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가정폭력이 일어났을 때, 어떠한 일들이 '절차상' 이루어지는지, 그것이 얼마나 피해자 중심이 아닌 행정 중심적인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위에 수집한 문장만 봐도 그렇죠. 특히, 사건 발생 일년 전 어머니의 신고에 대해 헌병대가 한 과실 그리고 그 과실이 밝혀진 현재 시점에서 그것을 변호하는 공무원의 처리 방식에 어이가 없어집니다. 또한 "남녀 관계는 당사자들만 아는 일이고, 문제가 발생해도, 이런 종류의 문제는 부부끼리 해결하는 거니까 끼어들면 안 된다"(154쪽)는 "보통사람들처럼 생각했을 뿐"(154쪽)이지 특별한 과실이 아니라는 안일한 태도가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의 주된 시선을 잘 보여주네요.
때때로 우히 삶의 궤적은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7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이번에도 우리어머니가죄인이었다. 충분히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죄, 멍과 상처로 뒤덮이지 않은 죄.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52,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동의하기 전, 그는 자신이 '이 모든 상황'을 원치 않았으며, 상황이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그것은 '끔찍한 사고'였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62,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읽을수록 화자(아들)에게도 분노를 느껴요... 대충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으면서도 엄마의 변화를 오직 엄마탓으로 돌리고 정신좀 차리라 하지를 않나... 파리로 도망가고 거리를 둔 이유에 그 넘 이유가 하나도 없었을까. 알면서도 자기도 선량한 피해자로 보이는 글이 거북해집니다...가면 갈수록 괜찮아지겠죠?
동생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이다. 그리고 무한한 애정이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래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72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그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은지 물었을 때 답이 없다면 그 사람은 괜찮지 않은 거야." 그러나 그는 다시 묻지 않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77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이제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끼어들지 않고, 추궁하지 않고, 어머니를 보러 더 자주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아버지의 기분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을 후회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177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동생 레아를 위해 발레리노로서 앞길이 창창한 나가 사직서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오는 결단을 한 것에 내심 놀랐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후 비로소 가족이 처한 상황이 매우 구체적으로 실감이 나, 주저함없이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나가 파트릭 아저씨를 만난 후, 그의 "소극성과 양심과의 타협"(178쪽)에 대해 "그건 바로 나의 것"(178쪽)이라는 성찰과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간 가족의 일에 무심했던 고향을 떠난 자의 소극성과 이제는 레아 옆에 있어야 되겠다는 양심과의 타협이 파트릭 아저씨라는 거울을 통해 비춰져 자신을 대면하게 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사과했고,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이제 어머니를 의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믿어주는 척했다. 어머니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혼과 가정, 가족, 집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리라.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 10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어머니는 그때 멈춰야했다. 그게 진짜 가정을 지키는 거였다는걸… 너무 안타까운 순간
거친 말, 높아진 언성, 고함, 갑자기 세차게 뺨 때리는 소리, 그 뒤로 깊은 침묵. “그건 시작에 불과했어.“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10,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폭행하고 그럴 의도는 없었다며 사과하고 또 때리고 네가 자극해서 그런거라며 가스라이팅하고 가정폭력은 결코 해결되지않는거 같아요.
레아가 하는 말을 듣다 보니 비극은 어쩌면 사소하게 시작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협박을 하지 않았다면 화를 면했을지 모른다. 그러다 내 안에 자리 잡은 확신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어떻게든 죽였을 것이고, 결국 죽이고 말았을 것이다. 불이 붙기 위한 작은 불꽃이 필요 했을 뿐. 그리고 본심을 드러낸 그날 싸움이 그 불꽃이 되었다. 언제고 다른 불꽃이 있었을 것이다. 공포에 휩싸이면,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 위로할 길을 찾는 법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7 / p124,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우리는 빈털터리로 거리에 던져졌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들이 압수한 것은 우리의 거주지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의 삶과 기억을 압수하고, 우리의 일상이었던 것을 빼앗아버렸다. 어린 시절도 지워야 하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을 몰수당한 무례하고 어이없는 상황이 몇 달이나 이어지리라는 것을 우리는 몰랐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31 / p141,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비록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이건 소설임을 상기하며 읽고 있습니다. 독서일정에 따라 끊어 읽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책장을 펼칠 때 마다 상황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살인사건 이후 아이들의 자책과 일상이 몰수된 환경, 장례식, 그리고 아버지와의 법정 싸움까지.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유족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동생을 공격하지 않았다. ("신이여,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감사드릴 신은 없었다. 신이 있다면 오히려 원망의 대상이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나는 다가가 동생을 품에 안았다. 마침내 이 포근함에 기댈 수 있었다. 아니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레아는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어서 나무를 껴안는 것 같았다. 동생은 팔을 늘어뜨리고 나를 마주 안지 않았다. 이 무기력은 적대감이 아니라, 동생에게서 삶이 빠져나갔다는 뜻이었다. 어떤 움직임도, 어떤 감정의 가능성도 없었다. 생기를 잃고 껍데기만 남은 모습에서 동생이 겪은 폭력성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45,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사실 우리는 우리 부모가 부모이기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좀처럼 알려 하지 않는다. (…) 마치 우리와 무관 한 듯, 그들이 지나온 길은 그저 그들만의 것인 듯, 관심 없다는 듯 말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68,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그날 이후 나는 표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기억의 조각들은 다른 기억들과 이어지거나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단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77,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김영사/책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그믐의 대표 작가, 조영주
[책 증정] <탐정 소크라테스> 조영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작가와 작가가 함께 등판하는 조영주 신작 <마지막 방화> 리디셀렉트로 함께 읽기[장맥주북클럽] 1. 『크로노토피아』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9. 카페 조영주로 오세요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체호프를 낭독하고 있어요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함께 읽고, 혼자 읽고 <말뚝들>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11월의 책 <말뚝들>, 김홍, 한겨레출판김홍의 <말뚝들> 혼자 읽어볼게요.김홍 장편소설 『말뚝들』(한겨레출판)안노란책 리뷰 ㅡ <말뚝들> 김홍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10번째 여정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스토리 탐험단 9번째 여정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고전 단편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함께 읽기마거릿 애트우드 신간 단편소설집 읽기[책증정]송은주 번역가와 고전문학 탐방 《드레스는 유니버스》 함께 읽고 작가님께 질문해요!
봄에는 봄동!
누운 배 -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바다의 고독 - 우리는 어떻게 바다를 죽이고 있는가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속초에서의 겨울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르네오즈의 특별한 이야기
챌린지 블루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인생독본 그가 읽은 마지막 책오늘 하루를 지배할 단테 시행
벽돌책 격파기
2월에는 반드시!!! <총,균,쇠> 함께 읽어요 (온라인 모임/'그믐' 채팅방에 인증)3월에 반드시!!《이기적 유전자》함께 완독해요!!(온라인)[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한길지기]#6 <사피엔스>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명품 연극, 할인받아 관람하세요~
[할인 받고 연극 보실 분] 슈테판 츠바이크 원작, 《운베난트: Y를 향한 마지막 수기》[초대이벤트] 이효석문학상 대상작 <애도의 방식>연극 티켓 드립니다. ~10/3[초대이벤트] <시차> 희곡집을 보내드리고 연극 티켓 드립니다.~10/31
독서모임에도 요령이 있나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7. 북클럽 사용설명서 @시홍서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