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피해자들이 가장 억울하고 슬픈 순간이겠죠. 저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너무 고통스러웠던 피해자에게 그 이상의 고통을 얹어주는 문장이라 너무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이건 당신의 목숨이 걸린 일이고,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없어요.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22,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견디기 힘들어서 고통받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다시 영위해나가고자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 너무 와닿았습니다. 개인이 받는 고통과 불안의 종류, 정도,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게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고 응원하고 붇돋아주고 싶고 싶은 문장이었습니다.
자살충동 입원이 절대적이지만 나의 결정이 동생의 인생을 통제하는것은 아닌지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에는 아직은 어린 나이인데 너무나 순식간에 닥쳐오는 일들은 기다려주지 않고 쓸어버리고 가고있구나
용기를 발휘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11,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사실,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겪었던 트라우마도 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충격이 가한 폭력은 이상하게도 온전히 남아 있었고 악몽도 줄지 않았다. 나는 도움이 필요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21,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몇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오후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정체와 무기력 때문에 나는 우리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자기만의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레아를 보다가 세상은 우리를 그저 부수적 피해자로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눈에 띄어서도, 목소리를 내어서도 안 되는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말 없는 투명인간으로 남아 있기를 거부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3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그가 대답했다. "원한다면. 그런데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그날 늦게 나는 파트릭 아저씨의 소극성과 양심과의 타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건 바로 나의 것이기도 했다. p178 목격자의 외면. 그것은 '바로 나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내게는 아버지가 악역을 맡아야 했다. 그래야 내가 버틸 수 있었다.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어야 했다. 동생이 머무는 회색 지대를 나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동생도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몰랐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26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사건 이후로 마음이 지옥같은 건 둘 다 마찬가지였겠지만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더 복잡한, 그래서 '회색 지대'에 머무는 동생의 마음이 더 괴롭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정체와 무기력 때문에 나는 우리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자기만의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레아를 보다가 세상은 우리를 그저 부수적 피해자로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눈에 띄어서도, 목소리를 내어서도 안 되는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말없는 투명인간으로 남아 있기를 거부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36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동생의 성장도 멈춘 것 같았다. 젊은 여성이 될 나이였지만, 지적 수준만큼은 여전히 어린아이였다. 시간이 멈춘 게 아니라면, 적어도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23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어쨌든 그도 진실을 말했을 것이다. 다만 내게는 아버지가 악역을 맡아야 했다. 그래야 내가 버틸 수 있었다.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이어야 했다. 동생이 머무는 회색 지대를 나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동생도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몰랐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26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변치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동생이 믿을 필요가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35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나는 파괴된 우리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글을 쓴다고 믿는다. 우리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36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레아의 자해가 고통에 대한 자기 통제권을 갖고자 한, 즉 "수동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수단"(230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레아를 그리고 고통을 겪은 후 자해를 하는 사람들을 전보다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의사의 말처럼 "자해는 자살을 경고하는 신호"(230쪽)이기에 자해 행동을 발견하면 즉시 대비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화자인 나가 "부수적 피해자"로 "투명인간으로 남아 있기를 거부"(236쪽)하며, 눈에 띄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글쓰기라는 행동을 취한 것에 큰 응원을 보냅니다. 언젠가 레아도 자신의 방식을 찾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왼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요즘 시대에 쉽고 가벼운 것을 즐겨 하는 경향에서.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은 책일 수 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지 않는 것처럼.. 가정폭력이라는게 과거의 일도 아니고 현재진행형일이며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문제도 아니고 계층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의 눈은 회피하시 말고 정면을 응시해야 겠구나 라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함께 같이 읽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린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정면 응시', 잊지 말아야겠어요.
그믐에 '좋아요'가 없는 것이 아쉽네요. 말씀에 동감합니다. ^^
스케줄에 따라 책을 읽다가 뒷부분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읽어버렸습니다. 혹시 스포가 될까 글을 남기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지만,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면 폭력은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당장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항상 깨어있어야 함을 우리 주위에 벌어지는 폭력들이 단지 개인의 일이 아님을 그리고, 그 폭력에 고통 받은 모든 사람을 위해 사회가 움직여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속한 독서 모임에서도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의식이 깨어난다면 이러한 폭력과 고통에서 점점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 함께 읽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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