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장까지 읽었습니다.
결국 선택의 여지없이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화자의 결정이 안타까운데요, 그야말로 불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레아는 수면 장애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는데요,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복용했던 약과 같은 약을 처방받은 장면을 보면서 남매가 얼마나 망연자실했을지, 이해나 상상이 된다는 말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가출한 레아가 오빠에게 엄마와 함께 왔던 바다가 보고 싶었다는 말에서 저는 울고 말았어요.
사건 발생 후 21개월 만에 열린 재판에 원고와 증인으로 출두한 남매에게 '기분이 어떠냐'는 바보같은 질문을 하는 기자들!
아버지의 변호사가 늘어놓는 내용들을 읽다보니, 설령 그가 말하는 모든 내용이 사실이었다고한들 그것이 한 사람을 살해한 것에 대한 정당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요? 두 아이를 앞에 높고 이토록 뻔뻔하고 기만적이고 비인간적일 수 있다니. 부끄러움도 모른 채 그렇게라도 살아야겠다니.
레아의 마지막 증언을 들으면서 오빠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마도 엄마가 해달라는 약속은, 잘 살아달라는 말이 아니었을까요...
(쓰면서도 눈물이 납니다.)
[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호디에

greeny
비어버린 한 곳을 바라보다 이미 후회로 가득차있지만, 더 한 후회에 파묻히기 싫어서 내가 그동안 애써왔던 것들을 내려놓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아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만두었지만, 결국 그것또한 후회가 남아서 우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도 마음이 아린 느낌이었습니다. 힘들어서 하늘로 간 피해자도 안타깝지만, 후회가 가득 남아 각자 스스로에게 벌주는 듯한 남은 사람들의 모습도 너무 인상적일 정도로 안타까웠어요. 이것 또한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추측이겠지만, 그냥 매우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던 회차였습니다.

선경서재
"이 책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의 관심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여성 살해로 고아가 된, 순식간에 산산조각 난 존재들이 느끼는 망연자실과 헤아릴 수 없는 슬픔, 가늠할 수 없는 분노,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가라앉지 않고 떠오르려는 그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 책은 폭력적인 배우자에게 구타당해 쓰러진 모든 여성에게 분명하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쓰였다. 그들의 죽음은 '치정'이 아닌 '소유욕'에 의한 것이다.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여성들은, 해방될 권리를 빼앗고 달아나지 못하게 하려는 손에 의해 죽임당했다." p7

선경서재
비 오는 어린이날 읽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었으나, 읽어야 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글로 읽고 이해로 나아갈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혹시 내가 놓치고 있을 주변의 누군가에게 시선을 멈출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조금씩 나누어 읽고자 했으나... 후반부는 더욱 멈출 수가 없어서 완독을 하였습니다. 폭력으로 인해 한 가정이 그리고 그 가족들이 철저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가슴아팠습니다. 폭력을 눈치챘지만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던 파트릭 아저씨의 후회를 보면서 '그건 바로 나의 것이기도 하다'라고 자조하는 주인공의 심정....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이라기엔 너무도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현실의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밤입니다.

그래서
괜찮냐고 물었을 때 답이 없다면 그 사람은 괜찮지 않은 거야.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177,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문장모음 보기

도리
그렇지요..

수북강녕
제가 어릴 때 본 근대 극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걸고 도박을 하는 일이 흔했어요 아버지가 뭔가 잘못하거나 망하면 아내와 딸이 그 부속물로 잡혀가는 일이 흔했고요 나라를 빼앗기거나 도적 떼가 침입했을 때 아내와 자녀를 죽이고 자신도 자결하는 모습이 비장한 가장의 각오이자 유일한 선택으로 표현되기도 했지요 아내와 자녀에게도 자신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거늘, 아버지와 동등한 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아 벌어진 일이겠죠
요즘은 아버지가 자녀에게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고 어머니가 그것을 묵인하는 일이 예전보단 덜해졌겠지만,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어머니와 자녀가 전전긍긍하거나, 아버지의 언어폭력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는 아직도 적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어머니가 자녀에게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버지=가장이 가정경제를 책임짐과 더불어 가족구성원을 소유하는 느낌과는 다르니까요) 아버지가 집안의 어른이라 예의를 지킨다는 허울 좋은 명제로는 전혀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부모든 자녀든 예의와 존중은 서로 지키는 것이니까요

호디에
완독했습니다.
읽으면서 정작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던 부분은 48장부터였습니다. 졸지에 부모를 다 잃은 두 남매와 딸을 잃은 할아버지가 겪어야할 고통은 감히 무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식물처럼 살아가는 레아의 퇴원은 기약이 없습니다. 도대체 왜 이 고통을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떠안아야하는 건지... .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무거움이 더 큽니다.

호디에
“ 이 정체와 무기력 때문에 나는 우리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자기만의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레아를 보다가 세상은 우리를 그저 부수적 피해자로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눈에 띄어서도, 목소리를 내어서도 안 되는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말 없는 투명인간으로 남아 있기를 거부했다. 나는 파괴된 우리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글을 쓴다고 믿는다. 우리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