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정이현 소설가와 [문맹] 함께 읽기

D-29
제가 작가의 처지라면 적어를 정복하는데 더 매진했을것 같습니다. 돌아갈일 없는 모국어를 붙잡기 보다는 새로 정착해야 하는 곳의 언어를 더 빨리 잘 사용하고 싶었을것 같아요. 정복이 가능한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정복이 가능하다 치고...그 단계에 올라서면 돌아보고 죽어버린 모국어를 그리워 하겠죠. 그 느낌을 적어로 충분히 표현할수 있다면 적어정복에 성공했다고 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 오늘은 책을 다른 곳에 놔두고 와서, 찾으러 갔다 왔습니다^^; 1953년 3월, 스탈린이 죽었다. 우리는 어젯밤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기숙사에서는 의무적으로 슬퍼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잠자리에 든다. 아침이 되고, 우리는 물어본다. "오늘은 공휴일인가요?" (57쪽) -오늘의 질문입니다. 유년기 혹은 10대 시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사회적 사건'이 있나요?
일요일이었어요.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는데 전쟁이 난 거 같은 비상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교회가 청와대 근처 동네에 있어서 일대가 심각하게 비상 상황으로 여겨졌지요. 이웅평 북한 군인이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날이었습니다. 최근에 영화 헌트에 이 에피소드가 삽입되어 기억이 되살아났네요.
그 일요일, 저는 바다에서 놀고 있었어요.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어른들은 웅성거리고... 잊지못할 기억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요...ㅜㅜ 한 분 한 분 구조되는 뉴스를 본 기억도, 믿기지않게 무너진 건물모습도..너무무서워 어린맘에 선명히 남은것같고..어른되서 어느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신 그때 구조하셨던 소방관님이 ptsd로 지금까지 고생하신다는 인터뷰도..잊혀지지않네요. 처참한잔해속 한명 더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목소리들이들리셨다고해요..재해, 인재, 최근의 스토킹범죄사건까지 이젠 비극 뉴스가 넘치지만..그럼에도 역으로 '의무적으로' 슬퍼해야했던 작가의 슬픔이 가늠조차 되지않아 서늘합니다.
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제의 일만 같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건이요. 당시 고3이었고, 사고가 아침에 나서 희생자들중에 등교중이던 여고생들이 있었어서...더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나요.
네, 제게도 생생한 성수대교 사건입니다. 성수대교 건너 통학하던 m여고 학생들.. 사고가 10월이었으니, 곧 그날이 돌아오네요..
(+13) 10대 때 기억에 남는 사건은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설립'이었습니다~그 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는 개교된지 2년 정도밖에 안된 서울의 공립학교였습니다 선생님들도 모두 20~30대로 젊으신 선생님들이였고 친구처럼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나누며 함께 지내서 다른 학교보다 권위적인 느낌이 덜했어요 그런데 그당시 전교조에 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어느날 우리와 함께 하던 선생님들 반이상이 해고되고 그분들이 교문에서 무언가를 외치고 계셨는데 '아이들에게 지금같은 교육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던거 같아요 당시 하늘같았던 선생님들이 해고당하고 뉴스에서는 계속 그분들이 빨갱이인양 방송되고 제겐 무척 혼란스러웠던 사건이었습니다 지금도 해고를 각오하고 나섰던 그 분들의 마음이 무엇이었을지 그로 인해 바뀐 상황들은 무엇이었을까?? 앞으로도 이런 분들이 나올수 있을까?? 등등 의 생각들이 제 삶에 영향을 은연 중에 주고 있는거 같습니다
제 학창시절이 겹쳐 떠오릅니다. 좋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시던 날, 얼마나 혼란스럽고 속상했는지…
제 학창시절이 겹쳐 떠오릅니다. 좋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시던 날, 얼마나 혼란스럽고 속상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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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9일의 약속, 이제 반쯤 왔습니다. -오늘의 질문입니다. ‘함께 읽기’를 시작한 후, 혹시 조금 달라진 것이 있나요?
이 그믐 모임은 계속 따라 읽지 못했지만 평소에도 책모임을 통해 함께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더 재미있고, 더 넓게 깊이 읽을 수 있어서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 느끼는 유대감과 비슷한 무엇도 있구요. 여담이지만 이번달엔 풍문으로만 듣던 '사피엔스'를 함께 읽고 있는데 1장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호모 종보다 성할 수 있었던 이유로 '언어'를 꼽으면서 끝이 나네요. 것 때문에 문맹 책 생각도 나구요.
우리끼리만 아는 작고 맛있는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의 유대감! :)
혼자읽을땐 그냥 무슨말들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라도 끄적여보거나, 조용히 삼키는 독서였는데, 함께읽고 여러분들의 생각과 추억을 나누니 더 재미도있고 달리 생각해볼수도있고, 미처 모르던 감정도 알게되고 전반적으로 더 제가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함께라는 단어가주는 든든함도 좋구요.
든든하다고 말씀해주셔서 저도 든든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5) 이번 챕터의 제목은 <기억>이고, 이제부터 이 책의 2부가 시작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열살 먹은 터키 아이가 부모를 따라 스위스 국경을 은밀히 넘다가 피로와 추위로 인해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에 내가 보인 첫 반응은 스위스 사람 누구나와 똑같다. “어떻게 사람들이 아이를 데리고 이런 일을 벌일 생각을 하는 걸까? 이런 무책임한 행동은 용인할 수 없어.” (67~68쪽) -오늘의 질문입니다. 저 ‘스위스 사람 누구나’의 반응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소 의외였습니다. 특히 저자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게. 조금 다르긴 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은 탈북민들을 보고 남한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이야기를 하진 않을 것 같아서요. 아마 터키의 상황이 북한만큼 심각하지 않아서 일까요?
사람들은..생각보다 '나'에게 그리고 그 '나'의 모국의 문화, 정치, 경제, 상황, 나아가 앞이보이는지 안갯속인지 아이를 데리고 국경을 왜 넘는지 어떤 연유로 어떤 일이 시작되었는지 아님 생을 끝내려하는지 관심이 없지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월경을 건너다 탈진해 죽은 아이를 묻고 내 정체성을 두고 온 모국을 떠나 제로베이스에서 해본적 없는 분야의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억척스레 버틴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와 모국에 있으면서도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산다는것의 괴리는 어떻게 다를까 그 차이는 거대한걸까? 하는 상념과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네요. 저도 Flow님 말씀 읽으면서, 모국에 있으면서도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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