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정지향 소설가와 [사랑의 역사] 함께 읽기

D-29
<사랑의 역사> 초판본 이천 부 중에서 일부는 구매되어 읽혔고, 다수는 구매되어 읽히지 않았으며, 일부는 선물로 주어졌고, 일부는 서점 진열장에 놓인 채 바래가면서 파리들의 착륙장이 되었고, 일부에는 연필로 표시한 부분이 생겼으며, 상당수는 폐지 압축기에 들어가 아무도 읽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다른 책들과 함께 재생지 원료로 갈가리 찢겼고, 그 안의 문장들은 기계의 회전 칼날 속에서 분해되고 분쇄되었다. (109쪽 중에서) 3장 '날 용서해'에서는 작가 즈비 리트비노프가 쓴 <사랑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위에 옮긴 대목은 말하자면 '사랑의 역사에 관한 역사'겠네요. 마침 색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읽던 중이라 "일부에는 연필로 표시한 부분이 생겼으며"에 줄을 그었습니다. 마치 대답을 하는 기분입니다. 응, 나는 연필로 그으며 읽는 중이야, 하고요. 세상에는 두 부류의 독서가가 있지요. 책을 접고 칠하고 긋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이 구부러지는 것조차 신경 쓰이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연필로 밑줄을 긋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귀퉁이에 자유롭게 적어 가며 읽는 편이에요(더 이상 포스트잇을 붙이지 않아도 될 때 느껴지는 속시원함, 해방감...). 그런데 또 모든 책에 이렇게 하는 건 아니고, 앞부분을 읽다가 소장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표시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책은 나중에 깨끗한 상태로 되팔려고요.. 어떤 글에서 문보영 시인은 책 낱장을 찢어서 들고 다닌다고 했는데, 전 그렇게까지 열려 있는(?) 단계는 아닌가 보아요!
각 장마다 주인공에 따라 감정의 깊이가 많이 다른 소설인 것 같습니다. 레오 거스키의 장은 마음을 후벼파는 것 같은데 앨마의 장은 또 너무 가볍고 통통 튀어서 아직은 이질감이 드는데요. 두 개의 장이 어떻게 합쳐질지, 또는 이대로 분리되어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한 시간 남짓 흘렀을 때 브루노가 다시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문 아래도 쪽지를 밀어넣었다. 이렇게 쓰여 있었다. 삶은 아룸다워. 쪽지를 밖으로 다시 밀어냈다. 브루노가 다시 안으로 밀어넣었다. 나는 밖으로 밀어냈고, 그는 안으로 밀어넣었다. 밖으로, 안으로, 밖으로, 안으로. 그것을 빤히 쳐다보았다. 삶은 아룸다워.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것이 삶을 표현하는 말인지도 모르지. 문 반대편에서 브루노가 숨쉬는 소리가 들렸다. 연필을 찾았다. 거기에 갈겨썼다. 영원한 농담이기도 하고. 문 아래로 쪽지를 밀어냈다. 그가 쪽지를 읽는 동안 잠깐의 멈춤. (122p) 오늘 읽은 분량에서는 거스키가 아들의 부고를 듣고 나서의 방황이 그려졌습니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완전히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게 이어지는 유예상태,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포착하고 묘사하는지 놀랍다는 생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죄다 먼저 떠나보낸 거스키는 자기가 묻힐 곳을 상상합니다. 무거운 장면들을 읽고 무거운 생각 하나를 떠올려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자신의 장례식이라니 이 질문에 놀라서 지금 떠올려 보려고 하는데요.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고 아득하다는 생각만 드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요즘은 부모님의 장례식을 자주 떠올려 봅니다. 최근 몇년들어 나의 나이듦이 부모님의 죽음과 결을 비슷하게 한다고 생각하니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일상에서는 자주 잊지만 또 어쩌면 확실한 사실에 늘 놀라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아직 부고 부분까지는 읽지 못했는데요. 작가님의 코멘트를 보니 당장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곧 주말이 다가오니 곧 저곳에 다다를 저를 기대해야겠어요:)
저 역시 저보다는 부모님의 마지막을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어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에요.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얼른 따라오세요!
"내게 카메라가 있다면," 나는 말했다. "날마다 네 사진을 찍을 거야. 그러면 네 인생의 모든 날에 네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난 정확히 똑같아." "아니. 그렇지 않아. 넌 항상 변하고 있어. 날마다 조금씩. 할 수만 있다면 그걸 모두 기록하고 싶어." "그렇게 똑똑하시다면, 오늘은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말해봐." "우선, 키가 만분의 1밀리미터 정도 커졌지. 머리도 만분의 1밀리미터 정도 더 길어졌고. 그리고 가슴도 만분의 1밀리미터 정도 커......" "그렇지 않아!" "아니야, 맞아." "그렇지 않아." "맞아." "또 뭐가 다른데? 이 돼지야." "넌 조금 더 행복해졌고 또 조금 더 슬퍼졌어." "서로 더하고 빼면 정확히 똑같다는 얘기네." "전혀 그렇지 않지. 오늘 네가 조금 더 행복해졌다는 사실이 조금 더 슬퍼졌다는 사실을 바꿀 순 없어. 날마다 너는 조금씩 행복해지고 조금씩 슬퍼지는데, 그래서 너는 지금, 바로 이 순간, 네 평생 가장 행복하고 또 가장 슬픈 거야." (142P) 안녕하세요, 어제는 제 생일이었답니다. 연인과 저의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어요. 물론 많은 사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어렴풋이 시간이 흘러도 기억하게 될 순간이라는 예감이 들었지요. 거스키는 아들의 장례에 참석했다가 아들의 어머니와 자신이 오래 전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추억을 회상합니다. 여러분이 최근에 찍은 사진 중,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주 꺼내보게 될 사진은 어떤 것인가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남들과는 달리 주말에 출근하는 직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유독 차가 더 밀립니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 나들이라도 가는 것처럼 느껴져 심술이 날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꽤 많이 내렸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며칠 간 비가 오고 기온이 뚝 떨어질 것 같습니다. 여태 못 입은 가을 코트를 몇 번이나 입게 될까 셈 해봅니다. 오늘 저는 <아빠의 텐트>를 끝넀습니다. 앨마는 아빠가 엄마에게 선물한 책 '사랑의 역사'에서 이런 서명을 발견합니다. "내가 글을 쓸 줄 알았다면 당신을 위해 이런 책을 썼을 거야. 사랑을 담아, 다비드." 로맨틱한 고백입니다. 그러고보면 저 역시 이 책의 저자 니콜 크라우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누군가 책 선물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이에게 어떤 책을 선물하고 싶으신가요?
며칠이 지났지만 우선 생일을 많이 많이 축하드려요:) 주말 출근을 하면 저도 종종 그런 기분을 느낀답니다. 나만 홀로 세상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은 순간적인 감정이 들 때가 있지요. 그래도 고개 요리조리 돌려보며 다른 일하는 이들을 보며 힘을 얻는 것 같아요. 남은 주말 평온하시고 또 추워진 날에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덕분에 저도 사랑의 역사를 계속 읽고 있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요!
저의 못난 주말 마음에도 공감을 표해주시다니 더없이 다정하십니다!
연휴에 부지런히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다 보니 레오폴드 거스키의 죽음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부분까지 읽었네요. 뭔가 퍼즐의 한 조각이 풀린듯 하다가도 이 친구가 그럼 브루노인가 하며 아닌데 나이를 보면 아닌 것 같고 그런데 앨마는 그 소녀가 맞는 것 같아 하며 혼자 읽고 있습니다. 자신이 평균적인 인간임을 깨닫는 순간조차 이 소설은 참 아름답게 표현하여 놀라움도 느꼈고요. 저는 사랑하는 이에게 어떤 책을 선물하고 싶을지 많이 고민했는데요. 파스칼 키냐르의 책들을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아침같은 책을 왠지 선물하게 됩니다. 늘 조금은 슬픔이 들어있는 책을 선물하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합니다. 아마 사랑의 역사도 다 읽고 나면 그 목록에 들어갈 것 같아 요즘 설레기도 하네요:)
오늘은 196페이지를 읽었습니다. 여기까지 오셨다면 여러분은 거스키의 첫사랑의 이름이 다름아닌 앨마라는 사실을 아시게 됩니다. 아직은 전체적 윤곽이 드러나지 않지만 중요한 퍼즐이지요. 매일 저녁 조금씩 책을 읽고 질문을 남기는 시간이 귀합니다. 날이 많이 쌀쌀해졌어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러나 저에게는 어렸을 적부터 늘 여름이, 그늘 아래서 숨죽여 이야기를 읽어나가던 순간이 더 생생합니다. 여러분께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요? 오늘의 질문입니다.
이 책의 첫 장에는 "그리고 내 삶의 전부인 조너선을 위해"라는 헌사가 있지요. 니콜 크라우스의 배우자인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는 "니콜, 나의 아름다운 여신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있습니다. 이 쌍둥이 헌사처럼 두 책 역시 무척 닮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알 수 없던 인물들간의 관계가 이야기가 진행되며 이어진다는 것, 어린 화자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는 것 등 흡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지요. <엄청나게 시끄럽고...>역시 제 인생 책 중 하나입니다. 가끔은 두 책의 내용을 뒤죽박죽 섞어 떠올리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는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여러분에게 이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좋은 주말을 맞이하시길요. (저는 234페이지를 읽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읽고 있는 대목을 공유해주세요.)
저는 밤 잠들기 전에 늘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오늘 259페이지까지 읽었습니다. 이제 뒤로 가니 점점 조금씩 어떤 비밀들이 밝혀지는 것도 같네요. 죽은 아들의 집에 홀로 방문하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요? 아이작은 과연 그 책을 읽었을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브루노가 앨마를 알았다니 놀랍고요. 지금의 앨마는 과연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도 듭니다. 많이 쌀쌀해진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 이 날씨와 이 책이 정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나저나 추천해주신 <엄청나게 시끄럽고…>는 사랑의 역사를 다 읽고 바로 꼭 읽어보도록 할게요. 벌써 기대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이제 끝을 향해 가는 이야기가 벌써 아쉽지만 다음 주에도 인사 나눌게요. 매번 좋은 질문들 감사합니다. 날 쌀쌀해졌는데 건강 잘 챙기시는 나날들 되시길:)
모임의 마지막 날입니다. 저는 이제 막 책장을 덮고 그믐에 접속한 참입니다. “열여섯 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성숙한 열네 살일 수도 있”는 소녀 앨마와 “세상에서 가장 늙은 할아버지” 거스키가 마침내 대화를 나누는 마지막 장을 여러분도 읽으셨나요? (여러 일로 독서를 멈추신 분들께도 반드시 완독을 권해요, 화이팅!) 이 책의 마지막 챕터는 언제 읽어도 아름답고 기적같습니다. 그러나 그 기적은 갑작스레 찾아온 삶의 선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끝내 사랑을 향해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거스키와 엉뚱하도록 집요하게 <사랑의 역사>의 진실을 탐구한 앨마의 의지가 마침내 이루어낸 결실이지요. 앨마가 앨마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태어난 것 역시 거스키가 <사랑의 역사>를 쓴 덕임을 떠올려 보면 이 두 사람의 생은 하나의 사랑을 통해 느슨하고도 분명히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낸 지난 28일간의 시간도 느슨하지만 분명한 연결이었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을 통과해 다시 마주하게 될 연결이요. 언젠가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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