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D-29
연극을 보고나서 중권을 건너뛰고 하권을 몇장 보았는데, 이반이 처참히 무너져 있어 놀랐습니다. 연극이 이반과 스메르자코프를 메인으로 보여줬지만, 짧은 시간에 정말 엄청난 캐릭터를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극/영화에서 꼭 한번은 깜빡 졸았었는데 이번 연기를 졸지 않고 볼 수 있던 흡인력이 너무 좋았습니다.
3에 답해 보자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는 파멸극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3대 장편은 모두 한 가지 주제의식을 뚜렷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무신론의 경고입니다. 사람은 믿음이 사라지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는 것이 도 선생님의 주장인데요, 이후 그가 우려했던 대로 세상이 무신론자로 가득차게 되면서 도 선생님이 현명한 예언가의 자리에 오른 것 같아요. 도스토옙스키에 따르면 무신론은 절대 그 당사자 한 명만 파괴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악령>을 보면 막상 스따브로긴보다 그 옆에 간악한 뱀같은 뾰또르가 더 많은 나쁜 짓을 저지르고 다닙니다. 무신론자를 악령에 빗댄 원제도 Besy 즉, demons 이니 "악마들"인거죠. 믿음이 사라지면 귀신 들린 돼지떼가 될 것이라는...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도 막상 이반보다는 그에게서 영적으로 감동감화받은 스메르자코프가 살인을 저지르지요. 무신론은 엄청나게 큰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점점 그 이론은 전파되어 널리 퍼지고 여기에 오염되면 결국 그 끝은 스메르자코프처럼 파국에 이른다며 엄중히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라 저는 생각했어요. 저도 @불량자전거 님처럼 원작의 해석을 좀 중시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연극을 그냥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고요. 다음 번엔 연극 먼저, 독서 나중으로 경험해 보고 싶기도 하네요.
공연을 먼저 보고 책을 나중에 읽는 것도 아주 흥미로울 것 같아요 원작이 있는 영화를 먼저 보면 내용이 스포가 되어 책을 읽기 시시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동진 영화평론가님과 김겨울 작가님의 대담에서도, 책이라는 매체?에 담겨진 내용이 훨씬 더 깊고 풍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나중에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정확한 대화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취지에 상호 공감하는 이야기였어요) 다음 연뮤클럽 기획할 때 선 관극 후 독서 일정으로도 생각해 봐야겠네요~!
2. 스메르자코프는 왜 그랬을까요? 발제 답을 생각하면서 이반과 스메르쟈꼬프의 대화가 실린 하권을 일부 다시 읽었어요. 작년에 읽었을 때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네요. 아마 연극에서 이반과 스메르쟈꼬프가 얽혀있음을 시각적으로 강렬히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나 생각합니다. 작년 원작을 읽을 때는 이반과 스메르쟈꼬프가 독립된 개별 인간으로 느껴졌어요. 논리적으로 신을 거부하며 고통에 직면하는 인간인 이반(‘도대체 이제 신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과 고통으로 태어나서 어머니를 유린한 악한에게 털끝만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 채 (기존 질서 자체가 악이고 부당한 상황이며 그 안에서 무기력한 존재임)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가치를 앞세워 기존 질서를 파괴해 버리는 스메르쟈꼬프라고 느꼈던 것이지요. 그런데 연극을 보고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반이 만들어낸 환영 (악마)와 스메르쟈꼬프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악마가 사라지면서 동시에 스메르쟈꼬프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는 점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기 때문이에요. 이반은 시험받는 자이고 그의 내면의 악마가 스메르쟈꼬프였구나 싶습니다. 특히 이 소식을 전한 사람이 알료샤라는 점도 눈에 들어오네요. 알료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만일 스메르쟈꼬프가 죽었다면 아무도 이반 형의 증언을 믿지 않을 거야. 하지만 형은 법정에 출두해서 자백하겠지! 하느님께서 승리신 거야!’ 도스토옙스키가 알료샤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을 이야기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네요.
"사랑하는 덴 뭔가 이유가 있는 거야, 너희 둘이 나한테 뭘 해줬는데?" "아무 이유 없이 사랑해봐, 알료샤처럼." 표도르, 드미트리, 이반, 스메르자코프가 끊임없이 돈과 여자를 탐내며 카라마조프가 카라마조프하는 가운데, 알료샤만이 저주받은 카라마조프의 사슬을 사랑으로 끊어내죠 ♥
지금보니 17시간 남았다고 나오는군요. 오늘 자정이면 이 모임이 끝나네요. 아쉬운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안 읽는다는 고전 중의 고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우연히 읽게 되고, 또 이렇게 연극으로도 접하게 되었는데요.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앞으로 다른 고전들도 많이 읽고 싶어집니다. 연극도 많이 보구요. ^^ 이번 그믐 활동을 하면서 느낀게 많아요. 제 주변에 있고 제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보통 저와 비슷하기에 친근하고 좋기는 하지만 자극은 덜 되는데요. 이렇게 모르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각적으로 답이 오고가는 채팅창이나 줌미팅과는 다른 매력이 있네요. ^^
2번 스메르자코프가 연극 시작때 하인으로 고개를 푹숙이고 형제들과 아버지 옆에 쭈그리고 있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못하는데서 생긴 결핍과 증오, 존재에 대한 불완전함이 파멸에 이르게 된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 스메르자코프는 왜 그랬을까요? 이 질문은 꽤나 중의적입니다 작품에서 그가 직접적으로 목숨을 빼앗은 사람은 비단 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두 번째 살인에 대해서도 그 이유와 목적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두근두근 기대와 더불어 4월부터 이어온 모임이 오늘밤 마무리되네요 '그믐연뮤클럽'이라는 첫 시도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몇 편을 골라 놓고, 최종작을 엄선하기 위한 깜짝 이벤트를 계획 중입니다 ^^ 언제까지나 함께 해 주실 거죠?!
'그믐연뮤클럽' 진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깜짝 이벤트 기대하겠습니다 ~
제주에 출장 왔는데 숙소 와이파이 연결 상태가 안 좋아서 마지막 글 쓴 게 다 없어져버렸어요. T.T 평소 무식하게(!) 책만 읽고 연극이나 뮤지컬은 잘 몰랐는데 모임지기님께서 잘 이끌어 주셔서 좋은 공연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교양인으로 거듭난 듯한 이 느낌~~ 다음 번 뒤풀이도 책임질테니 불러만 주세요.
화창한 봄날 지하 3층 깊은 곳 소극장에서 이토록 심오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마치 인간의 어두운 심연에 닿았다가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문학 작품 속에 푹 빠져서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몰입감이 신기했습니다. 이 어둠의 집안을 만날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또 만났네요. 그믐에서요^^ 내내 즐겁게 이끌어주신 수북강녕님과 같이 글 나눈 분들 감사합니다.
그믐연뮤클럽 계속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출장 많은 한 주라 후기 많이 못썼지만, 직접 뵌 분들의 이야기늘 온라인으로 나누는 즐거움이 크고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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