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지기와 함께 읽기]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 <샤이닝>

D-29
얇지만 절대 쉬이 넘어가지 않았던 책 <아침 그리고 저녁>이었네요. starman 님과 주고 받는 이야기만으로도 제가 몰랐던 부분, 또 알았지만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남겨봅니다. 요한네스가 페테르를 통해 죽음을 마주하는 장면이 참으로 인상깊었는데요. 죽음 이후 모든 것이 상실되는 것, 먼저 상실된 것들과 다시 만나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할 것 같나요?
저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과학적 의견에 더 힘을 싣는 쪽이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같은 것도 없고 다 분자로, 원자로 쪼개져서 자연을 떠돌게 될 거라고요. 애초에 비생명체로 가득한 우주에서 생명체라는 특이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했던 것일 뿐, 죽음을 통해 다시 일반적인 상태(비생명체)로 돌아간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먼저 떠난 소중한 이가 마중나와 그냥 죽음 이후라는 게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고 위로를 건넨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을 인생에서 만났었다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에게 다음 생이란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생이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만나는 세상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되면 좋겠습니다." 작가 유시민이 고 노회찬 의원의 추모제에서 낭독한 편지의 일부분 입니다. 죽음 이후를 갔다 온 사람이 없으므로 우리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으니 그저 기대를 해 볼 수 밖에요. 우리가 죽으면 먼저 간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으리라 말입니다. 이건 죽은 사람을 위한 기대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위안과 희망이겠죠.
저도 더 나아진 미래가 있다면 죽음 이후 다음 생을 희망할 것 같네요ㅎㅎ 멀리서보면 인류는 더 나아지고 있다는데, 현재의 연속은 어찌 점점 더 나빠지는 것처럼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ㅋㅋ
아~ 최근 받아 본 질문 중 난이도가 가장 높습니다. ㅜ.ㅜ
오늘부터 <샤이닝>으로 한 번 넘어가보겠습니다.
저의 경우 <샤이닝>을 욘 포세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읽었었는데요. 그래서 이 작가의 글쓰는 방식이 보편적이지 않더라도 꽤 잘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기 전까지는요ㅋㅋ ㅠㅠ 아직 두 작품밖에 읽지 못했지만 두 작품 모두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를 참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샤이닝>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나오지만 결국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혼자라는 주관적 해석을 해봤어요. 빛이 나는 사람이든,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주인공과 만난 부모든 결국 그 경계에서 죽음으로 발을 딛는 건 혼자만의 힘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는 곁에서 계속 기다려주며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주변인들이 있었지만, <샤이닝>의 산속에서는 그들조차 이곳에 왜 있는지 모르지요. 심지어 나가는 방법도 알지 못하고요. 그래서 죽음으로 건너는 것은 스스로 해내야 하는 것이다, 라고 해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샤이닝을 읽습니다. <아침 그리고 저녁>보다는 '잘 읽힌다'는 말씀에 희망을 가지고 첫 책장을 넘겨봅니다. ^^
즐독하시길 바랍니다. 두 책 모두 읽으신 분들 대부분이 <샤이닝>이 가독성이 좋다고 하더라구요ㅎㅎ
욘 포세 작가님, 참 쉽지 않은 분이시네요. 분명 가독성은 있으나 고구마를 입에 물고 읽는 느낌입니다. ㅜ.ㅜ 이 사람 숲을 빠져나오기는 하나요? 이 사람은 전화기도 없고, 자동차 보험도 안 들었나요? 지금 '순백의 빛을 발하는 존재'와 헤어지고 달을 만나 말을 거는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p38)
앗 STARMAN님 T셨군요ㅋㅋ 저도 진짜 주인공이 산길에 고립된 상태일 때 왜 저렇게 답답하게 행동하냐 싶었거든요ㅋㅋㅋ
주인공을 순백색 속으로 떠나 보냈습니다. <샤이닝>을 읽으며 제가 T라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ㅋㅋㅋ 완독을 했으나 얼른 해설을 들춰봐야겠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 온갖 은유적 표현을 제가 제대로 이해했나 모르겠습니다.
세상일은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 그렇다, 이것 또는 저것. 어머니 또는 아버지. 순백색의 존재 또는 검은색 양복의 남자. 내가 이 숲속에 머물든지 또는 이 숲에서 빠져나가든지.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 내 차도 그 자리에 계속 처박혀 있든지, 아니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세상일은 그런 것이다.
샤이닝 p7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샤이닝2023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최신작 『샤이닝』은 작가 데뷔 40주년 2023년 발표한 소설로, 본문 길이가 채 80쪽도 안 되나 1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걸작 ‘7부작Septologien’의 결정적인 압축판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다. 이건 이해가 아니라 단지 경험만 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른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 말이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고 단지 경험만 하는 일이 가능할까.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일은 어떤 면에서는 실제고, 우리는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저기엔 순백색의 존재가 빛을 발하며 서 있고, 그 존재의 뒤쪽에서 옆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맨발로 눈 위에 서 있으며,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와 순백색의 반짝이는 존재 사이에는 나의 부모님,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손을 잡고 서 있기 때문이다.
샤이닝 p73,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나는 반짝이던 그 존재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지금 그 존재는 더 이상 순백색 빛을 발하지 않지만, 그렇다,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곳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고 있다, 반짝인다는 말, 순백색이라는 말, 빛을 발한다는 말의 의미도 사라진 것 같다, 마치 모든 것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다, 의미라는 것, 그렇다, 의미라는 것 자체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모든 것은 단지 거기 있을 뿐이고, 그것들은 모두 의미 그 자체다,
샤이닝 p79,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인생의 여정이 마치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의 인생은 늘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인 것이 아닌, 그저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고 그 선택을 되돌릴 수 있는 때가 있으며, 여러번의 선택이 모여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왼쪽과 오른쪽(옳고 그름과 무관한 선택)을 선택하다보니 진탕에 빠져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처럼요. 산길에 들어서기 전에 돌아갈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죠. 마을이 있었다면 이 선택이 맞는지 물어볼 수도 있었구요. 하지만 묻는다한들, 결국 선택의 결과는 자신의 몫 아니겠나요. 그때 차를 돌렸다면, 그때 마을에 들렸다면 같은 가정은 결국 선택의 끝에서 마주한 결과 때문에 하는 후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지금의 나는 그동안 내가 했던 수 많은 선택들의 결과이니까요. 71페이지의 "세상일은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 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도 그러했듯이, 죽음이 다가오면 결국은 자신이 선택했던 수 많은 일들을 돌아봐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ps. 혹시, 샤이닝이 주인공은 자살을 한 건가요?
저는 그냥 삶이 끝났다고만 생각했어요. 어떤 죽음인지보다, 죽음에 도달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거든요. 자살이든 병사든 자연사든 그가 차를 끌고 가던 순간까지는 삶이었고, 진탕에 빠진 순간이 죽음을 맞이한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길이 좁아지고 되돌릴 수 없었다는 건 인생에서 삶의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것도 있지만,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애초에 선택 자체를 할 수 없는 삶의 순간들을 이어가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해석하기 나름인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저도 자살이란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노벨상 수상 기념 연설문 후반에 "나의 시에는 자살을 다룬 내용이 많습니다. 내가 의도했던 것보다 많습니다."라는 말이 있어서, 혹시 제가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나 했습니다. 그런데, 자살이란 생각을 가지고 도입부분을 다시 보니 '지루함', '삶의 기쁨이 없음' 등 자살을 암시 하는 것도 같다는 생각을 했네요.
어떻게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인생의 무료함을 느껴 자살을 한다... 저는 그저 단순히 인생이란 게 늘 재밌을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의 인생사가 뭐 그런거 아닌가 하고 읽었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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