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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
별로 없는데. 이름 바뀌었다고 달라질 게 뭐 있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p.21, 장강명 지음
원래 이름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모든 존재에는 이름이 있으며 이름을 부르면 그 존재가 생각이 난다. 여자가 이름을 바꾸고 싶어했던 것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부정하려 했기 때문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남자에게 이름이란 무엇이였을까? 힘들게 이름을 바꿨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꼈다면 어째서 이름을 바꾸어 한 걸까?
난 그런 적 없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나. 여자는 술잔을 든 채로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쳐. 그렇다 쳐도 그게 무슨 따야?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p.157, 장강명 지음
여자는 작품에서 계속 자신이 불행하게 컸고 항상 피해를 받은 것처럼 이야기 하면서 불평하고 주변에 한탄했는데 정작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구는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까지 여자가 했던 서술이 진실이었는지도 의심되었다. 이 책의 제목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데 이걸 보면서 작중의 남자, 여자, 아줌마까지 전부 자기 좋을대로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흥미로운 해석이네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을 기억하고 해석하면서 보여주는 이중성은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는 특정한 관점과 편견을 가지고 과거와 현재를 해석하곤 하죠. 이 소설은 우리에게 진실의 다면성과 복잡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한 점에서 저는 이 소설이 진실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쩌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의 절대적인 '진실'은 없으며, 그보다는 서로 다른 관점들의 대화와 이해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생각해볼 수 있는 감상 남겨줘서 고마워요!^^
이 책의 제목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일단 그믐은 우주알과 관련이 있고, p.140에서 나왔듯이 잘라진 걸 붙이고 끊어질 걸 잇는 힘이 있다. 우주알에는 시공간의 구분이 없다. 모든 진실과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알게 된다. 즉 누군가의 주관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진실 그 자체이다. 그러나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내가 전에 달았던 댓글처럼 모두가 자기 좋을대로 자신의 생각에 맞게 무의식적이든 아니든 기억을 조작하고 과거를 바꿔 버린다. 내가 위의 댓글에는 남자를 자기 좋을대로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에 포함해놓았는데, 수정하고 싶다. 남자는 유일하게 순수한 진실을 바로 보는 사람인 것 같다. 우주알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 것 같다. 우주알처럼, 그믐처럼 객관적이고 순수한 진실, 혹은 여타 다른 평범한 사람들(ex:여자, 아주머니 등등)처럼 자신의 형편에 맞게 자르고 조작한 거짓, 이 중에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라는...초반의 진짜 순서를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잘린 원고, 어떻게 배열해도 말이 되는..도 이를 나타내는 복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아주머니에게로 들어간 우주알은 어떤 일을 보여주었을지 궁금합니다. 자신이 상상하던대로 아무 죄도 없지만 죽어버린 아들이 보일지 아니면 자신이 알지 못하던 아들의 모습을 보았을지. 거짓말 뿐이라던 남자의 말처럼 왜 거짓말을 시작한 것인지. 거짓말이었다면 여자는 왜 영훈이 가해자임을 확신하고 있는지.. 저도 이 책에서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싶네요.
‘자기 좋을대로 과거를 기억한다’라..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말이네요. 과거에 묶여사는 사람들은 정말 그러기도 한 것 같아요. 이 책에서의 여자 또한 자신이 힘들어했던 시절을 과장되게 기억하고 막상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것을 보아 여자 또한 앞서 말한 ‘과거에 묶여 사는 사람’ 같아요.
엊그제는 나한테 자기 눈알이 튀어나온 거 같지 않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어. 눈이 아프대. 내가 보면 그냥 나이가 들어서 볼살이 빠져서 그런건데. ...(중략) 엄마는 병원에도 갔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주변 사람과 자주 다투게 되고, 안구가 돌출되는 것이 그 병의 증상이라고 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p.126,150, 장강명 지음
처음 읽을 때는 나도 엄마가 관심을 끌기 위해 한 말이고 엄마가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랬다는 걸 보고 내가 여자의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만약 여자가 엄마를 처음부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면 여자는 엄마의 다른 점을 눈치챘을 것이고 걱정하면서 병원으로 데려갔을 것이다. 엄마가 여자에게 잘못한 일도 있겠지만 여자도 엄마를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관계가 그런 것 같아요.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 보았을 때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던 일은 거의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대화를 하는 것과 서로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듯 합니다.
저도 여자의 엄마가 여자의 관심을 끌려고 한 말이겠거니..했는데 정말로 아팠다는 걸보고 마음이 조금 아팠어요. 엄마 입장에서는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냉소적인 태도나 말투..등등 너무 상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또 여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여자의 마음도 이해가 가요. 그들의 진심이 서로에게 전해진다면 어땠을까요?
여자의 시간이 제 속도를 조금 잃었다...빛의 선에는 시작도 끝도 없었고 잠시 뒤에는 방향도 없어졌다. 오직 패턴만이 있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p.161, 장강명 지음
이걸 보고 남자를 이어 아줌마에게도 들어온 우주알이 여자에게 들어온 것을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중에서 그믐에는 잘라진 걸 붙이고 끊어진 걸 잇게 되는 힘이 생긴다는 내용이 있는데 세 등장인물들의 기억은 모두 각자의 입맛에 맞게 편집되어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찾아와 진실을 알려주는 존재가 우주알이 아닐까 싶다. 또한 우주알은 항상 들어오기 전에 당신 패턴이 마음에 드는데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다. 이걸 보면 우주알이 좋아하는 패턴은 끊어지고 왜곡된 기억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초반에 잘린 원고를 놓쳐서 순서를 알 수 없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우주알의 힘으로 잘린 원고를 붙여 만든 게 이 책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직 패턴만이 존재했다는 부분을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그믐의 의미와 우주알을 연결시켜서 해석하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 했었는데 덕분에 새로운 시각에서 이 구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이 구절은 작가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그믐과 우주알의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와..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우주알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짐작하지 못 했는데 육개장님의 해석이 정말 마음에 드네요. 여자, 남자, 그리고 아줌마 셋 모두 자신의 과거를 자기 멋대로 기억하는 공통점이 있는데 우주알이 그 진실을 일깨워준다라.. 신선한 해석이네요!
여자는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영훈이가 일진인 건 맞았어요. 저는 영훈이가 학교에서 담배 피우는 걸 본 적도 있어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P.122, 장강명 지음
자세한 일을 알지 못하고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듣는 독자로써 정말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자가 정말로 자신을 피해자로 위장한 것이었을까? 라는 착각이. 그 착각이 여자의 한 마디로 모두 깨지게 되었다. 과연 아주머니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었을까, 진실이던 부분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당사자만큼 일을 자세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다. 언론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들을 각자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사람들처럼 순간 나도 그랬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언론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들을 각자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사람들처럼 순간 나도 그랬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실을 인식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했다고 생각해요.ㅎㅎ
맞는 말이에요. 저는 이와 더불어 사건의 당사자 또한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게 된다면 사회가 어떻게 될지 두려워졌어요. 혹시 우리가 이미 ‘탈진실의 시대’ 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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