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정이현 소설가와 [문맹] 함께 읽기

D-29
그러네요. 누군가를 위해 낭독을 해주는 마음은 줄곧 사랑!
피아노 교습을 받던 선생님 댁에 큰 책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몰래(몰래일 필요도 없었는데 아마 '어른들이 읽는 책'이란 생각이 강했나 봅니다.) 선생님이 잠깐 나가실 때마다 한 권씩 꺼내 읽곤 했습니다. 사람의 감이란 참 무서운 게 대부분 그런 책이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야한 부분만 콕콕 찾아서 읽어내는 제 자신이 웃겼습니다. 인간의 본능이겠죠. 그리고 어머니가 무척 절약하시는 스타일이라 물건을 잘 안 사주셨는데, 책만은 방문판매 하시는 분께 몇 질씩 사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부분 읽었기 때문에 잘 사 주셨고, 친구 집에 가서도 저희 집에 없는 책을 많이 읽었고요. 누가 들으면 욕할 수도 있지만, 책은 저만의 인생을 즐기는 매개체이자 놀이터입니다.
피아노 선생님 댁 큰 책장의 모습이 막 눈에 보일 듯 해요. 책은 인생을 즐기는 매개체이자 놀이터, 라는 말씀이 너무 좋아요.
어린시절 기억이 거의 없는데 무민 동화책, 소공녀와 알프스소녀 하이디는 기억이 나요. 하이디를 읽은 날 마음이 이상해져서 저녁을 걸렀던 것 같아요.
무민, 소공녀, 하이디.....마음이 아릿해지는 이름들이에요.
어린 시절에 책을 비롯해 읽을 게 풍족한 가정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의 학력이 높지 않았고, 교육에 대한 관심도 부족해서 책 자체를 접하는 일도 흔한 일이 아니었고요. 한글을 깨우치고 나서 새롭게 습득한 스킬을 어떻게든 활용해보고 싶어서 정백당, 구연산 같은 과자 봉지의 원재료명이나 상품 메뉴얼 같은 걸 이해도 안 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동네에 사촌이 살았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국어책에 실린 소설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검드롭스, 감초 과자 등의 낯선 이국의 사탕 묘사가 가득한 위그든 씨의 사탕 가게 에피소드를 좋아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의무 교육이란 게 없었으면 오늘날 제가 독서를 하고 있진 않았을 거 같단 생각이 드네요.
앗 저희 때는 교과서에 수록되지 않았던 책이에요! (아니면 수록되어 있었는데 제가 잊은걸지도요;;)뭔가 막 궁금하고 (재밌는 걸 나만 모르는 것 같아서) 샘도 나는 이 기분은 뭘까요ㅎㅎ [위그든씨의 사탕가게]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피곤해서 눈이 빠질것만 같은 저녁 시간. 소파에 기대 한줄한줄 편안히 읽고 있습니다. 저는 대여섯살쯤 읽었던 세계명작동화 셋트가 기억나요. 백조 공주. 엄지 공주. 개구리왕자. 헨젤과 그레텔, 잭과 콩나무, 걸리버 여행기 등 그림이 예쁜 그림이 있는 편을 특히 좋아했지만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은 그림만 봐도 무서워서 울었어요.ㅎㅎ 엄마가 읽어주셨지만 귀찮아 할때도 많았던것 같네요. 옛날 생각하니 피곤도 좀 가시고 마음도 즐거워지네요.ㅎㅎ
어떤 책을 떠올리면, 그 책을 읽었던 시간들과 풍경들이 함께 확 몰려오는 것 같아요. 덕분에 피곤이 좀 풀리셨다니 기쁩니다 :)
처음 가장 빠졌던 책은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중 '에로스와 프쉬케'였어요 5학년 때 교실에서 장기자랑 같은 시간이 있었는데 신나서 혼자 앞에서 떠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평소에는 항상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6학년 때는 '빨강머리 앤'의 예쁜 풍경과 상상력들이 무척 사랑스럽고 설레였고 중학교 때는 헤르만 헤세의 섬세한 문장과 인물들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과의 재잘거림 보다는 책속의 인물들을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덕분에 한동안 사교성은 좀 떨어졌던거 같네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그 때 책 속에서 살았던 경험덕분에 어떤 문제들을 바라볼 때 비교적 깊게 생각하려는 습관이 생긴것 같아 좋은 경험이었어요~~~
장기자랑 시간에 에로스와 프쉬케 이야기를 신나게 이야기하는 초등학생이라니요!!😍
여러사람들과 책을 어떻게 읽을까 설레면서도 궁금했어요~ 첫 작가님의 질문에서 작가님의 '함께 읽는다'는 것에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저는 같은 질문을 나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딸아이에게도 이 공갼을 보여주며 자랑했지요~ 딸아이도 동감하더라구요~ 많은 분들의 추억 속에 잠깐 빠질 수 있는 고마운 시간입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인간의 본능을 잘 건드리는 신화라고 들은적이 있는것 같았는데 전래동화나 위인전만 보다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던거 같아요~ 당시 어른들이 좋아하던 교훈은 모르겠지만 다양한 공간과 감정들이 폭팔하던 책이었어요~ㅎㅎ
이렇게 서로의 기억 한 장면을 나눌 수 있어서 저도 참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푹 빠져서 들었어요 :)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 경우 그리스 로마 신화에 확 몰입하는 한 순간이 있더라고요. 왜일까 궁금했는데, 거북별님 말씀 들어보니 세속의 다양한 감정들과 복잡한 관계들을 (처음으로) 엿보는(?) 그 느낌도 하나의 이유일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 시골 외가집에서 읽었던 테스와 골짜기에 핀 백합. 당시 뭔지 모르고 읽었습니다. 10년 위인 막내 이모가 어린애가 그런 책 읽는다고 걱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습죠? 여름날 외가집 대청마루에 누우면 푸쉬킨의 삶이란 시가 쓰여있는 액자가 벽에 걸려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왜 옛날에 이발소 가면 그런 액자가 벽에 꼭 걸려 있었잖아요. 그런 모습의 네모난 액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청년이 되어 사랑에 실패했을 땐 사랑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일케 되새기곤 했습니다. 그 책들의 주인이었던 외숙모가 문득 보고 싶어집니다. 우리 막내 이모도요....
저는 그 뒤에 이어지는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이 구절이 그렇게 좋았어요. 오늘밤 작소님 덕분에 오랜만에 되새겨봅니다.
저도 그 문장이..!너무 멋진데 뼈 때리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네 ㅎㅎ 뼈를 딱!
p. 12. 완전히 우연한 방식으로 독서라는 치유되지 않는 병에 걸린다. 저는 어린시절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어요. 지금와보면 아고타 크리스토프처럼 치유되지 않는 병에 걸렸다면 덜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대신 노래를 많이 들었네요^^
+2 <시작> p.9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데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인쇄된 모든 것들을 p. 12 -그렇게 해서 나는 아주 어린 나이에, 알아챌 새도 없이, 완전히 우연한 방식으로 독서라는 치유되지 않는 병에 걸린다. p. 13. -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매일 읽길만 해. 저건 소일거리 중에서도 가장 나태한 소일거리야. p. 14. -그러니까.. 청소를 하거나 어제 저녁 식사의 걸거지를 하거나, 중략.. 식탁에 앉아 몇 시간동안 신문을 읽는 것에 가책을 조금 느낀다... *단상) 지금 내 상태랑 비슷하다. 그리고 읽는 것에 가책을 조금 느낄때도 있다. 누군가에겐 읽는 것인 무용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무용한 일이 너무 좋다. 읽기 위해 일하고 먹고 잠을 잔다.
그러고 보니 유용한 것이 중요한 이런 세상에서, 혼자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은 적극적으로 무용해지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용감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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