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4. 차무진의 네 가지 얼굴

D-29
작가님께 그런 말을 듣는 건 정말이지, 영광입니다. 저는 정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머지 작품도 읽어주시면 저는 무척 힘이 될 것 같습니다 ^^ 천천히....편하실 때요. ㅎㅎㅎ
위험한 순간에 0.3초만에 작품이 구상되다니! 신기합니다 전 크게 시간의 왜곡을 느낀적은 없지만 첨으로 해외여행을 간적이 있었는데 하루종일 해가 떠 있는 상황이 신기했습니다 아! 그리고 그런 경험도 있지요?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하루가 1시간처럼 느껴지는데 불편한 사람과는 1시간이 24시간처럼 느껴지잖아요^^ 아~책읽을 때도 그런거 같아요 오늘 오전에 <아폴론저축은행> 남은 부분 읽다 버스시간 지나칠뻔 해서 뛰어갔네요~^^;; <이중선율>에서 할아버지는 사람인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거지요? 나비와 할아버지를 통해 산자와 죽은자의 매개물 역할을 하는걸까요? <서모라의 밤>에서 실제 '서모라'라는 지명이 있는걸까요? <비형도>를 보면 경주가 배경인데 비형도와 같은 소재와 배경의 다른 작품이 있을까요? <상사화당>처럼 옛날에 아이를 공물처럼 제공하는 풍습들이 있었을까요? 심청전도 비슷하거 같지만 상사화당이 더 잔인하게 여겨져서요~ㅜㅜ ㅎㅎ 또 질문폭탄 드려 죄송하지만 궁금증이 많은 독자라~~~^^;;
0.3초 만에 떠오른 이야기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에 떠오른 서사라면 작가님께서 평소 늘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전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이중 선율>을 읽으며 '나비'가 진짜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비가 죽은 자에게도 살아 남은 자에게도 알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두려움이 아닌 삶의 과정으로 연결시켜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p390의 묘사는 죽음이 또 다른 세계로의 이동, '멀티버스'의 세계처럼 그려져 신선했습니다. 보람이와 후배의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구급대원인 두 여성에게 벌어진 폭력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둘 중의 한 명은 귀신일거라 생각하며 봤는데, 두 명이 다 귀신이었다는 반전에 혹시 노인이 저승사자인가?라는 의심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두 귀신보다 더 무서웠던 설정은 안개 낀 새벽 고속도로를 80세의 노인이 150km로 차를 몬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다학교때 트럭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박카스 등 약을 싣고 지방의 약국에 납품하는 일이 있는데요, 그떄 트럭을 몰았던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그분이 당시 70대 후반이었는데. 사탕, 땅콩 등 간식을 넣은 비닐봉지를 옆에 두고 덜덜거리는 1톤트럭을 시속 150으로 달리셨어요. 그 할아버지가 작품의 모티브인데요. starman 말씀처럼 진짜 공포였어요. 운전대를 잡고 캘록캘록 기침을 하면서도 속도는 늦추지 않았는데 조수석에서 전, '저 할아버지 저러다 심근경색이 오면 나는? ' 이라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이건 진짜 소름인데요? ;;?;;?;;
저는 눈이 침침한 할아버지 기사님이 운전하는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기사님이 난폭 운전을 하지는 않으셨지만 그냥 보기에도 눈이 굉장히 침침하신 거 같았어요.
생각해보니 진짜... 안개 낀 고속도로 150 밟으신 어르신이 제일 무섭네요...!
차무진 작가님을 읽는 코드, 혹은 키워드를 꼽으라면 여러분은 어떤 걸 꼽으시겠습니까? 저는 ‘가면’, ‘건조함’, ‘극한상황’, 이렇게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 세 개면 어떨까 하는데요(네, 일부러 ㄱ으로 시작하는 2, 3, 4글자짜리 단어로 맞췄습니다). ‘극한상황’이 ‘건조함’을 만나면 폭력과 파국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장편뿐 아니라 『아폴론 저축은행』에 나오는 단편들도 대부분 저 코드로 읽어낼 수 있는 듯해서 혼자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그 봄」, 「마포대교이 노파」, 「아폴론 저축은행」, 「서모라의 밤」, 「비형도」, 「이중 선율」은 ‘가면’ 해석을 끼워맞출 수 있을 거 같고 「상사화당」과 「피, 소나기」는 조금 어려워 보이긴 하네요. ‘귀신’을 후보에 올려봤다가 ‘가면’에 포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뺐어요. 차무진 작가님 작품의 중요한 귀신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는 거 같아서요. 자기가 가면을 썼는지 아닌지 모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요.
전 작가의 작가, 커뮤니케이터, 문장가, 이야기꾼 이렇게 네 가지 코드로 꼽아 봤는데요 장 작가님 코드도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
앗 맞다. 작가님이 먼저 키워드 네 개를 꼽아주셨죠. 그걸 보고 흉내 낸 건데 글 쓸 때 까먹었습니다... ^^;;;
감당하기 힘든 타이틀을 붙여주셔서....송구합니다..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더 힘들어요 ㅜㅠ
가면’, ‘건조함’, ‘극한상황’그렇군요. 작가님이 붙여주신 타이틀, 타인에게 자랑할게요. 그리고 그 기조, 계속 잘 유지하겠습니다
저는 그 기조 너무 좋습니다! 특히 아마 독자층의 변화 때문인 거 같은데 건조한 기조로 쓰시는 작가님들이 잘 보이지 않는 듯해 더 좋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작가님. ^^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ㅜㅜ
아이쿠, 무슨 말씀을... 화이팅입니다, 작가님!!
전 사막을 천 일 넘게 걷는 듯한, 입에 모래가 가득 찬 듯한 문체가 좋습니다~더더 건조하게 부탁 드려요~
단편 「상사화당」에서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노인의 소원은 ‘손녀가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잡혀간 손녀를 꼭 한 번 보는 거’였잖아요. 이 소원은 이뤄졌을까요? 노인이 목을 매고 아직 숨이 끊기기 전에 손녀를 잠시라도 본 것일까요(그건 그것대로 비참한데요)? 아니면 귀매통이 소원을 이루게 하는데 실패한 걸까요? 아니면 노인이 죽은 뒤에나마 혼령이 되어 돌아온 손녀를 본 걸까요?
음. 날카롭네요. 손녀가 돌아오는 게 아니라 꼭 한번 보는 것이죠. 음.... 노인은 과연 그것을 보았을까요? 단편이지만 독자님들께 내드리는 숙제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요? 작가가 전부 답을 가지고 있지 않는 거, 장맥주 작가님은 누구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ㅎㅎㅎ
매끄럽게 빠져나가시는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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