인지/해석하는 동물들의 능력을 우리가 측정하기 힘들다고 해서 그런 능력이 아예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마치 우리가 알 방법이 없으니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과 같아서 아까 말한 다른 감각과 움벨트를 가진 동물들의 세상을 인간 관점에서만 판단하는 것 같아서.. 결국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없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는 불가지론적인 입장이에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런 불가지론을 얼마나 엄격하게 견지해야 하는지는 조금 헷갈립니다. 사실 제가 아닌 다른 인간에 대해서도 그 사람들이 고통을 정말로 느끼는지 아닌지는 엄밀히 말하면 저로서는 유추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내가 고통을 받을 때 아프다고 말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니까 지금 아프다고 말하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저 사람도 고통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어’라고 생각할 따름이죠. 데카르트도 동물의 비명소리는 분명 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움직이는 기계라고 여겼고, 같은 주장을 다른 인간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죠. 그 주장을 물리치는 게 충분히 합리적이지만 ‘통 속의 뇌’ 문제와 마찬가지로 아주 완벽하게 반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이런 종류의 불가지론을 아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할 거 같은데 타인을 대할 때와 동물을 대할 때 같은 수준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아 ㅠㅠ 안그래도 데카르트 읽을 때 그 점이 좀 답답했죠.. 실은 생리학 실험할 때 저도 그런 점이 너무 괴로웠어요(토끼가 소리지를 리 없는데 죄책감으로 토끼의 비명이 들리는 듯한 환청이;;) 그래서 그때도 아프다는 핑계로 땡땡이 치고 다행히 대학원 실험은 세균 등 미생물을 갖고 해서 이런 난관을 극복했지만 아마 비글이나 토끼 양 등을 갖고 실험했다면 대학원 진학 포기했을지도요;; 타인의 마음을 정확히 몰라도 상상할 수 있는 게 인간인 것 같아요..
아니요. 오히려 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죠. (이건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과도 유사한데요.) 지금까지 동물권을 둘러싼 논의는 인간과 얼마나 가까운지, 인간과 얼마나 교감할 수 있는지(인간과 감정을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서 진행되었죠. 그런데 동물권을 둘러싼 논의가 단지 반려동물이나 인간과 유전적 유사도가 높은 영장류나 포유류 보호를 넘어서려면 이렇게 인간을 중심에 놓고서 동물로 공감을 확장하려는 논의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배럿이 인간과 동물의 감정을 놓고서 전개하는 논리는 상당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 맞습니다. 인간이 공감을 느끼느냐에 따라 동물의 권리가 생기거나 사라지거나 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다만 동물권이라는 개념의 대중적 호소력은 영향을 받기는 할 거 같아요. 연민에 호소하는 캠페인이 많으니까요. ‘그 연민은 근거가 불확실하답니다, 터무니없는 의인화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지적이 사람들의 마음을 식게 할 거 같습니다. (어렸을 때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벽에 낙서하는 아이들에게 “벽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너무 아프다고 할 거야!”라고 훈계했던 게 기억납니다. 어린 저는 ‘벽은 그런 거 아파하지 않을 텐데?’ 하고 혼자 생각했었죠.) 12장이 점점 더 기다려지네요!
흥미롭게도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행복할 때 자진해서 미소를 짓지 않은 듯하다. 라틴어나 고대 그리스어에 '미소'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미소짓기는 중세에 등장했으며, 이를 다 드러낸 채 크게 웃는 것은 치과의술이 더 저렴해지고 일반화된 18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유행했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p.114 ch.3 보편적 감정의 신화,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이 부분이 흥미롭기도 하고 정말 그런가 싶기도 했어요. 고대 그리스 조각 중에 미소 지은 얼굴을 표현한 조각들은 꽤 있거든요. 아예 ‘아르카익 스마일’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게 간다라 미술을 거쳐 반가사유상의 신비로운 미소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안 그래도 이걸 제가 제대로 확인하기엔 라틴어 실력이 부족하고 다른 라틴어 전문가가 반박하겠지.. 했는데 Roland Mayer 교수님이 2017년에 쓴 글 “The Roman Smile”에서 이를 반박하네요. 스페인어에서 risa(laugh)와 sonrisa (smile)이 있고 대소와 미소가 있듯이 라틴어에도 rideo와 subrideo가 있었다네요. 그리스어는 확실히 있어요, 그것도 어원이 다른: laugh, γελαω, 그리고 smile, μειδιαω,
오! 이건 우리 저자 선생님께 전달해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
저도 놀랐습니다. 게다가 아들에게 쓴 편지에는 엄청 근엄한 척 진지충이더니 기타 지인들에 의하면 Cicero가 항상 웃음 가득한 캐릭터였다니;; (이런 배신이;;)
그런데, 엄청 진지한 사람이 조금만 웃겨도 대박으로 웃기게 느껴진다는 거 아시죠..ㅋㅋㅋ
혹시 키케로의 알려지지 않은 일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조심스럽게 메리 비어드의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도 권해드립니다. (조심스럽게 권하는 이유는 이 책이 그렇게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은 아니어서입니다.) 로마를 다룬 책 치고는 특이하게 카이사르 이야기는 많지 않고 전반부 주인공은 키케로, 후반부 주인공은 아우구스투스입니다. 저자는 아우구스투스도 그리 좋게 보지는 않는데 키케로에 대해서는 거의 내내 ‘치사한 위선자’ 정도로 깎아내립니다.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에서 메리 비어드는 우리 스스로 로마와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 다양한 제도와 원칙들이 사실은 얼마나 다른 전제와 맥락 속에서 시작되고 변화된 것인지를 추적한다.
ㅋㅋㅋ 안그래도 키케로의 글 읽으면 대부분 케사르 등 기타 정치인들 뒷담화가 너무 많아서 이 사람 성격도 만만치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메리 비어드는 케사르 팬이었을지도요..;;
그런 것 치고는 신기할 정도로 카이사르 이야기가 적더라고요. 다 읽고 키케로는 쪼잔하고 치사했구나, 아우구스투스는 속이 시꺼먼데 똑똑했구나 그런 감상이 남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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