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정이현 소설가와 [문맹] 함께 읽기

D-29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주인공 제제를 아껴주던 뽀르뚜가 아저씨가 죽었을 때, 제제는 어린 시절을 끝내게 되었겠죠. 저도 함께 울면서 문득 다른 세계로 건너간 듯한 느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뽀르뚜가 아저씨 죽었을 때 ㅠㅠ 저도 울다가 숨이 막힐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었어요.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과 어딘지도 모르고 가는 사람들.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내일이 없는 사람.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자신을 증오하는사람...
오늘의 질문을 확인하고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좋습니다. 요즈음 <하틀랜드> <파친코> <배움의 발견> <H마트에서 울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등을 읽었어요. 여자 주인공이 배우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세상에서 자기 위치를 만들어가는 우여곡절이 흥미로웠어요.
오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에요. 최근에는 <조용한 희망>이라는 미국 여성작가의 논픽션도 비슷한 느낌으로 흥미롭게 읽었어요.
그런 사색이, 한때는 생경했던 그런 생각이 펠리시아의 하루를 채운다. 그녀는 떠오르는 생각 속에서 굳이 의미를 찾지 않고, 목적 없는 여정에서도 더이상 의미를 찾지 않으며, 시간과 사람이 뒤죽박죽 섞인 가운데서도 어떤 규칙을 찾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혼자서, 더이상은 아이도 소녀도 아닌 것을 감사한 일이라 굳게 믿으며, 그녀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거리에서 저 거리로 돌아다닌다. 윌리엄트레버의 펠리시아의 여정에서 주인공 펠리시아가 맞이하는 은실이 비로소 끊어진 변곡점이라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주인공이 배를 타고 떠난 순간부터 일지도 모르겠네요. 윌리엄트레버작가의 보이지만 보이지않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시선과 삶의 여정에 읽으면서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만?^^ 바삐 살아가다보면 또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엎드린 제가있네요. ㅎㅎ
윌리엄 트레버는 언제나 최고입니다!!!
고등학교 때인가 수업 시간에 교과서 안에 데미안을 포개놓고 읽었어요. 선생님에게 들켰죠. 가져오라 해서 들고 나갔는데 책 표지를 보시더니 "쉬는 시간에 읽어라" 하시더군요. 그때가 아닐까 싶네요. 저의 유년이 막을 내린 것이. 알을 깨고 나온 새. 아프락사스. 이런 내용이 신기하게도 여전히 기억나요. 그러고보니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한채 그냥 읽기만 했던 그때의 독서 목록이 아주 이상한 오십의 저로 살아가는 것에도 충분히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네, 10대의 어느 한 시절에 읽은 책들은, 그 사람의 생에 아주 오랫동안 특별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저도 데미안을 고등학교 때 읽고서 절반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덮어두었습니다. 이젠 다시 펼칠 때가 된 것도 같습니다.
성장소설이라 하니 이문열 작가님의 ‘젊은날의 초상’이 떠오릅니다. 흐릿하게 남아 있습니다. 검정고시로 어찌어찌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갖춘 주인공이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르기 위해 죽을지도 모를 만큼 공부하는 부분을 읽을 때, ‘아-’ 소리를 몇 번이나 냈던 기억이 납니다. 목숨 건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든 미워하든....(미워하든은 삭제 ^^)
젊은 날의 초상. 고등학교 때 시험공부는 안 하고 독서실에서 몰래 읽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6) 그래서 침묵이 강요된 이 시간 동안, 나는 일종의 일기 같은 것을 쓰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아무도 읽지 못하게끔 비밀 문자를 만들기도 한다. 나는 일기에 나의 불행, 나의 고통, 나의 슬픔, 나를 밤마다 침대에서 소리 죽여 울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적는다. (32쪽) -오늘의 질문입니다. 아무도 읽지 못하게끔 비밀 문자를 만들어 일기를 쓰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여러분은 그런 마음으로 일기를 쓴 적이 있나요?
아무도 들춰보지 않을 개인의 내밀한 기록인 일기에 비밀 문자를 덧씌워 이중 보안 장치를 걸어두는 마음을 보면서, 애써 앙코르와트 사원의 돌구멍 앞까지 가서 비밀을 봉인하는 화양연화의 양조위가 떠올랐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일기를 써본 적은 없지만, 그런 마음들이 체내에 중금속처럼 켜켜이 쌓여있긴 합니다. 이런 마음들이 나중에 체지방을 줄여준다든지 건강에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있어요...엄마가 학교간 후 제 책상을 뒤져본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로 일기를 안쓰다가...뭔가 어딘가에 쓰고 싶은데, 아무도 모르게 쓰고 싶어서 저만 알아보는 문자를 만들어서 일기를 쓴적이 있어요. 나중에 군대나 정보기관에서 암호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고 따라해보기도 하고요. 요즘 같으면 핸드폰에다 썼을텐데...그시절 저희 엄마는 왤케 저의 일기장을 뒤져보셨을까요. 흥.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한 건 본능인거 같습니다 저두 딸아이들 일기장을 예전에 몇번 본적있었던거 같은데 ~^^;; 딸아이도 제 고등학교 때 일기장을 열심히 찾아서 읽으려고 해서 숨겨두었답니다~~~^^;;
저는 어릴적 그 기억이 되게 싫었어요. 들키지 않게 숨기고, 모르는 말로 암호처럼 만들고 했던 기억이 별로였어서 아이들 책상은 열어보지 않아요.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싶은... 어쩌면 무심코 발견할지도 모르는 민낯이 두렵기도 한것 같고요.
(+ 5일) <3. 시-2> p.32 - 그래서 침묵이 강요된 이 시간 동안, 나는 일종의 일기 같은 것을 쓰기 시작하고 (중략) 나는 일기에 나의 불행, 나의 고통, 나의 슬픔, 나를 밤마다 침대에서 소리 죽여 울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적는다. Q5)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룰루 밀러가 아버지에게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 물었을 때 아빠의 대답이 그녀의 인생에서 변곡점이 아닐까요. 아빠는 대답합니다. 어린 그녀는 아빠에게 묻습니다.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 아빠는 대답하죠. “의미는 없어~!!.”
(+ 6) p.34 -뭔가 읽을 것이 있을 때면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나는 계속 읽고, 그러고 나면 울면서 잠든 밤사이에 문장들이 태어난다. 문장들은 내 곁을 맴돌다, 속삭이고 리듬과 운율을 갖추고, 노래를 부르며 시가 된다. Q6)나는 언니들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았다. 나는 초등학생이었으므로 중고등 여고생의 섬세하기도 한, 불만에 가득찬, 우울한 분위기의 비밀들을 읽었다. 그때 생겨난 우울의 감성들이, 여전히 내안에 작동한다. 막내인 내 일기를 훔쳐보는 이는 없었다. 큰언니가 다른언니들의 일기를 훔쳐보던 기억은 난다. 나는 여전히 아들의 작은 메모들도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문자에 무관심한 남편과는 달리 글자로 쓰여진 무엇이든지 읽고 싶은 더욱이 내가족의 메모라면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슬프고 아득한 기분이 들어요. 자신의 삶이 허락없이 침범 당할 것을 아는 사람의 참담. 끝날것 같지 않은 어둠과 불행. 고통을 글이 아니었으면 무엇으로 견뎠을까요. 그런 참담한 기분은 성인이 되고 난 후도 있었어요. 가족이니 사랑일거라 애써 지나쳤지만 사실은 폭력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여러 성장 소설 중 전 리친드버튼의 '갈매기의 꿈'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입시험에서 처음 불합격 통보를 받고 우울함에 젖어 교보문고에서 선 채로 갈매기의 꿈을 오롯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이상한 존재로 여겨지는 조나단. 결국 갈매기평의회에서 징벌에 처해진다 "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 먹이를 찾아 먹고 가능한 오래 살기 위해 이세상에 태어났다는 것뿐이다" 조나단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이제 우리는 삶의 목적을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배우는 것 발견하는 것 그리고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조나단은 그날로부터 남은 생애를 외로이 혼자 보내게 되었다 그의 유일한 슬픔은 고독이 아니라 빛나는 비행으로 향하는 길이 눈앞에 펼쳐저 있는데도 동료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부분까지만 기억에 남았는데 다시 읽었을때는 홀로 있는 조나단을 찾아온 선지자같은 갈매기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더 뛰어난 비행실력을 얻지만 조나단 리빙스턴은 지상에 있는 다른 갈매기들을 떠올린다 그가 여기서 알게 된것의 백분의 일이라도 그 곳에 있을 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더 풍요로웠을까하는! 지금까지 고독한 삶을 살았음에도 누군가와 함께 그들에게 이 풍요로움을 나누고 싶어하는 모습이 다시 보이더라구요~ 좋은 책들은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던데 그 의미를 알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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