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한은형 소설가와 [위대한 개츠비] 함께 읽기

D-29
저는 <위대한 개츠비>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로 먼저 본 다음 감명이 깊어서 책으로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나니 소설을 이해하기 더 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에서 1920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묘사해주기도 했고,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캐릭터의 감정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으신 분들은 한 번 영화로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장에서 화자는 톰 뷰캐넌 부부를 만납니다. 데이지는 먼 친척 여동생뻘이고, 톰은 운동에 재능이 많고 돈을 물 쓰듯 하는 유명인사예요. 톰이 갑자기 묻지요. 고더드라는 사람이 쓴 <유색 인종 제국의 발흥>이라는 책을 읽어 봤냐고. '“아니, 아직 못 읽어 봤는데.” 그의 말투에 약간 놀라며 내가 대답했다. “저런, 좋은 책이야. 다들 읽어 봐야 할 책이라고. 그 내용인즉, 만일 우리 백인종이 경계하지 않으면 끝장, 완전히 끝장나 버리고 만다는 거야. 모두 과학적인 얘기들이야. 다 증명됐으니까. (...) 지배 인종인 우리 백인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다른 인종들이 이 세계를 제패하게 될 거라는 거지.”' 소설가가 등장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독서 취향 아닐까요? 책 소개를 통해 인종차별주의자인 자신의 취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 거만하고 무신경한 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했습니다. 요즘 이저벨 윌커슨의 <카스트>를 읽고 있습니다. '가장 민주적인 나라의 위선적 신분제' 즉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을 다룬 책인데요. 그 책을 워낙 흥미진진하게 읽는 중이라, 소설가의 인물묘사가 확 와닿았습니다. 톰, 대놓고 밉상인걸요? ^^ 내가 읽는 책이 나를 말해준다면 책 한 권을 선택하는 일도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한주도 <개츠비>와 함께 즐겁게 달려보렵니다.
당시 톰의 저런 독서는 우생학의 발전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실제로 갈튼이 본격적으로 우생학을 전파하기 시작했던 게 19세기 말 20세기 초였고, 사람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인종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톰도 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국주의 거의 끝물에 나오는 현상 같습니다.
아, 톰이 그런 말을 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우생학이 제국주의의 끝물에 나오는 현상 같다는 말에 공감이 됩니다.
이저벨 윌커슨의 <카스트> 몰랐던 책인데, 미키타임 님 덕에 알아갑니다. 장바구니에 넣어놨어요. 감사 드립니다.
저는 미국에 있는데 이참에 원서로 한 번 읽어볼까 합니다. 챕터가 9개 있네요. 매 챕터 읽어보고 감상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처럼 자본의 힘이 강력한 시대에 좋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
원문으로 몇 장 읽고 있는데 (물론 다는 이해가 안 되지만) 야 번역가 분들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이걸 어떻게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을지 저는 상상만 해도 벌써 좀 답답해지네요 ㅎㅎ 피츠제럴드가 처음부터 묘사를 맛깔나게 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두 번째 날입니다. 오늘은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첫 문장은 아니고 첫 부분인데요. 이 소설을 내내 끌고 가게 되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의 진실은 없거든요.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개츠비의 이야기인 동시에, 말하는 사람인 닉 캐러웨이의 이야이기도 합니다. 닉 캐러웨이가 이렇게 말하면서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신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셨다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말을 명심하라면서요.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9쪽) 닉의 아버지의 이 말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그리고 유리한 입장이란 뭘까요?
여러 가지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닉 캐러웨이라는 화자의 위치 같아요. 함부로 인물들을 비판하지 않고 유보하며 바라보려고 하지만, 결국은 회상자이자 서술자이자 전달자로서 주변 인물을 진술하고 논평해야만 하는 닉 캐러웨이라는 사람의 특수한 위치를 담보하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소설가적인 위치 같기도 하네요.
앗! 한은형 소설가님의 질문에 저도 비슷한 답을 쓰려고 왔다가 russist님의 답글을 보고 순간 '동감!' 했어요.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닉이라는 화자를 선정하고, 닉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게 이 이야기에 힘과 매력을 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개츠비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해서 <위대한 개츠비>를 썼더라면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저는 이 말을 '겸손하게 살아라.'라는 아버지의 조언처럼 들렸어요. 유리한 입장이란 뭘까? 다양한 조건이 있겠지요. 물질적 풍요도 있고, 정신적 여유도 있고... 네게 주어진 입장에 감사하며 살아라는 뜻일까요? 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동기와 결과를 다 알지만, 타인의 행동은 눈에 보이는 결과만 보고, 그 뒤에 있는 성장 배경이나 동기를 알 수 없으니,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충고 아닐까요?
이 '유리한 입장'이란 게 뭘까라고 살면서 생각하는 날들이 많습니다. 저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 제가 유리한 입장에 있을 때 등등 여러 상황에서 이 말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럴 만한 여유가 있을 때에 그러지만요.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의 또다른 변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행한 이들은 제각각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고 이걸 섣부르게 판단하거나 정의내리는 건 위험하다. '유리한 입장'에 관해서는 다소 기계적인 해석이지만 닉 캐러웨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준상류층 집안이라는 계급적인 입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반대로 계급적인 한계와 컴플렉스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제이 개츠비와 대비되는 부분일 거 같고요. 한편 열림원의 김석희 님 번역은 이렇더군요.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말이다.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해라." 원문을 찾아보니 현재 완료 시제를 쓴 걸로 봐서 이 '타고났다'는 뉘앙스의 의미도 나쁘지 않은 해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In my younger and more vulnerable years my father gave me some advice that I’ve been turning over in my mind ever since. ‘Whenever you feel like criticizing any one,’ he told me, ‘just remember that all the people in this world haven’t had the advantages that you’ve had.’
한은형 소설가님 말씀대로 닉 캐러웨이의 성격은 첫 문구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객관적인 관찰자,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로서는 딱이군요. 데이지는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닉에게 데이지가 그럽니다. '“오빠,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고 지내고 있어요. 친척인데도 말이에요. 오빠는 제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잖아요.” 닉이 대답하죠. “아직 전쟁터에서 돌아오기 전이었으니까.” “정말 그렇군요.” 그녀가 머뭇거리며 대꾸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오빠, 그동안 난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모든 일에 아주 냉소적이 되었죠.”' 저는 이 장면을 읽고 데이지가 약간 철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혼식에 왜 안 왔냐고 힐난조로 묻지만 정작 캐러웨이는 목숨을 내건 전쟁터에 있었는데 말이지요. 이스트에그의 대저택에 사는 데이지가 힘들다면, 월세 80불에 웨스트에그에서 세 사는 닉은 어쩌라는 걸까요? 1장에서 4명의 주인공이 다 등장하는군요. 물론 개츠비는 끝에 나와 미스터리한 모습을 잠깐 드러낼 뿐이지만요. 점점 흥미진진해지네요. 2장도 기대됩니다. 여러분 모두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세 번째 날입니다. 1장에서 닉은 먼 친척 동생인 데이지, 데이지의 남편 톰 뷰캐넌, 데이지의 친구 베이커를 만나게 됩니다. 데이지는 천진한 유머와 따뜻함이 있으면서 흥분을 잘하는 돌발적인 성격입니다. 데이지는 닉에게 말합니다. 닉이 한 떨기 장미, 순수한 장미 같다고요.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닉은 말합니다. "그녀에게선 사람을 흥분시키는 따뜻함이 흘러나왔다."(29쪽) 이렇게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잊지 못할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나요?
누군가가 내게 해준 잊지 못할 이야기... 아, 아득한 느낌이 드는 말들이 몇 마디 떠오르네요... 아, 그때 그런 얘기를 했었지... 어쩌면 누군가는 데이지처럼 즉흥적으로 지나가며 한 말인데, 제가 오래도록 붙들고 의미부여를 한 말도 있겠네요. 괜히 혼자 설레고 좋아했던 말들... 부끄러워 더 쓰지는 못하겠어요. ^^
저는 이 부분을 자신에게는 장미와 비슷한 점이 조금도 없었다는 내용의 닉의 독백이 이어지고 있어서 데이지의 즉흥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한은형 님이 다시 짚어주신 뒤에 이어지는 닉의 독백을 보면 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데이지의 한 마디가 닉에게는 제법 오래 기억에 남았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더군요. 잊지 못할 한 마디의 모멘트는 살면서 몇 번 있었던 거 같긴한데, 이건 어쩐지 이런 익명의 공간에서조차 비밀로 감춰두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오늘 과제는 패스하겠습니다.
네, 들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메롱이 님께 떠오른 그 순간이 있다면, 그래도 행복한 기억이 아닐까라고 여겨 봅니다. 이런 순간들로 인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2장이 시작하며, 닉은 톰을 따라 시내로 가는 길에 톰의 정부인 윌슨 부인을 만납니다. 피츠제럴드는 이번에도 작중 인물이 읽는 책의 소개를 통해 성격을 암시합니다. ​ '나는 조용히 거실에 앉아 『베드로라 하는 시몬』을 읽었다. 내용이 형편없어서였는지 아니면 위스키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얘기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 각주를 보니 <베드로라 하는 시몬>은 로버트 키블이 쓴 대중 소설인데,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을 '아주 부도덕한' 작품이라고 평했군요. 작품 속에 가져와 이렇게 대놓고 뒷담화를 하는 걸 보니 정말 그 소설이 마음에 안 들었나봐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부도덕한 소설은 어떤 작품인건지... ^^ ​ 개츠비 얘기는 슬쩍슬쩍 도시전설처럼 나오는군요. 아웅,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는 언제 나오는 거야? 작가가 독자를 상대로 밀당을 제대로 해주시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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