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저의 인생책인 장강명 작가님의 <표백>도 꽂아봅니다. 처음 읽었을 당시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재독했을 때도 여전히 충격적이었죠. 다 읽고 난 뒤에 느낀 감상도 사실 비슷하긴 했는데,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자살하라는 거야? 라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기도 했습니다(아 근데 저는 장강명 작가님 좋아해요. 시비 거는 거 아님).
이 책을 읽으며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표백세대'라는 단어가 저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곤 했습니다. 아마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완성된 사회에 살아가고 있기에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하고, 체제에 순응하며 부품이 되어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청년들의 무력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테죠. 일부는 그 안에서 기발하고 창의적인 자신만의 색을 각양각색으로 뿜어내고 있으니까요.
이 책에 등장하는 세연이라는 인물은 그 모든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원대한 계획(자살)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싶었죠. 그냥 자살해서는 안 되고, 모두가 가장 부러워하는 위치에 올랐을 때 자살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죽음이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가 있다는 그녀의 주장에 저는 "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거창한 죽음을 끝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 책의 개정판에 담긴 작가님의 말씀을 읽고, 저는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사회를 전복시키는 것보다 더 위대한 건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고, 그래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지금 제 앞에 주어진 저의 삶을 더욱 사랑하는 것이라는 나름의 결론을요.
(그럼에도 여전히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꽤 자주 던지곤 합니다)

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이 시대 청년의 허무와 열패를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드러낸 충격적인 데뷔작, 소설가 장강명의 <표백>이 리커버로 독자들에게 다시 찾아온다.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당시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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