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 3

D-29
보들레르의 시 중에는 '구름'이 나오는 시들이 있습니다. 시인도 그와 다를 것이 없으니, 이 구름의 왕자, 폭풍 속을 넘나들고 사수를 비웃건만 (<알바트로스> 중) 우연이 구름으로 만들어내는 풍경의 저 신비한 매력 (126번 <여행> 중) 나로 말하면. 구름을 껴안으려다 두 팔이 부러졌다. (<어느 이카로스의 한탄> 중) "구름을 사랑하지요...흘러가는 구름을...저기...저...신기한구름을!" (<이방인> 중, 《파리의 우울》, 황현산 옮김) 구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흘러갑니다. "우연이 구름으로 만들어내는 풍경"이라는 시구에서처럼, 구름이 흘러 어떤 풍경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흘러가며 시시각각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그래서 "신기"하고 "신비"롭게 보입니다. 또한 구름은 지상의 세계에서 보이고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인간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세계, 또는 지상의 세계와 그 너머의 경계에 걸쳐 있습니다. 지금은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날아가고 초고층건물이 구름에 닿습니다만, 보들레르가 살던 당시 구름은 인간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세계에 속했지요. 지상의 세계에서 권태를 느끼는 보들레르는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구름'을 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걸까요?
파리의 우울낭만의 대명사 '파리'도 19세기에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괴물과도 같았다. <파리의 우울>은 근대화의 폭력성을 혐오하면서도 파리의 몰골을 사랑한 보들레르의 혁명적인 산문시 50편이 실린 시집이다.
지난 시즌 102번 <파리의 꿈>을 처음 읽었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시구는 "불꽃 가득한 내 눈을 다시 열고, 내가 본 것은 내 누옥의 끔찍함"이었습니다. 《악의 꽃》뒷부분의 시들(비상했다 추락하거나 죽음의 세계로 가자고 노래하는 시들)을 읽기 전이어서, 권태에서 벗어나려고 꿈, 상상, 환상의 세계를 그리는 보들레르의 시를 읽으면서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면 끔찍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화자는 꿈속에서 자기 멋대로 그림을 그립니다. 꿈속 그림은 1850,60년대에 시행된 파리 재개발 사업으로 근대화하는 파리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들쭉날쭉한 식물을 몰아내"어 도로 폭을 넓히고, 상하수도망을 정비해 "물"이 흐르게 하고, 가스 가로등을 설치해 밤을 "빛"으로 밝히고, 철조 건물을 세워 "금속과 대리석과 물"로 만든 세상을 만듭니다. 그것은 "바벨탑"처럼 하늘까지 다다르고, "수백만 리를 마다 않고 이 세상 경계를 향"합니다. 금속, 대리석, 물은 모두 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지녔습니다. 그리하여 "그것은 제가 반사하는 모든 것으로 눈부신 광막한 거울!"이 됩니다. 그런 세상에선 실체를 보지 못하고 반사하는 빛만 볼 수 있겠지요. "인간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무서운 풍경"이라는 시구로 볼 때, 화자는 근대화로 인해 파리가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ICE9 님 소개하신 데이비드 하비의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뒷표지의 소개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근대적 기획이 만든 널찍한 대로와 스펙터클 뒤로는 환기도 되지 않는 더러운 골목이 즐비하다." "내가 본 것은 내 누옥의 끔찍함"이라는 시구는, "파리의 꿈", 빛으로 가득한 스펙터클에 가려진 파리 빈민의 비참한 실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어요. 이 시는 콩스탕탱 기스에게 보내는 시입니다. 보들레르는 1863년 콩스탕탱 기스를 소개하는 미술 평론을 연재했는데, 기스가 현대 도시의 동시대 사람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현대 화가라고 찬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 평론은 《현대 생활의 화가》라는 책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콩스탕탱 기스는 그림으로 동시대 도시 사람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하는데, 보들레르는 권태에 빠져 비참하게 살아가는 동시대 파리 시민의 모습을 시로 그려냅니다.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265599&cid=42636&categoryId=42636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 자본이 만든 메트로폴리스 1830-1871현대의 고전 13권. 19세기 후반 파리라는 도시의 변화를 지리학자의 눈으로 관찰해 모더니티 성립의 정치경제학적 과정을 드러낸 책으로 건축, 도시학, 지리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문학 방면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아 왔다.
보들레르의 현대 생활의 화가무명의 화가에 투영한 보들레르의 자화상. 보들레르의 「현대 생활의 화가」를 연재할 당시 콩스탕탱 기스는 환갑을 갓 넘겼고, 보들레르와 알고 지낸 지는 4년이 되었다. 실명으로 거론되기를 극도보들레르의 이 글에서는 줄곧 ‘G씨’로만 거명되는 기스는 제도권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인물이다.
모임 열어주신 송승환 선생님, 함께 읽기에 참여하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이름만 들어봤던 보들레르의 시를 황현산 선생님의 번역으로 만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시를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함께 읽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정현종 시인의 시로 소감을 대신하겠습니다.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벌써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송승환 선생님과 함께 읽으셨던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숨쉬는초록 님께서 올려주신 <파리의 우울> 소개글을 보니 보들레르의 작품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저께 출간된 신간 중에 <파리의 발명>(에리크 아장 지음)이라는 책이 보여서, 아마 이 책의 성격도 하비의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와도 겹치는 지점이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저도 다 읽지는 못했으나 하비의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는 오노레 도미에의 풍자화라던가 발자크, 위고 등등의 문학 작품을 빈번히 언급하기에 제가 잘 이해하지 못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하비의 책도 흥미로우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나온 <파리의 발명>이란 책은 보다 인문지리학적인 성격의 역사책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하지만 저자 소개란을 보니 '작가이자 파리의 오랜 산책자'라는 대목을 보니 흥미롭습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황현산 선생님의 다른 책이나 선생님이 소개하신 여러 프랑스 시인들의 작품도 읽을 날이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파리의 발명 - 낭만적 도시의 탄생발자크, 보들레르, 졸라, 드가 등 많은 예술인이 경도된 도시 파리. 다양한 성벽을, 대로를, 정원을, 광장을 품고 또 버리며 현재의 경계를 구축하게 된 파리는 그 과정에서 자유와 혁명의 정신을, 행동하는 군중과 사색하는 개인을 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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