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정이현 소설가와 [문맹] 함께 읽기

D-29
(+23) 어렸을 때는 사람들은 무섭고 책들은 좋았고 그래서 그냥 고요하고 햇살 잔잔한 도서관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서관 사서를 꿈꾸었네요~ 세월이 흘러 아기를 키우고 치열한 삶 속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책은 여전히 마음의 고향이지만 다분히 물질적인 삶 속에서 전투하듯 살고 있는거 같아요~ 아직도 조용한 햇살과 도란도란 책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꿈꿉니다~ 예전보다 일처리 실력이 빨라진 것에는 감사하며 예전에 읽던 책 내용들은 단순히 지식이아니라 내 삶의 지표와 힌트들로 애용하고 있지요 어릴 적 예상하던 삶과 전혀 다르게 살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아직까지는 잘하고 있는거 같아 힘들지만 나름 뿌듯하기도요~~~ 빠른 일처리 능력을 가진 대신 말랑말랑한 수줍은 감정들이 서서히 사라진 점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산적한 일들 속에 여유로움을 꿈꾸는 것은 아직도 사치인가 싶기도 하네요~ 그나마 예전의 모습들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 이곳에 매일 들릅니다~~~^^
모두가 매일, 나름의 전투를 치르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 하루에 잠깐,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우리(!)에게 작고 반짝거리는 틈이네요 :)
(+23) 그저 하루하루를 끊임 없이 계속해서 살아왔을 뿐인데, 전혀 다른 간극으로 벌어져 살아가고 있네요. 광속으로 여행하는 우주선에서 진행 각도를 0.0001도만 틀어도 전혀 다른 행성에 도착하고 마는 것처럼, 처음 가졌던 마음과 크게 궤도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의 작은 타협과 절충안이 모여서 진행 각도가 틀어지고 어느새 전혀 다른 성간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포스트모템하 듯 원래는 이런 저런 의도가 있었는데 살다보니 이런 저런 사건을 마주했고 그래서 나는 이런 저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서 오늘 이렇게 살고 있는 거라고 정리를 해본 적도 있지만 괜히 변명같기만 하더군요. 최근 사진 수업을 듣고 있는데, 선생님이 리프레임과 후보정 과정을 설명하시면서 덜어내는 게 사진의 미학 가운데 하나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잃어버린 것들을 상실이 아닌 절제였다고 자기합리화해보렵니다.
오 사진 수업을 들으시는군요. 삶에서도 어쩌면 '잘' 덜어내는 것이 '잘' 덧붙이는 것보다 중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오래전에는 이 나이가 되면(40대 후반) 좀 세상을 관조하며 느긋하게 살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는데, 아직도 시간에 일에 쫓겨 허덕허덕하며 살고 있네요. 과연 이걸 언제까지...? 라는 생각을 하면 좀 아득해집니다.
저도 허덕허덕...하루를 보냈답니다. '관조'의 때가 언젠가는 오겠지요? :)
'허덕허덕'이라는 단어가 남일 같지 않군요~ 전 '아둥바둥' 살아가지만 왠지 항상 제자리에서 도는 듯한 제 모습이 '시지프스 신화'같은 저주에 빠진게 아닌가 가끔 침울해지곤 한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새로운 길도 나오고 관조도 할 수 있겠지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4) 내가 할 수 있는 짧은 프랑스어로, 그의 아름다운 나라가 우리 난민들에게는 사막, 사람들이 '통합'이라든지 '동화'라고 부르는 것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가 건너야만 하는 사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때까지 나는 어떤 이들은 끝끝내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91쪽) -오늘의 질문입니다. 사막 건너는 것을 포기하고 끝끝내 '거기' 도달하지 못한(않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이나 영화의 제목이 떠오르신다면 알려주세요.
조금 느낌이 다르기도 한데 송강호 유지태 주연의 "남극일기"가 떠올라요~~다시 보면 울 수도 있을거 같아요~
남극일기. 저는 처음 봤을 때도 조금 울었던 것 같습니다 ^^;
(+2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소련군을 피해 스위스로 갔다가 다시 테레자를 따라 체코로 귀국한 토마시가 생각나네요. 그냥 스위스라서 너무 쉬운 답안을 낸 거 같기도 한데 좀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닿지 못한' 사람의 서사네요!!
(+23) 하소연 징징거림을 하면 안된다. 힘들어도 참고 인내해야 한다.라고 배우고 양육되어서 그런지, 적지 않은 이 나이에도 참는게 일상인 저의 삶이 최근 버티기가 위험해져서 개인적으로 몸도 마음도 고단하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제일 저를 괴롭히고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질문과도 같아요. 학생의 신분은 공부하는 것, 다른데로 눈돌리지 않고 학원을 가고 숙제를 하고 대학을가고 취업준비에 목숨을 걸고 결국 내 인생에 내가 없이 앞만 보고 달렸더니 올 줄 알았던 꿈에 그리는 미래가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제게는 애초에 저만의 미래가 없었다는 것을. 그 괴리와 현실부정 속에 얼마나 괴로운지를 하루하루 깨닫고 있습니다. 결국 사회의 시선, 부모님의 좋은 자식 노릇, 그저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고 생각하며 회사에서도 앞에 나서는 직무가 아닌 그저 그림자처럼 유령처럼 서포트하는 역할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과거가 차곡차곡 쌓여 올바르게 항해의 키를 움켜쥐지 못한 저의 탓으로 저는 과거의 기대도 격변의 현재 세상정세속에 떠내려가고 껍데기로 지금부터 만들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하며 삽니다.
(+24) 직전 질문과 같이 그런 제 개인적인 회한과 또 한 편 알맹이 없이 그저 말 잘듣고 근면하게 살라고 시킨 모든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오후2시쯤 되면 제가 80대 노인이 된 거 같은 아득함에 영원히 끝끝내 ‘거기’에 도달하지 못할 것만 같네요.ㅎㅎㅎ
아...저는 오후 4시 쯤 그 비슷한 기분을 느끼곤 해요. 저보다 두시간 빠르시군요 :)
(+24) 예전에 딸아이와 같이 읽었던 책이 있어요 한요섭 작가님의 <서찰을 전하는 아이>입니다 권장도서로 아주 유명하지요~ 보부상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버지 대신 녹두장군에게 서찰을 전해야 하는 열세살 아이~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이 동화 속에서 생생하게 두근두근 전개됩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역사적 사건을 아이의 시선으로 보니 색다르더라구요~ 마지막쯤 묘사된 우금치 전투는 단어만 생각해도 슬픔에 가슴이 아리네요~ 역사적 사건이라 바꿀 수 없지만 새로운 사회를 같이 꿈꾸고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저희집에도 아이들 책장 어딘가에 있는 책인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안 읽어볼 수가 없네요!
제목만 알고 있던 책인데,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싶어요. 소개 감사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5) 이제 '끝'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할 일은 쓰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쓰는 것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누구의 흥미를 끌지 못할 때조차. 그것이 영원토록 그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 때조차. 원고가 서랍 안에 쌓이고, 우리가 다른 것들을 쓰다 그 쌓인 원고들을 잊어버리게 될 때조차. (97쪽) -오늘의 질문입니다. 무엇보다, 당연하게, 가장 먼저 할 일은 ( )이다. '지금 당장'이라는 전제 아래, 괄호 안을 채워 주실 수 있을까요? 제 답은 이것입니다. 무엇보다, 당연하게, 가장 먼저 할 일은 (10월 30일 마감을 위한 준비)이다.
(+25) 무엇보다, 당연하게, 가장 먼저 할 일은 (매일 매일 가족들을 챙기며 사무실 업무를 깔끔하게 잘 처리)하는 것이다~ 너무 일상적이고 반복적이지만 놓칠 수 없는 소중하고 내 성장에도 필요한 부분이네요 가족은 내 뿌리이고 일하는 사무실과 가족은 제 성장의 과정과 열매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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