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견하는 독서기록법, <하루의 책상> 같이 읽어요.

D-29
저도 작가와 같은데요. 한국, 영미권, 일본 조금... 말고 다른 나라의 책은 읽은 게 없어요. 내 세계가 정말 편향되어 있겠구나 경각심이 들었네요. 동아시아 작가의 책도 찾아봐야겠다 생각도 했어요.
감정은 돌아서도 잊히지 않는 것,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러니까, 같은 단어와 어울렸다.
하루의 책상 p.53, 하루 지음
어떤 소설은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냥 이름일 뿐인데,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이름을 듣자마자 어렵다고 느꼈다. 실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낯선 것임에도. 낯섦은 관계를 묘사하는 말이지만 어려움은 난이도를 포함한 말이 된다.
하루의 책상 p. 54-55, 하루 지음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작품, 완전히 다른 전통과 문화를 지닌 작품일지라도 인물의 감정에는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그것을 찾으면 소중한 씨앗을 찾은 것처럼 반가웠다. 낯선 이름 때문에 몇 번이나 책을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도, 권위에 복종하며 상처를 숨겨야 했던, 너무 가까운 곳에서 반복되는 폭력을 모르는 척해야만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유난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줬다.
하루의 책상 p.57, 하루 지음
그건 어떤 의미에서 손을 잡는 것과 같았다.
하루의 책상 p.57, 하루 지음
어떤 고민을 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력하는지,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알아차린 구체적인 문장들. 그건 내가 살아낸 시간을 아는 이가 있다는 말이었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것을 정확하게 간파하는 문장들을 읽을 때 거대한 장벽이나 얼음 같은 서늘함, 차갑고 외로운 시간 같은 것들을 잊을 수 있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지 않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을 수 있었다.
하루의 책상 p.66-67, 하루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 '2부 아주 느리게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독서기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임 여러분은 독서기록을 하시나요? 어떻게 기록을 하는지, 안 하고 있다면 하고 싶지는 않으신지, 편하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참고로 저는 그믐 모임을 직접 열기도 하고, 다른 모임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독서기록을 남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흐흐.
@구름그림 님! 좋았던 문장 여기에도 남겨주세요~ 1부에 관련된 문장도 괜찮답니다. 그 전 질문에서 답글로 남겨주셔도 너무 좋구요. 꼭 이번 질문에 맞춰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그냥 하루의 책상 책으로 이런 저런 대화를 많이 남기고 싶네요. 지금 구름그림님이 서재에 문장 공유를 열심히 하고 계시는 걸로 보여서 말이죠. 모임에서 같이 보고 싶은 저의 욕심을 드러내봅니다 허허.
저에게 있어서 독서기록은 다시 보려고, 기억해두려고 남긴 것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게다가 블로그에 남긴 책들은 대부분 자기계발서였고요.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그대로 옮기고 있더라고요. 책을 읽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졌었는지보다는 기계적으로 문장들을 옮겨적고 있는 제 모습이 싫어져서 블로그 글쓰는 걸 그만뒀죠. 그 후로는 노트에 좋았던 문장을 필사하는 중이에요. <하루의 책상>을 읽으면서 책을 읽고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관찰해보기로 했어요. 문장이 왜 좋았는지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지 뭐예요. 기록 후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다시 훑어보며 나를 들여다볼 필요도 있겠다 싶고요. 누군가가 꾸준히 해서 이뤄놓은 체계를 단번에 따라잡고 싶어서 조급해져요. 하지만 최대한 조금씩 할 수 있는 만큼만 시도하고 길게 가져가려고 노력중이에요.
헉 구름그림님.. 나눠주신 진솔한 이야기 너무 좋아요. 감사해요. '누군가가 꾸준히 해서 이뤄놓은 체계를 단번에 따라잡고 싶어서 조급해져요. ' 이 마음 너무 압니다. 조급한 마음 드는 것까지 구름그림님의 속도를 조정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요. 같이 내 속도를 찾아보자구요.
작품 속 화자를 통해 이제야 어떤 시기 내가 힘들었던 이유가 타인의 의지에 나를 내어주었기 때문이란 걸 깨닫는다. 내 안에 자리잡은 수많은 경험과 기억, 그로 인한 감정이 조금씩 밖으로 나온다.
하루의 책상 p.102 , 하루 지음
소설을 읽는 것이 다른 의미로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과정임을 알게 한 문장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어딘가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나를 발견한다.
하루의 책상 p.103, 하루 지음
외면하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동안 스스로 감정을 얼마나 배제하며 살아왔는지 알았다. 감정은 배제할 것이 아니라 들여다봐야 하는 것.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되는 것. 어떤 논리로 바꿀 수 없는 출발점이자 정착지라는 것.
하루의 책상 p.45, 하루 지음
책 속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은 여행을 다녀와 나만의 지도를 만드는 것과 닮았다. 종이에 적힌 활자를 통과하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나의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책은 문장이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게 되고, 어떤 이야기는 그 동안 모르고 있던 내면을 일깨워준다.
하루의 책상 p.116, 하루 지음
어떤 책은 좋아서 한 번 더 읽고, 어떤 책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와닿지 않아 다시 읽게 되는 책이 있다. 내 마음과 완전히 어긋난 책이 아닌 이상은 '읽어야 했던' 책이었음을 느끼곤 한다. 저자가 말하는 '내면의 지도'를 구성해나가는 데에 필요했던 책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 데도 도달하지 못한, 아무것도 아닌 사람. 어쩌면 이것이 나를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어디쯤 왔는지도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걸 한다. 완결된 명사보다는 진행중인 형용사가 어울리고, 애매한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것. 인생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닮았고 쉽게 정의되지 않는 독서노트도 그런 나를 닮아 있듯이.
하루의 책상 p.121-122, 하루 지음
아무 것에도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에 두려움이 컸다. 세상이 정해주는 이름표를 달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나를 미워하곤 했다. 그런데 오히려 아무것도 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보니 그동안의 내 미움이 무색해졌다. 나는 나를 열심히 미워하기만 했을 뿐 좋아하는 걸 찾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게 됐다. 이젠 좋아하는 걸 열심히 찾아다니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야겠다.
너무 와닿아요. 구름님의 궤적이 기대되고 말이죠. 나눠주신 이야기가 이렇게 제 마음에 닿아 절 흔드는데 어떻게 구름님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긴 한데요 ㅎㅎㅎ 뭐든 되보자고요!
이 말 쓰면서 이 책도 떠올랐어요 ㅎㅎㅎ 재밌게 읽었던 김중혁 소설가의 산문집인데 추천해요!
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문단의 호모 루덴스' '멀티플레이어' '인간 호기심 천국'. 소설가 김중혁을 수식하는 말이다. 등단 11년, 그의 첫 산문집이 나왔다. 영화와 책, 방송과 음악 등 '김중혁스러운' 취향에서 일상의 소소한 단상, 예술과 사회에 대한 시각까지, 농담처럼 던진 문장에 웃으면서 찔리는 산문 56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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