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저도 밤에 잠자기 전 책을 조금 읽다가 스르르 자는데 이 책은 읽다가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을 잘 못 이뤘습니다. 낮에 읽는 걸로...
충격적인 사건에서 충격적인 것은 우리가 거기에 익숙해진다는 사실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나와 전화를 하는 레아의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비극이 벌어진 현장에 있는 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침착함이라고 하기에는 괴이함까지 느껴집니다. 극도로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레아와 같은 태도가 나오게 되는 것일까요? 나는 "이 소식은 펄펄 끓는 기름에 던져지는 튀김처럼 나를 그 안으로 몰아넣는 것 같았다."(21쪽)라고 하는데, 그의 말처럼 "가장 정확한" 표현인 것 같이 느껴집니다. 한편, 화자인 나가 그 집의 딸인지, 아들인지 궁금해지네요. 레아는 이름으로 보아 여동생인 것 같은데 말이죠.
아들입니다. 본가는 보르도 외곽의 작은 마을이고, 파이에서 살고 있어요.
네, 8장에서 비로소 "남매"(46쪽)라고 언급되네요~
시작부분이 막 몰아치듯 전개가 되어서 저도 왠지 화자가 언니라고 생각하며 읽었어요 ㅎㅎㅎ
저도 처음에는 언니로 상상하며 읽었답니다.
잡지 읽는 데 푹 빠진 아주머니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어수선한 여자아이, 그 아이의 고함과 부산스러움이 거슬렸던 게 기억난다. 그런 내가 싫었다.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이 얼마나 유약한지도 모르고 주변의 비극에 개의치 않는 이 아이를 경이로워했어야 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3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나는 범행을 저지르고 지쳐버린 살인자의 모습을 떠올렸고, 어머니만이 그의 유일한 희생자이고, 유일한 표적이고, 유일한 원한의 대상이었으며, 유일한 증오의 수신자이고, 유일한 폭팔의 원인이고, 유일한 화풀이였으며, 아무리 그가 자포자기 상태라 해도, 최후의 발악이라 해도 다른 순교자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59,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평소라면 17번을 눌렀을 것이다. 그러는 대신 나는 블랑크포르 경찰서 번호를 찾았다. 왜 그랬을까? 17번을 누르면 익명의 누군가가 전화를 받을 것 같았다. 어딘지도 모르는 사무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전화 교환기 앞에 앉은 사람이 절차와 매뉴얼에 따라 내 이름 철자를 묻고, 다시 묻고, 내 말을 의심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을 버릴 것이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거나 미심쩍은 태도로 대해지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전화를 받고, 말도 안 되거나 사소한 일로 전화를 거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전화를 받으면 가장 먼저 통화를 분류하고 거를 것이라고 짐작했다. 나는 우리 도시를 아는, 어쩌면 내 어머니를 알았던 진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30-31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당신이 들은 것과 본 것, 느낀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려고 집에 온 것 같습니까, 아니면 싸우다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 같습니까?"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요?" "암살자와 살인자의 차이죠."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59,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도리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요?"라는 문장까지 읽었을 때 제 머릿속 다음 문장은, "의도적 살인인지 과실치사인지가 달라집니다."였는데요 암살이 나와 당황했습니다;;;
저도 수북강녕님처럼 생각해서 국어사전에 '암살'을 쳐봤었어요. 허허. 암살:몰래 사람을 죽임. 이 뜻이길래 오잉하며 해소되지 않은 물음표가 있었는데요. 의도살인/과실치사 이걸로 이해하고 넘겼습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서 동생이 내게 소리 없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줄 알았잖아, 안 그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잖아?'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동생이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59-60,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한 번 잡은 손을 놓을 수 없더군요. 기차를 타고 보르도 집으로 가는 나의 모습과 생각을 보며 카뮈의 <이방인>이 떠올랐습니다. 뫼르소가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마랭고에 있는 양로원을 가는 모습이 겹쳐보였던 것이죠. 현실과 비현실의 느낌이 혼재되어 있는 그런 상태라고나 할까요?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그 당시 주기적으로 탔던 기차라 눈에 익은 풍경들이 스쳐갔다. 그러나 나는 풍경을 보지 않았거나, 볼 수 없었다. 녹색, 지나가는 녹색, 끝없는 들판. 그 어떤 것도 내 주의를 끌지 못했다. 잡지 읽는 데 푹 빠진 아주머니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어수선한 여자아이, 그 아이의 고함과 부산스러움이 거슬렸던 게 기억난다. 그런 내가 싫었다.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이 얼마나 유약한지도 모르고 주변의 비극에 개의치 않는 이 아이를 경이로워 했어야 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3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일어날 일이었어.' 아니.'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어.?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예측을 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9,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자신이 얼마나 눈이 멀어 있었는지 깨달았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부부의 문제를 단숨에 살인을 저지른 남자의 광기를 어떻게 못 보고 지나칠 수 있었을까? 베르종 아줌마가 굳이 내게 털어놓지 않아도 공포와 괴로움에 질린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베르종 아줌마의 표정에 죄책감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레아를 더욱 세게 껴안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47,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뉴스에서 만나는 부모의 아동학대 살인 사건, 수 많은 데이트 폭력들... 가장 잘 아는 가족이나 지인으로 인한 이 끔찍한 사건들을 접할 때 마다 마음이 무거운데요. 뉴스 몇줄로 접하던 사건의 이 면을 적나라가게 지켜보는 듯한 ....생생하고도 고통스러운 기분으로 읽고 있습니다. 사실적이고도 깔끔한 문장 덕분에 더욱 몰입하게 되네요
이 폭풍 속에서 분명한 사실과 단순한 진실이 동생에게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2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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