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한은형 소설가와 [위대한 개츠비] 함께 읽기

D-29
네,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두 번째 올린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자족감'이라는 워딩이 낯설어서 원문을 찾아봤습니다. 국문 어휘력이 부족해서 저는 이런 단어를 처음 들어본 거 같아요. 베이커에 관해 언급하면서 활용한 단어는 self-sufficiency이고 닉에 대해 언급한 단어는 complacency이더군요. complacency가 좀더 부정적인 뉘앙스 같긴 한데 그러고보니 저는 영문 어휘력도 부족하네요. "Almost any exhibition of complete self-sufficiency draws a stunned tribute from me." "There was something pathetic in his concentration, as if his complacency, more acute than of old, was not enough to him any more." 자족감은 코어 근육 같은 거 라는 생각을 합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근육이 팔 할 정도 있을 거 같고, 나머지 이 할은 후천적인 단련으로 획득되는 근육이 있을 거 같아요. 코어 근육이 생기면 그때부터 관절과 근육이 제자리를 찾게 되고 잘 아프지 않습니다. 칼이나 총을 맞아도 단단한 복근 덕분에 내장이 덜 다칠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코어 근육"이라는 말이 매우 신선한데요. 코어 근육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키우지 못하는 날들인데, 이 말이 제게 화두 같네요.
톰의 애인 머틀은 남편과의 결혼을 후회합니다. 이렇게 말하죠. “내가 (그이에게) 미쳐 있었던 건 막 결혼했을 때뿐이야. 하지만 곧 아차, 실수했구나 하고 깨달았지. 그 작자는 결혼식 때 예복을 빌려 입고도 나한테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느 날 그 인간이 집에 없을 때 옷 임자가 옷을 찾으러 온 거야. ‘아, 그게 댁의 양복이었나요? 전 처음 듣는 얘기거든요.’ 내가 물었지. 난 양복을 그에게 내주고 나서 드러누워 오후 내내 엉엉 울었어.” 사랑은 오해로 시작해 이해로 끝난다던가요? 돈많은 척 연기한 윌슨은 머틀에게 외면을 당하는데요. 과연 개츠비는 위대한 갑부라는 배역을 소화할 수 있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섯 번째 날입니다. 1장에서 톰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닉은 데이지가 해야 할 일은 당장 톰과 사는 집을 나가는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2장에서 톰과 함께 톰의 애인인 윌슨 부인을 만나러 가게 됩니다. 닉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닉 자체가 어쩌면 모순으로 가득한 사람인 것 같아요. 나쁜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니고 그점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견디기 힘들거나 불편한 모임자리를 지키고 있어 본 경험은 있을 것 같네요. 저 역시 싫으면서도 '어떤 끝'을 관음하고 싶은 삐딱함 때문에 계속 남아있을 때도 있었고요. 그래서 "나 역시 위쪽을 올려다보며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변화무쌍한 삶에 매혹당하기도 하고 혐오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나는 집 안에 있으면서 집 밖에도 있는 기분이었다"(56쪽) 같은 대목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저도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2장까지 다시 소설을 읽으면서 전엔 안 보였던 한가지 특징(?)을 발견했는데요. 여성 인물의 말투만 공대하는 투로 서술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주워 듣기로는 과거의 번역에서 안 좋은 사례로 남녀 사이의 위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성 인물의 말투를 평어로 다시 고쳐서 읽으면 어떨까 싶었는데, 눈에 익은 투여서 그런지 아무래도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제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소설을 쓰는 입장이시기도 하니 이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니다. 부러 논란을 만드려는 것은 아니고 바람직한 논의가 됐으면 합니다.
저도 비슷한 불편함을 느껴서, 열린책들의 김영하 작가님 번역본으로 읽었어요. 데이지의 대사는 대부분 그쪽이 훨씬 생동감있개 전달되더군요
아이구 열린책들 아니고 문학동네 ㅠㅠ 수정도 안되네요 ㅠㅠ
2장에서 닉은 일요일 오후에(내일 출근해야할 지도 모르는데!) 톰 일행과 더불어 유난히 과음을 하는데, 이런 행동에 그의 기분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아래 단락에 해주신 말씀 저도 무척이나 공감합니다. 번역된 책을 보면 말씀해주신 것처럼, 남자는 여자에게 반말을 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존대를 하는 그런 상황이 무척이나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나왔던 책일수록 그런 일이 많은 것 같고요. 저는 알아서 변환해서 읽는 편입니다. 요즘 새로 나오는 번역들, 특히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번역가들이 많아지면서 젠더라든가 단어에 대한 감각 같은 것들이 변하고 있더라고요. 언어는 당연히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나왔던 책들은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과 의식구조를 느낄 수 있는 것 같고요. 요즘 나오는 책들은 이러한 부분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섯 번째 날입니다.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오네요. 2장에서 닉은 톰의 애인인 윌슨 부인이 옷을 갈아입은 걸 보고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고 느낍니다. “옷이 날개라더니 그 덕분에 인품마저 달라 보였다.”라면서요. 옷도 정체성의 일부인 듯합니다. 특히, 제복이 그러하고요.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옷도 정체성의 일부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 중에, 내가 만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나의 교집합이 나의 정체성이 아닐까요?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지닌 사람을 만나기도 하니까요.
옷과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의 정체성의 일부를 이룬다는 미키타임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둘 다의 공통점은, 미키타임 님의 말씀처럼 '되고 싶은 나'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 같아요. 오늘 제가 입었던 옷을 되돌아보며, 내일 만나기로 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떠올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크게 강조된 부분인데, 그 사람의 거주지가 정체성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망원동에 사는 사람, 목동에 사는 사람, 신림동에 사는 사람, 일산에 사는 사람, 포항에 사는 사람… 지리적 선택이야말로 별다른 설명 필요 없이 그에 대한 많은 정보 혹은 이미지를 제공하죠.
맞아요. 거주지도 정체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요. 저는 경상도에서 자라고 스무살에 처음 서울에 왔어요. 고향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서울에 와 보니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촌사람이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억울했어요. 나의 출생환경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나의 고향으로 나의 정체성을 파악한다는 것이... '경상도 남자'라는 일반적 통념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어쩌면 지금 저의 정체성은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빚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여러 번역본을 같이 보고 있는데 김영하 님의 번역을 제외하고는 데이지가 존댓말을 쓰고 있더군요. 젠더 이슈를 떠나서 데이지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이런 말투가 어딘지 어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사 파트 부분만큼은 김영하 작가의 번역이 괜찮았는데 참조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반면 지문의 경우는 다른 번역가님들의 번역이 이해가 잘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틀 윌슨은 2장에서 물방울 무늬 짙푸른 실크 드레스, 갈색 모슬린 드레스, 애프터눈 드레스 등 이렇게 장소가 바뀔 때마다 각각 세 번 옷을 갈아입는데,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 같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들은 말씀주신대로 개인의 취향이 녹아있는 옷이 대표적일 거 같고요. 의복 가운데서도 후천적인 취향뿐 아니라 타고난 신체적인 규격까지 고려해야하는 구두, 러닝화 등의 신발류의 선택이 한 개인의 취향에 좀더 노골적인 소품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일곱 번째 날입니다. 오늘의 진도는 2장 끝까지입니다. 톰은 어떤 사람으로 보이나요? 자족감이 여전히 넘쳐 보이나요?
톰은 어쩌자고 아내의 먼친척인 닉에게 자신의 애인을 소개하는 걸까요? 닉을 깔보는 걸까요? 제가 닉이라면 화를 내고 나왔을 것 같은데... 닉이 참 무던한 성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족감이 너무 지나치면 남을 배려하지 않는 민폐가 되는 건지, 자족감이 너무 없어서 타인의 인정을 바라고 저러는 건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저도 톰이 닉을 정부의 아파트에 데려간게 정말 이해가 안되었다는… 나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너도 좋지 않았어? 재밌었잖아? 제멋대로 민폐 코드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그것도 자족감이라고 부를수 있는 것인지 참…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천천히 읽어요
[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웰다잉 오디세이 2분기의 여정
[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4.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나누고 싶은 책 이야기 by 꼬모
편지들이 알려주는 먼 시절의 인생역정낙담과 희망이 뒤섞인 사우디 아라비아 이야기편안하게 명랑하고, 평범해서 비범한 일상과 성장여전히 재미있고 여전히 김빠지는 시리즈 신간추리로 양념 친 러브스토리 연작집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