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그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은지 물었을 때 답이 없다면 그 사람은 괜찮지 않은 거야." 그러나 그는 다시 묻지 않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나는 생각했다. 열세 살에 프로작을 복용하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그렇다. 레아는 빌어먹을, 아직 어린아이였다). 단 몇 초 만에 어린 시절이 망가진 아이들. 피비린내와 구타의 기억을 안고 자라는 아이들. 울지 않고는 소리 내 '엄마'를 말할 수 없고, 전율하지 않고는 '아빠'를 말할 수 없게 된 아이들 말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끔찍한 사건 후 남겨진 아이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부모가 세상의 전부일 나이에 부모로 인해 세상을 등지게 되는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또 우리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네 이 책으로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아이들을 그저 부수적 피해자가 아니라 제대로 목소리가 주어져야 하고 지원해줘야 한다는 걸 절감했어요.
주인공은 꿈을 내려놓고.. 여동생은 어머니가 먹던 프로작을 처방받고 사라지고.. 이 모든 것이 자기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 남자 때문에 초래되다니.. 게다가 이미 경고의 징후가 여러 차례 나타났는데 모두 무시되고 묵살되어 결국엔 이런 비극까지 이르다니.. 너무 안일한 사회기관들의 대처가 가장 화가 나네요.. 이러니까 결국 피해자들이 신고하거나 이런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기하게 되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가라앉는 레아, 그리고 관심을 가진다고 가졌지만 결국 레아가 자주 잊어버리고 늦게 제출하는 건 몰랐던 할아버지와 나. 그 모든 게 일부로 만든 상황이 아님에도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나의 최선을 다해 남은 사람들과 이겨내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음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어려운 시간을 더 버텨내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무거워졌습니다.
이 남자는 아내가 자기에게 속하고, 자신의 것이며,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210,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사실,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겪었던 트라우마도 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충격이 가한 폭력은 이상하게도 온전히 남아 있었고 악몽도 줄지 않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221,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자기만의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레아를 보다가 세상은 우리를 그저 부수적 피해자로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23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은 치정이나 사랑하는 사람간의 사랑싸움이 아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폭행하고 살인까지 이르게 한 중범죄이고 특히 감정이 얽힌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아내를 떼려서 신고가 들어와도 가정사 일이니 딱히 나설것도 없다며 대충 훈계하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이제 구조가 되겠구나 싶은 그 마지막 희망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고 내가 구조될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무력감에 삶에 대한 조금의 희망까지 없어지고 반대로 이렇게 폭행해도 나는 여전히 건재하겠구나 라는 오만함을 갖게되는 기울어진 운동장 마냥 그런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다. 그러다 사랑해서 그랬다거나 잠깐 정신이 어떻게 된거 같다거나 반성과 후회로 살겠다거나 그런 휴지조각만도 못한 말로 감형받기를 바란다.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벌어진 폭력이 아니라 가정이 무참히 조각조각 나는 폭력이다. 살해자도 피해자고 그 주변가족까지.. 할아버지. 레아. 나..등등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앞으로의 삶이 무참히 버려졌기 때문이다.
36시간 지나고 내 전화가 울렸다. 레아였다. 동생은 그저 "나 필라"에 있어. 데리러 올 수 있어?"라고 말했다 나는 할아버지 차에 올라 아르카숑으로 향했다. 헌병대에 알릴 새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동생이 무사하고 우리에게 돌아왔다는 사실이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93-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프랑스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 현실에도 계속되고 있는 젠더 폭력의 실상을 오늘 뉴스 기사 2가지로 접해 봅니다... 1. 수능만점 20대 의대생, 헤어지자는 여친을 강남역 건물 옥상에서 미리 산 흉기로 살해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074787&code=61121211&cp=nv 2. 술 취해 아내 살해 70대 "말다툼하다가…죄송" 구속송치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508_0002726572&cID=10202&pID=10200
1번 기사는 저도 이미 봤는데요, 이런 유사한 사건이 자주 보입니다. 자신이 거부당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것인지... .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하나의 사건을 넘어서 교육를을 시작으로 여러 사회 시스템이나 우리의 인식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비슷한 사건이 하도 많아서 같은 사건인가 했다가 기사 클릭하면 또 다른 건이더라고요. 절망스럽습니다.
자기 잘못이 아니니 남 탓만 했다. 그랬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는 좌절하고 분노하며 비난하는 사람이었다. p79 그는 편집증, 질투, 나르시시즘의 화신이었다. 노골적으로말하자면 그는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p113
레아는 나보다 더 잘 기억하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와서 와플을 먹었잖아." 내가 미소 지었다. 동생이 덧붙였다. "이제는 와플 못 먹겠어."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94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관중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수군거리는 소리와 곁눈질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는 서커스단의 동물이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01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우리는 이 사건을 치정이 아닌 사회적 사건으로 보아야 했다. 우리는 비극으로 끝난 부부 싸움이 아닌, 지속적인 폭력과 공포가 어디로 치닫는지에 관해 말해야 했다. 살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내세우며 지배하려는 한 남자의 욕구에 관해 말해야 했다. 눈이 먼 사회를 말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일에 이름 붙이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말해야 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03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와플을 못 먹겠다는 레아의 한 마디에서, 사건 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고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오늘 읽은 부분들에서 유독 이 부분이 깊이 남네요. 재판 장면을 읽으면서도 너무 있을 법한 일들이라서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목에서 더 크게 공감했어요.
왜 이렇게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자들의 행동/말의 패턴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똑같은 걸까요? 사고라니...게다가 피해자 코스프레까지....제가 미드 덱스터와 데스노트를 좋아했는데....이런 자들을 처단하고 싶은 생각에 그랬던 거 같아요~데스노트는 아직도 갖고 싶은 아이템입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데스노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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