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4.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D-29
4장의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은 정동이고, 합리성은 승객이다’라는 대목에서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이 떠오릅니다. 하이트는 여기서 도덕적 판단에 대해 직관이 코끼리이며, 이성은 기수라고 하지요. 기수는 그저 코끼리 위에 올라타 코끼리가 가는 대로 갈 뿐이지만 자기가 코끼리를 조종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실제로는 이성은 직관이 내린 결론을 끊임없이 합리화할 뿐이라고요.
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현재 영미권의 가장 ‘핫’한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이 책 《바른 마음》을 통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근원에 놓인 ‘바른 마음’을 발견한다. 하이트는 직접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그 이유를 밝혔다.
그렇죠. 이제 이 아이디어는 여러 증거를 통해서 뒷받침되는 것으로 보여요. 사실,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죠. 특히 저자는 사법 체계에 아주 강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허기진 상태인지 아닌지(점심 전후)에 따라서 가석방 심사 결과가 달라지는 정도가 또렷하게 보이는 상황이라면 과연 판사 혹은 그보다 훨씬 전문성이 떨어지는 배심원에게 판결을 맡기는 게 맞는가, 이런 고민이죠.
과학이 발전하니까 처음에는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서 밀려나더니, 그 다음에는 만물의 영장 자리에서 밀려나고, 의식의 주인 자리에서도 밀려나고, 이제는 자기 감정의 주인 자리에서조차 밀려나나 보네요. 이거 어디까지 떨어질지... ^^
대안은 역시 AI일까요? AI를 잘 훈련시켜서 일차로 판결을 내리고 판사나 배심원이 나중에 허가하는 건 어떨지
아니면 배심원들은 무조건 평결 전에 햄버거를 하나씩 먹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하거나... ^^;;;
금강산이 아니라 재판도 식후경이란 규정을..;;
제가 저 “배고픈 판사 연구”를 다른 책에서도 본 것 같거든요?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유명한 한 연구를 여기저기서 인용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비슷한 연구가 여러 건 나와서 데이터가 쌓인 건지. 만약 후자라면 당장 현실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아서요.
한국 재판이라면 선고기일 잡은 뒤 판사가 자기 사무실에서 판결문을 써 와서 법정에서 읽는 거니까 선고공판이 점심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큰 상관없을 거 같아요. 즉결심판의 경우는 대부분 가벼운 범죄에 대해서 기계적으로 내리는 판결이고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안 될 거 같고요. 미국 재판, 특히 배심원이 결정하는 재판에서라면 정말 어떤 보완장치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저희가 모르는 보완 장치가 이미 마련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Danziger(2011)의 식사시간과 재판과 관련된 연구를 비판하고 식사시간의 영향이 지나치게 해석되었다는 반박 자료 또한 주석에 달려있는데요. 핑커의 책에서도 그렇듯이 한 유명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 보통 반대 의견이나 연구 비판 내용이 잇따라서.. 양쪽을 다 검토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https://how-emotions-are-made.com/notes/World-focused_affect https://mindhacks.com/2016/12/08/rational-judges-not-extraneous-factors-in-decisions/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judgment-and-decision-making/article/irrational-hungry-judge-effect-revisited-simulations-reveal-that-the-magnitude-of-the-effect-is-overestimated/61CE825D4DC137675BB9CAD04571AE58
이 배고픈 판사 연구는 생각보다 꽤 오래 전에 발표되었네요. 전 5년 이내 연구인줄.. 그렇담 지금엔 반박할거 반박하고 타당하다면 대책이 벌써 만들어졌겠네요.
오호 이 책도 재미있어보이네요.. 함읽하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몇 배로 늘어난;;
아, 이 책은 주저 없이 강력 추천합니다. 읽고 조너선 하이트의 팬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하이트와 화상 통화도 했습니다.
와 화상통화!! 굉장한데요. 저번에 그믐 모임에서 작가분과 글로 질문하고 답변 주실 때도 확실히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저도 이 책 강추요. 그런데...화상통화라니 와 작가님 성덕이 되셨네요!
시사 다큐멘터리 진행을 맡으면서 화상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에 대한 내용이었고, 『나쁜 교육』을 읽었던 제가 제작진에게 추천했어요. 섭외가 될줄 몰랐는데 어쩌면 한국계 부인 때문에 섭외됐는지도 모르겠어요. ^^
그런데 파충류 뇌인 뇌간 위에 포유류 뇌인 변연계가 있고 그 위에 피질이 있어서 이성적인 판단은 피질에서 나온다는 이론은 근거가 없는 거였군요. 하도 많은 책에 나와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만약 감정 원형이 뇌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사람들은 이런 특징을 그렇게 쉽게 열거할까? 아마도 당신의 뇌는 당신이 필요로 할 때마다 원형을 즉석에서 구성할 것이다. 그동안 당신이 경험한 ‘슬픔’ 개념의 다양한 사례들이 당신의 머릿속에 조각조각 머물러 있다가, 당신의 뇌가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슬픔의 요약본을 눈 깜박할 사이에 구성할 것이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5장 개념과 단어의 통계학,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제가 잠깐 함께 읽을 참고 도서로 소개했던 『감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의 저자 딘 버넷도 코로나19로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잃고 나서 자기 감정이 전형적인 슬픈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는 데에 혼란을 느끼죠. '왜 나는 다른 사람처럼 슬퍼하지 않을까?' (그가 감정의 과학을 한번 책으로 정리해보겠다, 마음을 먹게 된 동기입니다) 저자가 배럿의 견해를 떠올리는 것도 이 순간입니다. '아,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때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 경험한 적도 없고 학습한 적도 없어서 이렇구나,' 이런 식으로요.
가끔 제가 소시오패스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것도 혹시 전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는데 서툴러서 그런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감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도 관심 책장에 잘 담아두겠습니다. 코미디언 신경과학자라니, 저자가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목표에 기초한 개념은 매우 유연하고 상황에 맞게 적응할 수 있다. 수족관에 넣을 물고기를 사러 애완동물 상점에 가서는 점원이 “어떤 종류의 물고기를 찾으세요?”라고 물었을 때 “금붕어”나 “블랙 몰리”라고는 답해도, “데친 연어”라고는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가진 ‘물고기’ 개념은 식사 주문이 아니라 애완동물 구매라는 목표를 위한 것이며, 따라서 당신은 수족관에 가장 알맞은 ‘물고기’ 개념 사례를 구성할 것이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5장 개념과 단어의 통계학,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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