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한은형 소설가와 [위대한 개츠비] 함께 읽기

D-29
사실 이 책을 처음으로 완독 했어요 물론 영화도 보지 않았고 해서 이 기회를 이용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전 잘 모르겠네요, 왜 이제목이 " 위대한 개츠비 " 인지 역설적으로 쓰인 것 같네요, 역시 제 취향은 아닌 듯 내용도 너무 모호하고 ,,, 다시 읽어 봐야 하나, 모두들 너무 좋다는 데 ...
모두들 좋다고 해서 내가 좋을 필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pyomom님의 그 기개가 좋아 보입니다. 내가 좋아야 좋은 것이지요.
셔츠 장면에서 데이지가 스스로의 결혼 생활을 반추할 정도로 자기 성찰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자극에 예민했다가는 이내 휘발되는 모습이 데이지의 정체성 같았어요. 순수하게 셔츠의 아름다움에 감격해서 흘린 눈물이 아니었을까요? 아울러 개츠비 역시 그런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찰나적인 파티들을 계획했던 거겠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열여섯 번째 날입니다. 오늘까지 5장을 읽었으니 내일부터는 6장을 읽겠습니다. 개츠비가 5년 동안 데이지를 만나고 싶어했던 것처럼,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던 게 있으신가요?
그렇게 간절하게 원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과연 그걸 갖기 위해 개츠비처럼 어마어마한 노력을 하고 또 결실을 맺었는가를 생각하니, 웬지 겸손해집니다. ^^ 그냥 나는 그렇게 간절히 바래지 않았던 걸로... 그랬기에 위대해지지 않은 걸로 위안 삼으려고요. 5장 마지막 대목의 노래 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하지 다른 일은 잘 몰라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에게 생기는 건 아이들뿐 그러는 동안 그러는 사이……' 5년이란 시간 동안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먹여살릴 입만 느는 법인데, 개츠비는 어떻게 신분상승을 이뤘을까요? 6장에서는 그 비밀이 드러날까요? 갈수록 흥미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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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이 최근에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군요. 저도 비슷하게 5년을 간절하게 바라며 견디기 전에 인생을 더 생각했습니다. “너희들이 힘들어질 때 영화보다 인생을 더 생각하라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루어지는 아주 소수의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거를 샘플로 ‘오징어 게임’을 할 수는 없잖나.”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497
모두들 꿈을 얘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세상이죠. 조금 이상한 얘길수도 있는데, 요즘에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더 명확히 인지하고 냉소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저도 포함해서 하는 말입니다. 소설 속 캐러웨이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아마 이상할 정도로 낭만성에 부풀어서 자기 인생을 창작하듯이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개츠비가 더 흥미로운 게 아닌가 합니다. 대부분은 캐러웨이처럼 소설(기록)을 쓰는 데서 그치는데 개츠비는 소설을 살잖아요. 생각해보면 되게 이상하죠. 전 가끔 무언가에 헌신적이다 못해 광신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볼 때, 기형종을 보는 것처럼 매혹과 거부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조금 생소한 분야일 수도 있는데 텍스트를 바탕으로 시각예술을 구현하는 제니 홀저가 말했다죠.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날 지켜줘."
원문은 이렇네요. "Protect me from what I want."
libera me 리베라 메 라는 라틴어가 떠오르네요 나를 구원하소서 시각적인 쾌감을 추구하는 미디어는 소비를 부추기지만, 책은 욕망의 절제를 권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욕망으로부터 독서가 저를 구원해주길 소망합니다.
그러신가요... 저는 욕망쟁이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욕망으로 번들거리더군요. 대충 그러려니 삽니다만...
<마담 보바리> 읽으셨겠죠? "더 욕망으로 번들거리더"라는 말씀을 들으니 딱 그 자체인 그녀가 떠오르네요.
지금처럼 마담 보바리도 다같이 읽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제가 스무 살때 대학 수업에서 과제로 <마담 보바리>를 읽으면서요, 너무 지겨웠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에 다시 읽으니 아,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잔인하면서 아름답더군요. 언젠가 마담 보바리에 대해 쓴 글에서 저는 이렇게 썼었습니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신세 망친 여자의 이야기'라고요. 마담 보바리는 책을 보면서 욕망을 부풀리고 부풀려가는 대표적인 인물이라서요.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그래서인지 전 가끔 책 자체가 징그러워요. 읽고 있으면서도 참 이상한 물건이구나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요즘처럼 똑똑한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시간이 금인 세상에서 책처럼 시간을 내다버리기 좋은 매체가 또 있을까 싶네요.
세상 가장 요물 오브 요물이 책이라고.. 저는 지하철에서 책에 푹 빠져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몰래 보게 되더라구요. 저분의 그 순간 기쁨을 궁금해하면서요.
미키타임 님과 다르게 제게는 책이 꼭 욕망의 절제만을 권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어린시절 책을 보면서 저와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원했었고요. 사치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주 긴 이야기가 필요하겠지만요, 저는 책이 가장 사치스러운 매체인 듯합니다. 소설의 경우 거의 이만원이 안 되는 돈만 주면 살 수 있는데, 어떤 책은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시선을 주고,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하기도 하는 것 같아서요. 지금도 그런 책 한 권을 읽고 있는데 너무 좋고, 너무 사치스러운 기분이 들고, 막 저는 그렇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낭만성에 부풀어서 자기 인생을 창작하듯이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개츠비"라서 '위대한 개츠비'라고 불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개츠비는 일반적인, 또 상식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이상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위해 그토록이나 헌신했던 그를 내가 비웃을 자격이 있나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기형종"이라는 말이 확 와닿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열일곱 번째 날입니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6장을 읽겠습니다. 이번 장에서 어느 정도 개츠비의 과거가 드러납니다. 개츠비로부터 그의 과거에 대해 들은 닉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열일곱 살의 청년이 그릴 법한 제이 개츠비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다음, 그 모습에 끝까지 충실했던 것이다.”라고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떤 감정이 들 것 같으신가요?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싶을 때, 그러지 않을까요? 실은 저도 사춘기 시절에는 개츠비처럼 몽상가였거든요. 물론 저는 댄 코디 같은 멘토를 만나지도 못했고, 유산이나 가르침을 물려받지도 못했지만요. 현실이 괴로웠던 어린 시절, 저는 소설로 달아나 머릿속에서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걸로 현실 도피를 즐겼는데요. 그게 평생 이어진 습관이 되었어요. 책을 덮는 순간, 마법이 풀리듯 저는 현실로 돌아왔는데요. 개츠비는 자신이 상상한 모습을 현실에서 끝까지 구현했다니 문득 그 비결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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