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어떤 움직임도, 어떤 감정의 가능성도 없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4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충격으로 인해 나도 모르는 행동이 자연스레 표출된다는 점이 얼마나 잔인하고 슬픈 일인지 이 문장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책 잘 받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읽고 함께 마음 나누겠습니다.
레아가 "칼로 찌르는 소리"(54쪽)도 들렸다고 한 대목에서 윽! 작게 비명 소리가 저절로 났습니다. 레아가 어떻게 그 비극을 감당해 나갈지 심히 걱정이 되네요...
그들은 안타까워했고, 끔직해하면서도 결코 관중석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연민에서 우러나온 행동은 아니었다. 어쨌든 연민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관음증이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38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저도 이 문장을 수집하려던 참에 @지혜 님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이 책을 이렇게 몰입해 읽고 있는 나도 '맨 앞줄을 지키고 선 관중'들과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뜨끔했습니다.
몇 년이 걸릴까? 동생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깊은 심연에서 빠져나오려면? 그건 단지 시간의 문제일까?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42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잠시 그를 뚫어져라 보았다. 더는 화가 나지 않았고,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제 그 무엇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삶은 뉴스거리가 되었고, 경찰과 법원의 소관이 되었고, 이제 내게는 발언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41,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화자인 나가 어머니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에 비해 아버지에 대해서는 비극이 일어난 후 고모로 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대조되네요.
내가 확신하는 단 한 가지는 우리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 상처의 깊이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57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바로 그다음, 나는 만남의 우연과 던져진 주사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날 저녁 어머니가 외출하지 않았다면... 그날 밤 아버지의 눈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면.... 어리석은 가정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72-73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얇은 책이라 출근길에 들고와서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책은 가볍지만 내용은 무거웠습니다. 후루룩 읽히는 내용이자만 가볍게 읽을 수 없어서 한글자 한글자 꼭꼭 씹어서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일본 소설을 한참 좋아했을때.. 그 소설에 와이프가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설정이었는데.. 그렇게 도망쳐서 친정으로 갔지만 그 부모님은 어쩔 수 있겠냐며..남편 잘 다독거리면서 살라고 돌려 보내는 것을 보고.. 아...더이상 이 작가책은 못 읽겠구나..싶더군요. 그때의 착잡함과는 다른 것이지만. 읽는 내내 쓸쓸함은 어쩔 수 없네요. 담담한 문체가 더 마음에 쓰여요
저는 주말부터 따라잡겠습니다! ㅎㅎ 현재 읽는 책이 있어서 ㅎㅎ;;
모임에서 여러 분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책 제목이 자극적이고 시선을 많이 잡아 끕니다. 한편 제목 자체가 이야기의 너무 큰 스포일러 아닐까 생각했는데 책을 펴자마자 바로 이야기가 딱 나오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어판 제목을 굉장히 잘 지으셨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레모 번역가님께서 정하신 걸까요? 원제 바꾸실 때 좀 망설이셨을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정하신 건지 궁금해요.
저도 제목이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이 한 문장이 여러 사람이 부서지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요. 원제 그대로라면 정말 멋진 번역이고 바뀐 거라면 원제가 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의 원제는 Ceci n'est pas un fait divers인데요, 우리말로 직역을 하면 '이것은 신문 사건사고란의 기사가 아니다' 혹은 '이것은 사건사고란에 실리는 부류의 사건이 아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그런 사건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이런 의미를갖고 있어요. 하지만 해외 에이전시에 이 책을 소개할 때는 영어 제목을 'DADDY HAS JUST KILLED MUMMY'로 했고요. 그래서 작업을 하면서는 당연히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로 진행했는데요, 막상 출간을 앞두고는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제목이 너무 자극적인 것은 아닐까? 혹시라도 이 제목만으로 누군가에겐 잊고 있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아닐까? 제목 때문에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읽고 싶어하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제목만으로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출간 후의 반응을 보면 다른 제목으로 했어야 했다는 후회도 들어요.
그러고보니 영문판 제목들이 훨씬 더 강렬하거나 자극적이거나 좀 직설적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출간 후에 우려하신 대로 누군가의 상처를 건드려 아프게 하는 일들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더 좋은 제목이 뒤늦게 떠오르셨을까요 제게는 이 제목의 강렬함이 주는 메시지, 깨워야 하는 상황이 느껴져 대단히 필요한 제목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아버지가 전형적인 것은, 정말 실제로 이런 특징을 갖고 드러내도록 교육받고 키워져 그렇지 않아 싶기도 해요 남자는 이래도 되고, 이 정도는 괜찮고, 이럴 수밖에 없음을 주입받는 부분도 있는 듯요...
책 제목으로 어떤 게 좋았을까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는데 말이죠, 참 결정하기 힘든 일이네요. 분명 "fait divers"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기에 불어 원제가 일리가 있지만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약하고, 말씀하셨듯이 지금의 제목이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를 떠올릴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제목을 정하는 일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저는 제목 덕에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읽게 되어서 제목이 좋았는데요. 별개로 이 책 제목을 말할 때마다 저희 형제가 움찔합니다. 제목이 불온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이 위험한 불안을 실제로 겪어서일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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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믐 라이브 채팅 : 최구실 작가와 함께한 시간 ~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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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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