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끝으로 변호인은 죽기 전 헌병대 문을 두드렸고, 그렇게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용기를 발휘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보다 앞서 목숨을 잃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수백 명의 다른 희생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이런 일이 앞으로도 반복되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유일무이한 존재였던 나의 어머니는 그 순간 모든 여성이 되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11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사실,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겪었던 트라우마도 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충격이 가한 폭력은 이상하게도 온전히 남아 있었고 악몽도 줄지 않았다. 나는 도움이 필요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21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오늘 범위를 읽으면서는 어제 기사를 공유해주시기도 했던 강남역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을 떠올리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유사한 사건들의 범인들은 (개인차는 있겠지만) 변호인이 묘사했듯 '나르시시스트적이고 지배적인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소설 속 아버지가 개인사는 그렇다치더라도 가족사는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어요. 비슷한 사건들로 유일무이한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51장에서 미끄러짐 증후군이란 용어가 나와서 갸우뚱했는데요.. 갈비뼈와 관련된 slipping rib syndrome은 아닐 것 같고.. 그래서 원서를 보니 syndrome de glissement을 그렇게 번역했네요. 이건 프랑스에서 쓰는 노인의학 관련 용어인데요. 양로원 등에 있는 노인들이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면서 나중에는 심지어 식사나 배변 기능마저 떨어지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자신으로부터 삶이 '빠져나가는(glisser)' 증상이죠.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51443448_Syndrome_de_glissement_Clinical_description_psychopathological_models_and_care_management 영어나 한국어에는 딱 맞는 용어가 없는데 그나마 비슷한게 일몰 증후군이나 체념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끄러짐 증후군'이란 말은 문자 그대로 번역가가 번역한 것 같은데 좀 느낌이 살지가 않고 무슨 얘긴지 모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추가했습니다. 삶의 의욕 희망이 사라져서 생기는 이 체념 증후군은 심지어 노인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서도 망먕을 거부당해서 지옥과도 같은 고국으로 되돌아가야하는 아이들에게서 나왔다는데 이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도 나왔다네요. https://blog.naver.com/binna815/222742294940
책 읽으면서 궁금했던 부분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요. '미끄러짐'이 무얼 뜻하는지 궁금했는데 (감옥의 어떤 물리적인 환경이란 연관된 단어인가 혼자 추측도 했네요. ) 무기력 증후군? 정도로 생각하니 이해가 잘 되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작업하면서 인터넷 검색도 하고 전문가에게 문의를 드렸는데, 좋은 답변을 얻지 못해서 원어 그대로 표현했었습니다. 중쇄를 하게 되면 반영하겠습니다.
자세한 설명과 자료 감사합니다. 넥플릭스 다큐멘터리 제목 "Life Overtakes Me"가 이 증후군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듯합니다.
저도 이 다큐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근데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이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는데 왜 유독 망명거부 당한집 아이들에게 나타나는지가 의문이었어요 사실 체념은 삶에 대한 체념일텐데 말이죠
저도 의아했는데 설명 감사합니다!
이것은 '소유욕'에 의한 범죄입니다. 이 남자는 아내가 자기에게 속하고, 자신의 것이며,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아내가 자유를 되찾지 못하게 할 확실한 방법으로 아내를 살해했습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빠를 사랑했는데 아빠는 왜 우리 삶을 망가뜨렸어요?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청춘이 지나가야 한다고 믿고 싶었지만 결국 청춘은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표류하고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자기만의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레아를 보다가 세상은 우리를 그저 부수적 피해자로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눈에 띄어서도, 목소리를 내어서도 안 되는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말 없는 투명인간으로 남아있기를 거부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우리는 이미 미친놈 행세를 하고 별 타격 없이 난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쁜 계획은 아니다. 그저 역겨울 뿐.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04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유일무이한 존재였던 나의 어머니는 그 순간 모든 여성이 되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11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피고가 명백함에도 사건 발생 21개월 만에 너무 늦게 재판이 열린 것도 그렇지만, 재판 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남은 가족들의 고통이 상상 이상일 것이라 너무 안타깝습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울컥하여 눈물이 났습니다. 증인석에서의 레아의 마지막 발언 대목에서였는데요, 레아가 전한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 '약속해줘...'의 의미를 곱씹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라면, 아마도 앞으로는 더 이상 남성 폭력으로 인해 여성이 살해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동참할 것을 약속해 달라는 의미는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도 이 장면 읽으면서 부글부글 끓었다가 눈물났다가... 그랬습니다.
그러나 어디선가 매일 일어나는 여성 살해 범죄가 과연 종식될 수 있을지, 우리가 과연 약속을 할 수는 있을지, 연이어 보도되는 아래와 같은 사건들을 보면 답답하고 턱턱 막힙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799857?sid=102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675154?sid=102
그리고 변호사는 남편의 편집증에 갇혀 숨 막히고 억눌린 삶을 산 여성의 불행을 대놓고 모른 척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0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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