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연대기

D-29
모두 자기 나름의 인생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에 우시카와가 나오는데 그도 한 인생을 살다 간 것이다. 아니면 사는 중이거나. 그는 이 세상에 불행하게 태어나 불행한 짓을 하다 그냥 흐지부지 저세상으로 가버린 인생이었다. 그런 인생도 세상엔 너무나 흔하다. 하여간 인간은 그 인간 나름의 인생을 고유하게 살다 가는 것만은 진리인 것 같다. 누가 대신 살지 못한 자기만의 인생이다. 그가 그 인생은 살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이 그 불행을 겪었을 것이다. 각자 치열하게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낸 것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이 보기엔 자기 인생에 비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왜냐면 누구든 그 인생을 지켜본 사람은 그것에서 뭔가 깨달은 게 있을 것이고 그건 그 사람이 타인에게 뭔가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보이기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에게 애도하고 싶다 영화에서 여자를 함부로 다루고 실제 그렇게 한 경험도 있어 성폭력 구설수에 올랐고 코로나 감염으로 이름 모를 나라에서 죽었고 그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당연히 없었지만 하여튼 유럽 3대 영화제인 베를린, 베니스, 칸에서 유일하게 상을 모두 받은 천재 감독이었던 김기덕의 『빈집』에 보면, 무연고로 죽은, 고독사한 사람의 빈집을 찾아가 정성껏 염해서 장사지내주는 장면이 나온다. 전쟁 중에 개죽음을 당한 사람들을 포함해 이렇게 소리 없이 죽어간 사람을 슬프게 애도하는 것은-이걸 나서서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보통의 사람은 이런 일은 영양가 없다며 안 한다. 그렇지만 그는 대가 없이 그걸 묵묵히 엄수했다. 그렇지만 또 그에게 어떤 정신적인 가치만은 반드시 그 속에 내재되어 있던 게 분명하다. 그는 그게 자신에게 어떤 사명(使命)으로 다가와 자기 나름대로 망자에게 슬픈 애도의 과정을 밟은 것이리라. 죽은 자는 그에게 애도를 받아 편히 눈 감고 저승으로 가고 애도를 정성껏 한 사람도 못된 짓만 하며 이 세상을 살아왔지만 나름 한 가지만은 좋은 일을 했다며 자부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런 비참한 일은 인간 세상에서 끝도 없이 이어질 게 뻔하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미래에도 일어날 게 틀림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소리 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을 깊이 애도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냐하면 이게 또 인간만의 특징이니까. 한 사람도 없다는 건 제대로 된 인간도 한 명 없다는 얘기다. 이런 게 없다면 어떻게 인간이라며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전쟁이 터지면 여자가 희생이 가장 큰데 그들을 위한 위로의 장소도 없고 산소도 없다. 그들의 시체는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윤석열의 바보짓 원인 윤석열이 표를 깎아 먹는 엉뚱한 짓을 해서 선거에서 진 것은 내가 보기엔 못한다고 하니까 주눅이 들어 더 예상 못 한 엉뚱한 짓을 일삼는 애들을 닮았다. 누구라도 못한다고 하면 기가 죽어 처음엔 자기 페이스를 잃고 더 이상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 거기서 탈출하는 방법이 있는데 좀 책상머리에 앉아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다. 현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것에 하나하나 대응할 궁리를 하는 것이다. 진단을 정확히 내리고 그것에 맞는 대응을 짜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적진으로 출전하는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은 이걸 안 해서 계속 위기에서 사고를 치는 것이다. 만약 전쟁이라도 자신이 일으키면 더 엉뚱한 짓을 해서 국민이나 나라에 패배만 가져올 것이다. 생각이나 계획 없이 대응하면 맨날 당하기만 한다. 생각 끝에 자기의 방향을 다시 가다듬고 현실에선 그게 안 통하는 걸 알고 현실은 현실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이게 다 책상머리에서 생각을 해야 나오는 건데 그 생각이라는 걸 안 한다. 그게 문제다. 차라리 책을 하나도 안 읽으면 자기가 모르니까 배우려고 하는데 딱 한 권만 읽으니까 그게 진리인 것처럼 그것만 신봉한다. 지금 검사나 의사들이 그 짝이다. 아예 그냥 책을 안 읽고 현실에 적응만 하며 사느냐 엄청난 양의 책을 읽고 인간과 세상의 운영 원리를 나름대로 깨닫고 그것을 인간계에 적용하느냐 그 둘 중 하나를 하는 게 낫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누구나 가진 게 있다. 내가 가진 게 남에게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 맞으면 기분이 좋고, 그와의 대화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를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대화가 진정으로 통해 자기 속마음을 꺼내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고치려고 해도 잘 안 고쳐진다. 좀 노력하면 고쳐지는 것 같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다. 그런 걸 굳이 힘들여 고쳐야 하나? 결국 변하는 건 없고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그러니 그러지 말고 그냥 본래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아, 난 이런 인간이구나.” 하고 인정하고 그것으로 차라리 어떻게 할 것인지 궁리하는 게 낫다. 내가 어릴 적 한겨울 양지바른 데에 불을 피워놓고 썰매를 만들어 초가집 처마가 닿을 때까지 쌓은 일과 한때는 컴퓨터에 미쳐 자격증을 14개나 따고, 이젠 책에 빠져 5권의 책을 낸 게 우연이겠나. 이게 전부 남과 하는 게 아니라 혼자 좋아서 한 것인데, 이건 바로 내가 가진 것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이런 게 전부 혼자 즐기며 하는 것이었다. 그런 자기만의 정체성으로 뭔가 이 세상에서 해보는 것이다. 그걸 찾아 그것으로 해보는 것이다. 그게 차라리 지름길이다. 늙으면 친구도 필요 없다는 말을 유튜브에서 들었는데, 그들은 이제 대개 나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 만나도 불쾌감만 남는다. 그걸 몇 번 겪었다. 후회하고 실망만 한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자신이 고유하게 가진 걸 좀 마음이 맞는 사람과 아니면 그냥 혼자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며 그것에 빠지는 것이다. 자기가 가진 걸 고치느니 그냥 인정하고 그것으로 뭔가 하려고 하는 삶이 더 좋은 삶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의 물음에 어느 정도 근접한 대답이리라.
인간은 어리석다 인간에겐 한계가 있어 기껏해야 100년 조금 더 산다. 장수해야 그것도 가능하다. 그러니 아는 게 한정되어 있고 그렇게 산 역사를 늙으면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다. 그것을 잘 기록해야 하는데 배우지 않고 연습하지 않아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인간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자기가 아는 것에 갇혀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지금 알고 있는 것으로만 뭔가 하려고 한다. 그래 비극이 되풀이되는 거고, 인간 역사도 계속 되풀이되는 것이다.
3~6살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 같다.
갑질 문화가 이슈화되어 다행 편의점 알바, 커피전문점 알바, 공무원에게 갑질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이 이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솔로’에서도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고 상대를 평가한다지 않는가. 전엔 손님은 왕이라고 해서 안하무인처럼 인간들이 종업원들에게 막 대했는데 이제라도 그렇게 하는 걸 주변 사람들의 시선으로 수치스럽고 망신스럽게 만드는, 자기 자신을 저질 인간으로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든 문화는 아주 좋은 풍조라 생각된다. 식당 알바 같은, 별 희한한 인간들을 직접 대하는 직업은 엄청나게 힘든 것이다. 그래도 이건 오해가 생기면 직접 보면서 그 오해를 풀 수도 있지만, 얼굴을 대하지 않는 콜센터 같은 곳은 그 오해를 풀기도 만만치 않아 더 고역이다. 지금 컨디션이 왠지 안 좋은 나는 혼자지만 그들은 여러 명이고 각각 그들의 기분도 다르다. 이게 핵심이고 문제다. 차라리 기계엔 감정이 없어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 좀 막 대해도 되지만, 인간은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응징하기 위해 다가온다. 기계와 난 일 대 일이지만, 나와 사람은 일 대 다이다. 정신적인 고통에 있어 후자가 월등히 높아 차라리 전자와 일하는 게 훨씬 덜 힘들다. 이래서 불특정 대수를 직접 접하는 서비스가 감정노동자로서 정말 힘든 것이다. 이들에겐 특별 수당(갑질 수당) 같은 거라도 지급해 물질적으로나마 시달리고 다친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 줘야 한다.
여자 맘을 알 수 없다. 서로 모순된다. 여러 여자가 탐낼 것 같은 남자가 자기만을 생각하고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남자가 여러 여자가 탐낼 것 같지 않으면 그 마음이 식어 관심도 사라진다. 알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이다.
일본의 정서와 내가 주장하는 건 다르다 내가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제대로 알고 그걸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꼭 일본이 주장하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하고 비슷한 것 같은데 오히려 그건 내 주장과는 반대다. 일본인의 확고한 믿음, 흔들리지 않는 정서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음식이 싫어도 그 후손은 음식점을 해야 한다. 내가 주장하는 자신이 가진 걸 실현하는 건 이런 게 아니다. 음식점 자손이라도 자기가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음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그걸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냥 무조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분수를 알라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분수를 저버리고 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걸 하며 자기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이제 그만 누구나 자기가 몸담고 있고, 잘 아는 분야를 아낀다. 대통령은 그게 검사다. 지금도 나라가 아닌 것 같다. 잘 모르니까 그냥 건들건들하는 것이다. 왜 남이 하는 건 대개 자기 것보다 못한 것처럼 보이는 것하고 비슷하다.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다 비슷하다. 그 속의 세부나 디테일의 의미 하나하나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 까이거, 뭐.”하면서 남의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랏일도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잘 아는 검사일처럼 나라도 다스리려는 것이다. 책을 한 권만 읽고, 여러 권을 읽지 않은 것이다. 그 한 권에 모든 게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에겐 검사일이 세상일이다. 그러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모르니까 뭐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 그걸 모르는 것이다. 나랏일에서도 뭔가 확 붙잡고 이건 분명 내 일이다, 하고 대드는 모습이 안 보인다. 잘 모르니까 진정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지금도 시키면 나랏일보다 검사일을 더 잘할 것이다. 눈을 반짝이며 아주 진지하고 심각하게 수사와 기소 준비로 밤을 꼬박 새울 것이다. 건들거리고 거들먹거리면서, 국민을 우습게 보는 그런 무책임한 태도도 그 일을 하면서는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 그러나 나랏일을 좀 아는가 싶으면 이미 5년 임기는 끝난다. 그러니 우리는 그 일에 몸담아 여러 가지 일을 겪었거나 그 분야에 대해 잔뼈가 굵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항상 참신하고 성찰하면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동시에 초심을 잃지 않고 그 분야의 잘못된 습성에 물들지 않으려고 자신을 항상 채찍질하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 그냥 “못 살겠다, 이번에 확 바꿔 보자!” 여기에만 초점을 맞춰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생각 없이 뽑으면 졸지에 그 충격과 후회도 거기에 비례할 것이다. 겉만 보고 판단한 혹독한 대가다.
일본은 선과 악이 잘 나뉘지 않는 것 같다. 실은 세상은 그렇다. 일본이 더 진리에 가까운 것 같다.
일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마치 그들이 좋아하는 고양이처럼. 남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까지. 그러나 이건 도쿄에서나 그렇고 관서 지방인 오사카 쪽은 안 그렇다. 그들은 마치 우리나라 부산처럼 와일드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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