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D-29
사건 이후로 마음이 지옥같은 건 둘 다 마찬가지였겠지만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더 복잡한, 그래서 '회색 지대'에 머무는 동생의 마음이 더 괴롭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정체와 무기력 때문에 나는 우리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자기만의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레아를 보다가 세상은 우리를 그저 부수적 피해자로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눈에 띄어서도, 목소리를 내어서도 안 되는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말없는 투명인간으로 남아 있기를 거부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36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동생의 성장도 멈춘 것 같았다. 젊은 여성이 될 나이였지만, 지적 수준만큼은 여전히 어린아이였다. 시간이 멈춘 게 아니라면, 적어도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23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어쨌든 그도 진실을 말했을 것이다. 다만 내게는 아버지가 악역을 맡아야 했다. 그래야 내가 버틸 수 있었다.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이어야 했다. 동생이 머무는 회색 지대를 나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동생도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몰랐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26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변치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동생이 믿을 필요가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35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나는 파괴된 우리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글을 쓴다고 믿는다. 우리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236쪽,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레아의 자해가 고통에 대한 자기 통제권을 갖고자 한, 즉 "수동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수단"(230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레아를 그리고 고통을 겪은 후 자해를 하는 사람들을 전보다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의사의 말처럼 "자해는 자살을 경고하는 신호"(230쪽)이기에 자해 행동을 발견하면 즉시 대비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화자인 나가 "부수적 피해자"로 "투명인간으로 남아 있기를 거부"(236쪽)하며, 눈에 띄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글쓰기라는 행동을 취한 것에 큰 응원을 보냅니다. 언젠가 레아도 자신의 방식을 찾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왼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요즘 시대에 쉽고 가벼운 것을 즐겨 하는 경향에서.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은 책일 수 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지 않는 것처럼.. 가정폭력이라는게 과거의 일도 아니고 현재진행형일이며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문제도 아니고 계층의 문제도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의 눈은 회피하시 말고 정면을 응시해야 겠구나 라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함께 같이 읽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린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정면 응시', 잊지 말아야겠어요.
그믐에 '좋아요'가 없는 것이 아쉽네요. 말씀에 동감합니다. ^^
스케줄에 따라 책을 읽다가 뒷부분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읽어버렸습니다. 혹시 스포가 될까 글을 남기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지만,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면 폭력은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당장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항상 깨어있어야 함을 우리 주위에 벌어지는 폭력들이 단지 개인의 일이 아님을 그리고, 그 폭력에 고통 받은 모든 사람을 위해 사회가 움직여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속한 독서 모임에서도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의식이 깨어난다면 이러한 폭력과 고통에서 점점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 함께 읽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오늘부터 읽습니다
오늘도 뉴스에 나온 끔찍한 여성살해 사건을 보며 이 책이 더욱 많은 독자를 만나길 바라게됩니다. 의미있는 책 함께 읽고 나눌수 있어 감사했어요. 인스타와 온라인서점에 리뷰 올렸습니다.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p/C6s2jXaxckW/?igsh=MXZ2ZDlqZDhqdGY4dA== 예스24 : https://sarak.yes24.com/blog/romebibi/review-view/19805821 알라딘 : https://blog.aladin.co.kr/m/711080143/15529103
개인이 겪은 불행한 사건은 그것이 아무리 치명적인 것이라 해도 각종 매체에서 지나가는 뉴스꺼리로 취급되기가 십상입니다. 당사자에게도 사건은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쳐 가버리기에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겨우 짐작할 뿐이고, 그것이 또한 무엇이 될지에 대해선 전혀 가늠할 수조차 없는 것이죠. 그렇게 맞이할 뿐. 고통은 천천히 다가옵니다. 뒤늦게 고통을 맞이하고 극복해야할 숙제를 가지게 됩니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살아야할 인생이 되는 것이죠. 산산히 부셔져 파괴된 삶의 조각을 모아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같이 기도합니다.
은유 작가의 추천서 내용 중 "폭력보다 오래 살아남은 자의 증언은 문학이다."라는 문장을 여러 번 읽게 됩니다. 이 비참한 현실에서 문학이 존재(해야)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됩니다. 마지막 책 장을 덮으며, 책 뒷 표지의 "삶은 완전히 부셔졌고 그래도 살아가야 하기에... 나는 오늘도 파괴된 삶의 조각을 모은다."라는 문장을 이 사회에 새기고 싶습니다. 반드시 읽혀야 하고 들려야 하는 목소리이기에, 그래서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깊게 깊게 새기고 싶습니다.
오은영 박사님을 좋아해서 '결혼지옥' 이라는 프로를 자주 봐요.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는 부부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가 보여줍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부부는 서로 상대방을 탓하고 그들의 비난은 일정 부분 정당합니다. 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때로는 혀를 끌끌 차고 때로는 안타까워 눈시울을 적십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이 곳에 나올 수 없는 커플들을 생각합니다. 부부싸움에서 쏟아져 나온 막말, 사이 안 좋은 시댁, 펑크 난 카드 값 말고 어떤 부부에게는 부러진 갈비뼈와 함몰된 이마, 시퍼런 눈덩이가 있겠죠. 정신과 의사의 카운슬링 말고 경찰의 공권력이 필요한 사람들. 일단 살려야 되는 목숨들.
정말 좋은 책이니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의 출판 상황에서도 용기있게 출간을 결정하신 @레모 출판사 대표님께도 좋은 책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려요.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다른 분들이 남겨주신 글에 많이 위안을 받았고 몰랐던 것을 배웠고 작은 희망을 꿈꾸게도 되네요.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의 길은 조금 더 멀어질 것이다. 그때 내가 몰랐던 것은 우리 중 누가 바른길로 가는지였다. 바른길이 있다면 말이지만.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2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세상은 우리를 그저 부수적 피해자로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눈에띄어서도, 목소리를 내어서도 안되는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p236,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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