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그는 레아가"별로 협조적이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정기 상담을 제안했다. 그는 동생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했다. 프로작, 어머니와 같은 약이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90,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무거운 마음으로 힘겹게 읽는 중입니다. 모든 것을 목격한 레아가 계속 눈에 밟히네요.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건 엄마이지만, 그걸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레아는 정신적인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해요. 한사람의 죽음으로 그 사람을 둘러싼(혹은 그 사람과 연결된)세계가 파괴되지요. 그래서 표지가 더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어떤 물체가 산산이 부서진듯한, 조각난 파편이 여기저기 흩어진 모습. 부서지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춤과 산책을 좋아했던 세실 모랑을 떠올려보면 표지 속 이미지가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36장까지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그 와중에 어머니의 장례식까지 준비해야하는 남매가 안스럽습니다. 관을 고르는 과정에서 레아는 엄마가 튀는 걸 싫어했으니 간소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긴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이 사건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극인 까닭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어머니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을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아직 미성년자인 레아의 양육자가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거기다 정말 화가 나는 부분은 아버지라는 사람은 끝까지 아버지이자 남편이기를 포기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해 두 아이를 원고로 만들어 재판까지 끌어들이려고 하다니. 사실 어머니는 1년 전 헌병대를 찾아와 아버지의 심각한 가정폭력을 신고했었으나 어머니의 상태가 겉으로 드러난 상처 하나 없었기 때문에 상황이 위급하지 않다고 판단해 작성된 고소장은 방치된 채 아무런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죠. 베르디는 어머니의 신고 내용이 매우 모호했고, 구타라고만 하고 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며 변명하는데요,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는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나 사건을 수사하는 베르디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치정이 아닌 사회적 사건으로 보아야 했다. 우리는 비극으로 끝난 부부 싸움이 아닌, 지속적인 폭력과 공포가 어디로 치닫는지에 관해 말해야 했다. 살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내세우며 지배하려는 한 남자의 욕구에 관해 말해야 했다. 눈이 먼 사회를 말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일에 이름 붙이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말해야 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03,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나는 아빠를 사랑했는데 아빠는 왜 우리 삶을 망가뜨렸어요?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17,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마음이 부글부글거립니다. 속상하고 화나요.
어머니는 남편의 구타, 가정폭력, 가스라이팅을 "그런일" 이라고 불렀다. 어머니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고백하지 않은 것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이북 62p,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동생은 어머니의 말에 수긍했고 구렁텅이를 숨기면서 "그런일" 이라고만 말한 것이다. 그런일이라는 표현이 많은것을 숨기기 좋은 가까운 가족마저도 문제시 여기지 않게 가벼운 것으로 만들어버린것은 아닌것인지 생각해볼 문제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날 밤 레아는 "오빠랑 엄마를 보고 있는데 너무 좋았어. 공연보다 더 좋았어"라고 말했다. 동생의 고백에 눈물이 터졌고, 곧바로 닦았다. 동생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카레페를 만들면서 엄마가 오빠 크레페 뒤집는 걸 도와줬을 때야." 나는 곧바로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이었다. 그 순간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28p,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이 남자는 아내가 자기에게 속하고, 자신의 것이며,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아내가 자유를 되찾지 못하게 할 확실한 방법으로 아내를 살해했습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10p,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예전에 어른들이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폭력은 한 번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다고... 그 한 번의 선을 넘는다면 어느 조직이든 학교나 가정, 모임도 마찬가지고 폭력 단체가 돼 버리죠.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폭력이 시작되는 순간 그건 시작이 아니고 끝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이러한 현실 도피의 결과는 분명 참담할 터였다. 그럼에도 당분간 우리가 기댈 것은 회피와 기피뿐이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83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단 몇 초 만에 어린 시절이 망가진 아이들. 피비린내와 구타의 기억을 안고 자라는 아이들. 울지 않고는 소리 내 '엄마'를 말할 수 없고, 전율하지 않고는 '아빠'를 말할 수 없게 된 아이들 말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90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끔찍한 사건을 목격했기에 레아가 보일 수밖에 없는 증상들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러한 비극이 일어났을 때, 남겨진 자녀 특히 미성년자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즉각적이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사지들은 회피와 기피를 원할지라도, 화자의 말처럼 그러한 방식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테니 말이죠. 앞으로 레아가 더 나빠지지 않을지 심히 걱정됩니다.
47장까지 읽었습니다. 결국 선택의 여지없이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화자의 결정이 안타까운데요, 그야말로 불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레아는 수면 장애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는데요,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복용했던 약과 같은 약을 처방받은 장면을 보면서 남매가 얼마나 망연자실했을지, 이해나 상상이 된다는 말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가출한 레아가 오빠에게 엄마와 함께 왔던 바다가 보고 싶었다는 말에서 저는 울고 말았어요. 사건 발생 후 21개월 만에 열린 재판에 원고와 증인으로 출두한 남매에게 '기분이 어떠냐'는 바보같은 질문을 하는 기자들! 아버지의 변호사가 늘어놓는 내용들을 읽다보니, 설령 그가 말하는 모든 내용이 사실이었다고한들 그것이 한 사람을 살해한 것에 대한 정당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요? 두 아이를 앞에 높고 이토록 뻔뻔하고 기만적이고 비인간적일 수 있다니. 부끄러움도 모른 채 그렇게라도 살아야겠다니. 레아의 마지막 증언을 들으면서 오빠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마도 엄마가 해달라는 약속은, 잘 살아달라는 말이 아니었을까요... (쓰면서도 눈물이 납니다.)
비어버린 한 곳을 바라보다 이미 후회로 가득차있지만, 더 한 후회에 파묻히기 싫어서 내가 그동안 애써왔던 것들을 내려놓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아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만두었지만, 결국 그것또한 후회가 남아서 우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도 마음이 아린 느낌이었습니다. 힘들어서 하늘로 간 피해자도 안타깝지만, 후회가 가득 남아 각자 스스로에게 벌주는 듯한 남은 사람들의 모습도 너무 인상적일 정도로 안타까웠어요. 이것 또한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추측이겠지만, 그냥 매우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던 회차였습니다.
"이 책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의 관심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여성 살해로 고아가 된, 순식간에 산산조각 난 존재들이 느끼는 망연자실과 헤아릴 수 없는 슬픔, 가늠할 수 없는 분노,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가라앉지 않고 떠오르려는 그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 책은 폭력적인 배우자에게 구타당해 쓰러진 모든 여성에게 분명하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쓰였다. 그들의 죽음은 '치정'이 아닌 '소유욕'에 의한 것이다.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여성들은, 해방될 권리를 빼앗고 달아나지 못하게 하려는 손에 의해 죽임당했다." p7
비 오는 어린이날 읽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었으나, 읽어야 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글로 읽고 이해로 나아갈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혹시 내가 놓치고 있을 주변의 누군가에게 시선을 멈출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조금씩 나누어 읽고자 했으나... 후반부는 더욱 멈출 수가 없어서 완독을 하였습니다. 폭력으로 인해 한 가정이 그리고 그 가족들이 철저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가슴아팠습니다. 폭력을 눈치챘지만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던 파트릭 아저씨의 후회를 보면서 '그건 바로 나의 것이기도 하다'라고 자조하는 주인공의 심정....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이라기엔 너무도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현실의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밤입니다.
괜찮냐고 물었을 때 답이 없다면 그 사람은 괜찮지 않은 거야.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77,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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