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정이현 소설가와 [문맹] 함께 읽기

D-29
(+11) 솔직히 예전에는 모국어에 관해 깊은 생각을 해보지 못했어요 책읽기를 즐겨하지만 모국어로 쓰여진 글을 읽기에 그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이번에 <문맹>을 통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영어공부를 한다고 영문학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왠지 한국작가의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르게 겉돈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지 내가 영어를 못해서인가 생각했는데 모국어는 나의 생각과 삶을 깊이 채우는 어머니같은 존재인거 같아요 영어로 나와 작가의 생각을 가깝게 읽고 이해하기는 힘들거 같아요~ 모국어가 당연히 편하게 숨쉬던 공기라면 적어는 미세먼지가 가득해 숨은 쉬지만 항상 어딘지 불편하고 아픈 느낌일거 같아요~
모국어는 공기같아요. 저는 책을 후루룩 빨리 읽는 습관이 있는데, 외국어를 읽을땐 단어도 찾아봐야 하고 그 단어에 한가지 뜻이 있는것도 아니라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아주 천천히 읽게 되어서 오히려 그런 꾹꾹 눌러담는 독서가 주는 쾌감 때문에 느리더라도 외국어로 된 책을 읽고 있거든요. 우리말로 된 책은 읽음과 동시에 눈으로, 기운으로, 기억으로 스르륵 빠르게 스며드는 것 같아요. . 그래서 없으면 안될텐데, 있어도 고마운지 모르는 공기같다는 생각을 늘 해요.
모국어는 또하나의 나인것 같습니다. 언어를 아끼고 사랑하기에 언어없는 삶을 생각해본적 없었는데, 언어를잃고 적어를 맞이한 삶을보니, 내가 숨쉬고 때론 토해내고 예까지 살아낸건 모국어의 힘이 컸지않나싶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 (...) 스물한 살의 나이로 스위스에, 그 중에서도 전적으로 우연히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에 도착했을 때, 나는 완벽한 미지의 언어와 맞서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이 언어를 정복하려는 나의 전투, 내 평생 동안 지속될 길고 격렬한 전투가 시작된다. 내가 프랑스어로 말한 지는 30년도 더 되었고, 글을 쓴 지는 20년도 더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언어를 알지 못한다.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을 빈번히 받아야만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52~53쪽) -오늘의 질문입니다. 작가는 이중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어(적어)를 '정복'하려는 전투, 그리고 모국어를 죽이지 않으려는 전투. 만약 당신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저라면, 적어와는 일상회화 수준에서 타협(!)했을 것 같습니다만...)
Q11. 모국어. 현재. 이렇게 글을 씀으로 인생을 풍부하게 해주는 근원이지요. 글을 읽고 쓸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우리 한글. 아름다운 글입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내가 가진 단어의 정의를 다시 엎어버리고 나만의 정의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가령. 지금까지 배워온 행복과 성공, 불안, 실패에 대한 정의를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Q12. 저는 늘 모국어가 죽지 않아 고민입니다. 모국어가 너무 착 달라붙어 있어서 적어가 늘지 않는 1인입니다.
모국어 때문에 적어가 늘지 않는 1인 여기도 있습니다 ^^
(+12) 저라면 완벽한 미지의 언어 프랑스 언어를 정복하려는 전투를 좀더 열심히 해야 했을거 같습니다 저는 작가가 아니기에 깊은 내용까지는 필요하지 않을만큼의 언어습득이면 충분할겁니다 모국어로써만 표현할 수 있는 미묘한 차이는 얻을 수 없겠지만 프랑스의 역사나 문화등을 공부해도 좋을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부유한 집안에 입양된 풍족해 보이지만 항시 외로운 느낌일 거예요~~예전에는 나라를 잃으면 단지 먹을 것과 잘 곳등 단지 생존의 문제만 큰 문제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고타 크리스토프를 통해 이번에 모국어를 잃는게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는지를 알게 되어 새로웠고 시야가 넓어진 기분입니다
모국어를 죽일 수 있다면 죽이는 것도 색다른 자아로 거듭나는 유니크한 경험일 거 같기도 한데, 과연 쉽지 않을 거 같네요. 모국어라는 게 언어 이전에 한 개인에게는 가장 오래된 습관 같은 거 라고 생각이 드는데 수십 년을 쌓아올린 습관을 분해하고 재조립하고 그 토대 위에서 리부팅해서 살아가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닐까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는 성취했지만요.
저도 만년 모국어애호가라서 적어를 잘하고싶어요.^^; 다른언어 관심도많은데 잘하기가 왜이리 어려운지ㅎㅎ 작품속 상황이라면 당연히 지금느끼는 모국어에대한 감정이 더 진해지고, 자꾸 사라지는거같아 불안하고 그리울것도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스위스에서 헝가리인으로 남은인생을 살아낸 작가에게 적어라기보다 제2모국어 어디쯤 되지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디에있든, 살아있는 그곳역시 내고향 아닐까싶기도하고.. 우린 모두 지구인 우주의 작은먼지일테니까요.ㅎ
제가 작가의 처지라면 적어를 정복하는데 더 매진했을것 같습니다. 돌아갈일 없는 모국어를 붙잡기 보다는 새로 정착해야 하는 곳의 언어를 더 빨리 잘 사용하고 싶었을것 같아요. 정복이 가능한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정복이 가능하다 치고...그 단계에 올라서면 돌아보고 죽어버린 모국어를 그리워 하겠죠. 그 느낌을 적어로 충분히 표현할수 있다면 적어정복에 성공했다고 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 오늘은 책을 다른 곳에 놔두고 와서, 찾으러 갔다 왔습니다^^; 1953년 3월, 스탈린이 죽었다. 우리는 어젯밤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기숙사에서는 의무적으로 슬퍼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잠자리에 든다. 아침이 되고, 우리는 물어본다. "오늘은 공휴일인가요?" (57쪽) -오늘의 질문입니다. 유년기 혹은 10대 시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사회적 사건'이 있나요?
일요일이었어요.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는데 전쟁이 난 거 같은 비상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교회가 청와대 근처 동네에 있어서 일대가 심각하게 비상 상황으로 여겨졌지요. 이웅평 북한 군인이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날이었습니다. 최근에 영화 헌트에 이 에피소드가 삽입되어 기억이 되살아났네요.
그 일요일, 저는 바다에서 놀고 있었어요.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어른들은 웅성거리고... 잊지못할 기억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요...ㅜㅜ 한 분 한 분 구조되는 뉴스를 본 기억도, 믿기지않게 무너진 건물모습도..너무무서워 어린맘에 선명히 남은것같고..어른되서 어느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신 그때 구조하셨던 소방관님이 ptsd로 지금까지 고생하신다는 인터뷰도..잊혀지지않네요. 처참한잔해속 한명 더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목소리들이들리셨다고해요..재해, 인재, 최근의 스토킹범죄사건까지 이젠 비극 뉴스가 넘치지만..그럼에도 역으로 '의무적으로' 슬퍼해야했던 작가의 슬픔이 가늠조차 되지않아 서늘합니다.
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제의 일만 같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건이요. 당시 고3이었고, 사고가 아침에 나서 희생자들중에 등교중이던 여고생들이 있었어서...더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나요.
네, 제게도 생생한 성수대교 사건입니다. 성수대교 건너 통학하던 m여고 학생들.. 사고가 10월이었으니, 곧 그날이 돌아오네요..
(+13) 10대 때 기억에 남는 사건은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설립'이었습니다~그 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는 개교된지 2년 정도밖에 안된 서울의 공립학교였습니다 선생님들도 모두 20~30대로 젊으신 선생님들이였고 친구처럼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나누며 함께 지내서 다른 학교보다 권위적인 느낌이 덜했어요 그런데 그당시 전교조에 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어느날 우리와 함께 하던 선생님들 반이상이 해고되고 그분들이 교문에서 무언가를 외치고 계셨는데 '아이들에게 지금같은 교육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던거 같아요 당시 하늘같았던 선생님들이 해고당하고 뉴스에서는 계속 그분들이 빨갱이인양 방송되고 제겐 무척 혼란스러웠던 사건이었습니다 지금도 해고를 각오하고 나섰던 그 분들의 마음이 무엇이었을지 그로 인해 바뀐 상황들은 무엇이었을까?? 앞으로도 이런 분들이 나올수 있을까?? 등등 의 생각들이 제 삶에 영향을 은연 중에 주고 있는거 같습니다
제 학창시절이 겹쳐 떠오릅니다. 좋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시던 날, 얼마나 혼란스럽고 속상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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