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행성 충돌이 화석 기록에 ‘캐즘’을 만든 것이 사실이라면, 그 충돌이 모든 일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발상은 1984년 시카고 대학교 고생물학자 두 명이 해양 화석 기록을 포괄적으로 분석한 한 논문에 의해 더욱 힘을 받았다. 그들은 다섯 번의 대멸종 외에 그보다 규모가 작은 대량 멸종이 여러 차례 있었음을 밝혔다. 크고 작은 멸종을 두루 고려하니 한 가지 규칙이 나타났다. 대량 멸종이 대략 2600만 년의 간격으로 발생한 것이다. 즉, 마치 매미가 주기적으로 땅속에서 기어 나오듯, 멸종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폭발적으로 발생했다. 그 두 사람, 데이비드 라우프와 잭 셉코스키는 이 폭발적 멸종이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태양계가 우리은하의 나선형 팔을 통과함에 따른” 어떤 “천문학적, 천체물리학적 주기”와 관련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7 이 추측은 한 천체물리학자 그룹—그들은 우연찮게도 앨버레즈 부자의 버클리 동료였다—에 의해 한 걸음 더 진전된다. 그들은 태양과 쌍을 이루는 한 작은 “동반성companion star”으로 이 주기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별이 2600만 년마다 오르트 구름Oort cloud을 통과할 때 혜성 소나기comet shower가 발생하여 지구에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 별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라우프와 셉코스키가 이 별에 붙인 공포 영화 느낌의 이름, “네메시스Nemesis”에 걸맞게—이 문제였지만, 극복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었다. 아직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작은 별은 무수히 많으니까. ”
『여섯 번째 대멸종』 _35%_ ch 5. 인류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_,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