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비슷한 불편함을 느껴서, 열린책들의 김영하 작가님 번역본으로 읽었어요. 데이지의 대사는 대부분 그쪽이 훨씬 생동감있개 전달되더군요
<소설가의 인생책> 한은형 소설가와 [위대한 개츠비] 함께 읽기
D-29
kuhio
kuhio
아이구 열린책들 아니고 문학동네 ㅠㅠ 수정도 안되네요 ㅠㅠ

메롱이
2장에서 닉은 일요일 오후에(내일 출근해야할 지도 모르는데!) 톰 일행과 더불어 유난히 과음을 하는데, 이런 행동에 그의 기분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은형
네, 아래 단락에 해주신 말씀 저도 무척이나 공감합니다. 번역된 책을 보면 말씀해주신 것처럼, 남자는 여자에게 반말을 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존대를 하는 그런 상황이 무척이나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나왔던 책일수록 그런 일이 많은 것 같고요. 저는 알아서 변환해서 읽는 편입니다.
요즘 새로 나오는 번역들, 특히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번역가들이 많아지면서 젠더라든가 단어에 대한 감각 같은 것들이 변하고 있더라고요. 언어는 당연히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나왔던 책들은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과 의식구조를 느낄 수 있는 것 같고요. 요즘 나오는 책들은 이러한 부분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한은형
여섯 번째 날입니다.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오네요.
2장에서 닉은 톰의 애인인 윌슨 부인이 옷을 갈아입은 걸 보고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고 느낍니다. “옷이 날개라더니 그 덕분에 인품마저 달라 보였다.”라면서요. 옷도 정체성의 일부인 듯합니다. 특히, 제복이 그러하고요.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미키타임
옷도 정체성의 일부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 중에, 내가 만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나의 교집합이 나의 정체성이 아닐까요?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지닌 사람을 만나기도 하니까요.

한은형
옷과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의 정체성의 일부를 이룬다는 미키타임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둘 다의 공통점은, 미키타임 님의 말씀처럼 '되고 싶은 나'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 같아요. 오늘 제가 입었던 옷을 되돌아보며, 내일 만나기로 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떠올리고 있습니다.
kuhio
이 소설에서도 크게 강조된 부분인데, 그 사람의 거주지가 정체성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망원동에 사는 사람, 목동에 사는 사람, 신림동에 사는 사람, 일산에 사는 사람, 포항에 사는 사람… 지리적 선택이야말로 별다른 설명 필요 없이 그에 대한 많은 정보 혹은 이미지를 제공하죠.
미키타임
맞아요. 거주지도 정체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요. 저는 경상도에서 자라고 스무살에 처음 서울에 왔어요. 고향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서울에 와 보니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촌사람이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억울했어요. 나의 출생환경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나의 고향으 로 나의 정체성을 파악한다는 것이... '경상도 남자'라는 일반적 통념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어쩌면 지금 저의 정체성은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빚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메롱이
저는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여러 번역본을 같이 보고 있는데 김영하 님의 번역을 제외하고는 데이지가 존댓말을 쓰고 있더군요. 젠더 이슈를 떠나서 데이지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이런 말투가 어딘지 어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사 파트 부분만큼은 김영하 작가의 번역이 괜찮았는데 참조해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반면 지문의 경우는 다른 번역가님들의 번역이 이해가 잘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메롱이
마틀 윌슨은 2장에서 물방울 무늬 짙푸른 실크 드레스, 갈색 모슬린 드레스, 애프터눈 드레스 등 이렇게 장소가 바뀔 때마다 각각 세 번 옷을 갈아입는데,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 같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들은 말씀주신대로 개인의 취향이 녹아있는 옷이 대표적일 거 같고요. 의복 가운데서도 후천적인 취향뿐 아니라 타고난 신체적인 규격까지 고려해야하는 구두, 러닝화 등의 신발류의 선택이 한 개인의 취향에 좀더 노골적인 소품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한은형
일곱 번째 날입니다. 오늘의 진도는 2장 끝까지입니다.
톰은 어떤 사람으로 보이나요? 자족감이 여전히 넘쳐 보이나요?
미키타임
톰은 어쩌자고 아내의 먼친척인 닉에게 자신의 애인을 소개하는 걸까요? 닉을 깔보는 걸까요? 제가 닉이라면 화를 내고 나왔을 것 같은데... 닉이 참 무던한 성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족감이 너무 지나치면 남을 배려하지 않는 민폐가 되는 건지, 자족감이 너무 없어서 타인의 인정을 바라고 저러는 건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kuhio
저도 톰이 닉을 정부의 아파트에 데려간게 정말 이해가 안되었다는… 나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너도 좋지 않았어? 재밌었잖아? 제멋대로 민폐 코드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그것도 자족감이라고 부를수 있는 것인지 참…

메롱이
닉과 데이지가 친척이긴 하지만 너무 먼 친척이라 가족적인 구분 안에 묶이는 관계라기 보단 그냥 아는 지인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닉의 입장에선 같이 학교를 다니기도 했던 톰과 보낸 시간이 데이지보다는 더 길 수도 있을 거 같고요.

흥하리라
다른 책도 함께 읽고 있지만 진도가 빡빡하지 않아 적절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던지시는 질문과 답변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네요.
반복하여 읽을수록 닉에 더 다가가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주엔 더 깊이 생각해보고 던지신 질문도 더 곰곰히 생각하고 참여해 보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메롱이
2장 말미에 톰이 윌슨 부인의 코를 후려치는 장면에서 자족감을 비롯한 톰의 어떤 프레임이 젠가 게임처럼 무너지는 듯 하더군요.
미키타임
젠가처럼 무너진다는 말씀에 무릎 탁 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한은형
여덟 번째 날입니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3장을 읽습니다.
3장에 드디어 개츠비가 등장합니다. “그는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이상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 미소였다. (…) 그런데 격식을 차린 그의 말투는 가까스로 어리석다는 느낌을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닉은 개츠비의 미소를 보고 호감을 느끼다가 바로 그의 말투에서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사람을 판단할 때 어떤 것들로 판단하게 되시나요?
기행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부분은 그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외모이겠지요. 그러나 외모가 주는 인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의 외모에 익숙해지고 대신 다른 점에 주목하게 되죠. 저는 사람을 판단할 때 특히 말투와 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는 특히 분명한 발음과 좋은 목소리, 듣기 편한 억양을 가진 나긋나긋 한 말투(예를 들면 장강명 작가님 같은)를 가진 사람과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떤 분야이건 간에 그 사람만의 확고한 가치관이나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의 집에 가서 서가를 볼 기회가 있다면 저도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을 판단할 것 같은데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서평, 책리뷰가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떤 사람의 서가를 들여다보는 건 그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미키타임님의 ‘요즘은 그것 또한 타인의 내밀한 이야기라 여겨 삼가고 있습니다.’라는 구절을 보니 저도 그 말씀에 공감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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