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우리는 부모의 죽음이 먼 훗날 조용히 찾아올 것이고, 준비할 시간이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우리는 질병을 염려한다.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은 애초에 하지 않는다. 상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근거도 없이 그렇게 믿는다. 우리는 살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외한다. 절대로 살인 사건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영화나 주간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1,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아빠가 엄마를 죽였다는 말에 열아홉 살 화자는 놀라지도, 반박하지도 않고 어떻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을 요구하는데요, 마치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는 듯한 태도로 보였습니다. 그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기를 바랐던 화자와 차분하게 긍정하는 동생의 대화가 소설에서 애써 설명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대신합니다.
그가 그녀의 팔을 잡아끄는 것은 춤추자는 뜻이 아니야 끌고가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슴이 아프다
오늘 책이 저에게 왔습니다^^ 책 표지 쓰인 문장만으로도 마음이 아립니다. 파괴된 삶의 조각을 모으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자꾸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 채 20페이지를 넘기기 힘든 지금입니다... ㅠㅠ 위 댓글에 먼저 읽으신 독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것 같습니다. 글을 쓰신 분에게도 번역하신 분도, 또 읽는 독자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책 같습니다... 주말에 읽으며 진도 따라가 볼게요
헉 사진이 너무 멋지네요.
작가의 말 중에서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가라앉지 않고 떠오르려는 그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라는 말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그냥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었습니다.
책 잘 받았습니다. 조금 전 들어와서 포장을 바로 풀고 앞 부분을 조금 읽었는데… 일단 씻고 나서 계속 봐야겠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발언권이 없는 부수적 피해자"(6쪽)와 "단어가 없어"(6쪽)였습니다. 가정폭력의 일차적인 피해자가 아닌 가족 구성원이 느끼는 감정과 상태가 이렇구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발언권이 없는, 단어가 없는"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이 책의 출판사인 레모의 불어 뜻을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더군요. 필리프 베송이 그러한 것처럼, 레모 출판사도 발언권 없고 단어 없는 이들에게 책을 통해 발언권과 단어를 줄 수 있게 하기 위해 출판사 이름을 '단어들'이라고 지은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베송은 7쪽에서 가정폭력이 "소유욕"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얼마전 그믐 북클럽을 통해 읽은 한국 소설집 <블라섬 셰어하우스>(은상, 2024)의 현주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현주의 이야기는 가정폭력은 아니지만, 일종의 썸을 탄 남자에게 스토킹을 당하는 내용인데 스토킹 남자는 '내 것을 빼앗겨 본 적이 없다'라며 현주를 스토킹하고 신체적 상해를 입히죠. 인간에 대한 소유욕이란 얼마나 인간을 비인간화해버리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다시 이 소설로 돌아와서, 비극이 벌어진 시점에 '레아'는 열세 살이었다는 것이 경악하게 합니다. 성인인 열아홉 살 '나'가 겪기에도 엄청난 일인데, 그 비극을 감당하기에 열세 살은 너무 가혹하네요.
출판사 이름 생각 못했는데 지혜 님 말씀 듣고 찾아봤어요. Let mots 이 The words 라는 뜻이군요.
아! 저희는 책을 이루는 최소한의 단위가 '단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출판사 이름을 지었는데... 그렇게 멋지게 해석해 주시니 좋네요. 감사합니다.
사실상 그는 스스로를 발언권이 없는 부수적 피해자로 칭했다. 부당한 이야기였다. 분명 그는 중요했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서는 안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그늘에 가려지고 시야 바깥에 있는 사람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 잊힌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에 관해 종종 글을 쓴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6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이 책은 여성 살해로 고아가 된, 순식간에 산산조각 난 존재들이 느끼는 망연자실과 헤아릴 수 없는 슬픔, 가늠할 수 없는 분노,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은 가라앉지 않고 떠오르려는 그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 책은 폭력적인 배우자에게 구타당해 쓰러진 모든 여성에게 분명하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쓰였다. 그들의죽음은 '치정'이 아닌 '소유욕'에 의한 것이다.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여성들은, 해방될 권리를 빼앗고 달아나지 못하게 하려는 손에 의해 죽임당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7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어머니는 무방비 상태로, 적어도 우위에 서는 것이 불가능한 채로 목숨을 잃었다. 어머니는 가냘팠고 아버지는 힘이 넘쳤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더는 화가 나지 않았고,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제 그무엇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삶은 뉴스거리가 되었고, 경찰과 법원의 소관이 되었고, 이제 내게는 발언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41,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10장까지 읽었습니다. 졸지에 사건 현장이 되어버린 집은 더 이상 집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목격자, 살해 피해자 유가족이 된 십대의 두 아이는 모든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아버지가 죽인 어머니의 시신을 확인하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당시 상황을 진술하고, 마음을 안정시킬 집조차 사라진 두 아이의 고립이 처절하게 전해집니다. 그리고 자신이 목격한 것을 차분하게 진술하는 레아의 모습이 더 위태롭게 느껴져요. 차라리 화자처럼 구토를 하고, 못하겠다고 울부짖는 게 낫겠다싶을 정도입니다. 정말 글은 눈에 쏙쏙 들어오는데, 마음이 무거워서 책장을 빨리 넘기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ㅜㅜ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ㅠㅠ 너무 위태로우면서도 우리가 직면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빠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동생은 딱 한 마디만 했다. "맞아."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지혜 '치정'이 아닌 '소유욕'에 의해 그랬다는 문장에 눈이 갑니다 '치정'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남녀 간의 사랑으로 생기는 온갖 어지러운 정'이고, '소유욕'은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이네요 한편 '사랑'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자기의 전부라고 늘 말했다고 책 후반에 나오는데, 자기가 가진 것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거죠 사랑을 배타적 소유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심지어 그 우위에 있어 일방적이라는 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요
치정과 소유욕을 막연하게 비슷한 감정으로 분류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정확하게 알고 갑니다. 사람 관계에서 누군가를 지배하고 욕심이 커지면 정말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저도 이번에 '치정'의 뜻을 네이버 국어사전으로 검색하고, 그 의미를 명확히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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