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담 12·12·29

D-29
반갑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참여가 늦어졌는데, 열심히 활동해 보겠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방식의 플랫폼이라 조금 낯서네요. 두서없이 지금까지 생각나는 지점들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이 책이 가진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공정이라는 화두가 왜 대한민국에서 떠오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분석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례로 취업률과 자살률 등의 통계를 통해 한국 청년들이 처한 위기적 상황을 조망하는데, 제가 글을 읽기 시작한 시점부터 취업률과 자살률은 항상 좋지 않은 지표였습니다. 실제로 통계를 확인해 보니, 청년실업률은 16~17년경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추세(*1)이고, 청년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하다가 코로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을 2020년 주저앉은 이후 다시 회복되는 모양(*2)입니다. *1 https://www.index.go.kr/potal/stts/idxMain/selectPoSttsIdxSearch.do?idx_cd=1063 *2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495 이렇듯 고용 위기는 계속해서 존재해 왔습니다.* 즉, 이러한 위기 상황만으로는 왜 공정 담론이 최근(2020년 이후) 급격하게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되었는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는 러프한 통계이고, 실질적으로는 고용 형태의 변화, 노동의 질 변화등이 수반되어 위기가 심화되었을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추후 다시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저는 이러한 경향이 단순한 경제조건으로부터 기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 사회 내 담론 문맥을 읽어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인터넷 공간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시인사이드의 토양 위에, 일베가 등장한 이후 한국 인터넷은 보수로의 전복이라고 할 만한 대전환을 겪었습니다. 기존의 민족주의 진보가 휘두르던 가치는 이렇게 뒤집힌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 설득력을 상당부분 잃었습니다. 김학준은 '보통 일베들의 시대'에서 이러한 과정을 시계열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여기에 2010년대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외국의 다양한 담론들이 한국에 수입되게 됩니다. 페미니즘, 퀴어 등등의 문제가 말이죠. 이런 다양한 가치의 수입, 사회의 다변화는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수많은 싸움-논쟁이라기엔 지저분하고 감정적이며 비생산적이었습니다.-이 있은 후, 이제 사람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민감한 주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게 되었고, 대학가 학생회는 잘 구성되지도 않을 뿐더러 의견 표명에 매우 소극적이 되었죠.(최근 저희 고려대학교에서는 총학 차원의 퀴어 퍼레이드 참여가 학생들의 반발로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머리아프지 않은 주제가 필요했습니다. 다변화된 가치를 일일히 따지지 않고,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가치를 말이죠. 그것이 공정이었습니다. 책의 46~52페이지에서 분석되는 담론적 폐쇄의 5가지 특징을 보면 공정이라는 말이 얼마나 편리한지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옛날의 반공, 반일 등의 주제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죠. 공정이라는 개념의 급부상은 이러한 담론 지형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부상에 정치인들이 응답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공정 담론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담론이, 실질적인 공정에 대해서 논하기보다는 단순 시험만능주의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로스쿨보다는 사시, 수시보다는 정시. 같은 식으로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네요. 책 전반이 공정하다고 사람들에게 믿어져온 능력주의의 허상적인 측면을 비판하고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혹시 그 부분을 요약해서 적으신 건가요 ?
네. 이 부분은 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최근의 공정 담론 자체에 대한 비판입니다. 책이 비판하는 능력주의의 허상적인 측면에 동의하는 의미해서 작성했습니다. 능력주의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진정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능력과는 무관한 내용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요. 책 65-66페이지에서 언급되는 맥락과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다변화된 가치를 일일이 따지지 않고,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가치가 사회 담론의 주를 차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정치적'으로 다분히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최대한 다수의 사람들을 선동하여 표를 얻는 일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단순한 논리들이 힘을 얻기 좋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공정', '반공', '반일' 이라는 단순한 가치는 현재 보수 진영이 주로 사용하는 정치 논리입니다. 반대로 진보 진영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가치는 '공공', '기본', '적폐청산' 등이 있죠. 저자의 담론적 폐쇄에 대한 논의에는 동의하지만, '공정'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유일한 적으로 내몰고 대안적 가치 찾아 나서는 것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공정'이라는 가치는 이번 대선과 총선 때 보수 진영에서 주로 제시한 논리이고, 사회의 주요 담론이 된 지 2년도 채 안 되었습니다. 그 이전 대선에는 진보 진영에서 내세운 '상식'이라던가 '(보편적)복지' 같은 가치들이 승자가 되었죠. 이번에는 패배했을 뿐이구요. 5년 뒤에는 다시 대세가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저는 '공정 이후의 세계'에서 필요한 것이 다른 (단순하고 직관적인) 대안적 가치라기 보다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가치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바램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요. 또 재밌는 건 유럽의 경우 다변화된 가치에서 단순한 가치로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극우 혹은 극좌 정치인들이 힘을 얻고 있거든요. 그러니 다변화된 가치라는 것이 애초에 '대중화'가 될 수 있느냐는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안적 가치가 필요하다기보다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가치로부터의 탈출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많이 공감됩니다. 저는 아직 초반부를 읽는 중인데, 평소 공정 담론에 느끼던 피로감이 언어로 구체화되는 감각을 느끼고 있어요. 문제 의식을 설명하고 설득을 구할 수 있는 언어를 얻었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적해 주신 바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공정이란 무엇인가, 이 사회에서 공정이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가, 진정한 공정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하기보다는 현 한국 사회의 공정 담론을 결과론적 측면에서만 비판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이 책에 기대했던 것은, 그 무엇보다도 공정의 개념에 대한 재정의,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에서 말하는 "공정"이란 어째서 공정일 수 없는지에 대한 자세한 논의였습니다. 보다 정치철학적이고 개념적인 내용을 원했던 것 같네요. 저자가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안적 가치들이 무엇인지 앞으로 더 살펴봐야 책에 대한 의견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저 역시 공정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양한 분의 의견을 듣고, 나누고 싶어서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최근 어떤 책을 읽으면서 능력주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별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마참가지였고요. 그런데, 능력주의는 저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과연 열심히 해서 얻은 기회나 학벌에 대한 차별은 옳은가?' '어쩌면 나 역시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에 대한 회의도 들었죠. 어쩐지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공정이라는 가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능력주의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형성되게 되었고, 왜 옳지 않은가에 대한 성찰을 여러분과 나누면서 해 나가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인사가 늦었습니다. 사회는 공정을 목표로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그 공정이라는 것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공정을 위한 세계가 아닌 <공정 이후의 세계>의 제목이 제 흥미를 자극해서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사회적인,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제 자신이 불모지라고 생각하여 관련 분야 책을 읽거나 생각을 나누는 활동 등을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들어 뉴스를 찾아보는 일도 흥미가 생기고 주변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과 토의하는 활동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아주 사소한 일이더라도 불공정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공정'에 대해서, 나아가 공정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5쪽에 언급되는 정규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재밌지 않나요? 경제원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정규직은 고용 안전성에 대한 대가로 더 적은 급여를 받고 비정규직은 불안정성의 반대급부로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규직이 더 많은 급여, 더 많은 보장, 더 많은 안정성을 획득하는 것이 당연시됩니다. 외국 사례와 비교해 보고 싶네요
정규직이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 또 앞서 서술해주신 시험만능주의로의 회귀. 이것이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공정 논의의 독특한 양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정규직이나 시험 합격자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죠. 이 '자격' 개념은 팍스 아메리카나적인 미국의 능력주의와 유사해 보일수도 있겠으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노력'에 대한 공로에 중점을 둔다는 것입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 한국사회는 수험생의 대학입시에 있어 부모의 경제력이 강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모두들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이 교육구조만큼은 불공정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경쟁의 장에서 능력이나 환경에 대한 페널티는 노력여하에 따라 충분히 극복 가능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노력만 하면 개천에서 용날수 있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부잣집이라도 명문대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격론은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학계열에 머물면서 '공정'보다는 '공평'이나 '평균'이란 단어에 더욱 가까웠던 사람인데요, 이번 기회를 빌어 사회적인 '공정'은 무엇일까에 더욱 흥미를 느껴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책이든 이 그믐 플랫폼이든 흥미로운 주제들이 마구 쏟아져나와서 너무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책을 읽기 전까지는 '공정'을 '가중평균'이라 생각했어요. '평등'이 모두에게 양적으로 동일하게 분배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수치적으로는 '평균값을 배배분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때 '공정'이란 평등에 '올바르게'라는 사회적 개념이 추가되어 각자에게 사회적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동될거라 생각했어요. 이 사회적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하는지가 공정을 위한 정책과 행정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역시 사회적 개념을 정책에 적용하기 위해 수치화하는 것은 항상 쉽지 않으며 그 이유는 적당한 수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그 수치의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사회적 합의의 방향성과 정도 차이가 같은 제도를 운영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공정=평등+올바름'이라는 도식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원래부터 '평등'에 '올바름'이 포함되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물론 '평등이 모두에게 양적으로 동일하게 분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전제를 달아주셨습니다만, 이 전제는 더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진 뒤에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평등도 결과의 평등이나 기회의 평등의 양상이 전혀 다르듯 그 개념적 사용에 따라 의미가 극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죠. 결국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사회의 공정 논의가 난항을 겪는 이유는 '공정'을 비롯하여 평등', '올바름' 등의 윤리적 개념들에 대한 개념 정립이 혼란을 겪기 때문입니다. 이 개념들은 모두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기에, 다양한 형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이 개념들이 개인에 따라 취사선택적으로 사용되어 자신의 사적 감정을 정당화하는데 쓰이고 있다는 것이죠. 저자가 지적하듯 한국에서 논의되는 '공정' 화두들에는 '공정 그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적 고찰이 선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겪은 억울한 상황에 대한 분노 표출에 불과합니다. 사적 감정이 공적 개념을 참칭하는 것입니다. '공정'이나 '평등'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하지만 문제는 무엇이 공정이고 무엇이 평등인지에 대한 고찰은 부재하고, 본인의 억울함에 따라 '불공정하다', '불평등하다'고 말하는 것이죠. 따라서 공정 논의에 대한 생산적인 방향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개념들에 대한 의미 정립을 더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개념에 대한 정립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말에 백 번 공감합니다. 얼마 전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친구와 긴 토론을 나눈 적이 있는데, "평등"이라는 단어의 개념 정의부터가 달랐고 더 근본적으로는 서로가 생각하는 "도덕"의 개념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그 친구는 사회가 작동하는 기제가 결과적으로 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했어요. 결국 "가진 자가 옳다"로 귀결되더군요. 수많은 근거를 대면서 반박했지만 개념의 정의부터가 다르니 말이 빙빙 돌고 아예 논의를 진행할 수 없었어요. 그 친구는 자신의 주장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했고 분명 연역적이긴 했지만, 대전제부터가 틀렸다는 것은 결코 납득하지 못하더군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득했습니다. 그래서 포스터만 보고 지나쳤던 《공정이라는 세계》 독서후담 모임에 부랴부랴 막차로 들어왔죠... 이 책에서 그런 개념의 재정의 부분을 철저하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제목처럼 '공정 이후'의 대안적 가치를 탐색하는 책인 만큼 제가 기대한 부분은 좀 더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다른 분들이 '정의'를 정의내리는 방식도 듣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익"이라는 롤스의 정의론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안녕하세요! 다른 분들이 논의해주시는 것만 보다가 이제야 저도 글을 남겨보네요. 저도 요즘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공정'에 대한 논의는 그 기준이 개개인의 억울함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관련 내용이 나올 때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 특히 책 38쪽에서 소개한 인국공 정규직 노동조합의 <대한민국의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호소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호소문의 이면에는 사실 인국공 정규직 노동조합의 억울하고 괘씸한 마음이 있지만 겉으로는 사회 정의를 위하는 것으로만 보이죠. 저는 이들이 억울함을 불공정으로 포장해 당당히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침묵의 나선 이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언권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큰 목소리로 불공정을 외치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발언권자의 의견이 틀리다고 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발언권자의 의견이 주류이자 옳은 말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책에 대한 이러한 깊은 공감과 흥미에도 불구하고, 이미 말씀해주신 것처럼 책에서 현재 사회적으로 주로 쓰이는 '공정'에 대한 개념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만 할 뿐, 그렇다면 과연 옳은 공정은 무엇인지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이 점에 주목하면서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대학원생 멘토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공정 이후의 세계>는 구조의 불평등을 은폐한 채 각자도생만 내세우는 원리가 ‘공정’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 아래서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고, 보수 기득권자들의 논리에 영합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론이 이어지는 내내 견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볼 때, 이 책에서 ‘공정’이라는 용어가 다소 단순하게 사용되는 점과 개념 정립의 필요성을 공통으로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많은 분께서 언급해주셨듯이 이 책은 ‘공정’ 자체보다는 ‘능력’이나 ‘노력’을 내세워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하고 이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자 하는 능력주의 담론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공정’ 담론은 어떠한 정치적 노선을 경유하느냐에 따라 그 개념과 인식이 크게 달라지기 마련일 텐데, 여기서는 주로 우파의 ‘공정론’을 들면서 이를 능력주의 신화의 철폐와 긴밀히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공정 담론의 문제성이 제기될 때, 불공정한 사회 구조를 강화해온 주축들이 ‘공정’을 가장하며 세습과 계층 사다리 단절에 일조해온 것을 우선 거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창작과비평 2021 가을호>에 수록된 신진욱의 글에 따르면 “공정 담론은 진보와 보수 언론 모두에서 빈번히 등장”했으며 “진보언론”이 오히려 더 꾸준한 빈도를 보여줬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52) 각 노선에서 ‘공정’을 거론하는 맥락과 목적이 상이한 만큼, 이 변별점을 충분히 구획 짓고 서두에서 저자가 ‘어떤’ 공정 담론을 가져와 비판할 것인지 제시해줬다면 앞서 언급되었던 대다수의 의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 논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2. ‘공정’만큼이나 이 책에서 ①‘청년’, ②‘능력’이라는 개념 또한 협소하게 다뤄지고 있지는 않은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책에서 다양한 ‘청년’ 유형을 사유하기보다는 청년층이 엘리트주의를 맹신하는 특정한 전형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종종 받았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고학력 청년이 자원이나 계층의 도움을 얻는가? (‘고학력’이 획득되는 방식이 과거와 같이 그렇게 단순한가?, ‘고학력자’ 내부의 위계 차이를 간과할 위험이 있지 않을까?) 저임금‧저학력 청년이 인국공 정규직 전환에 분노한 경우는 그저 만들어진 담론을 수동적‧피상적으로 접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가? (이런 접근이 오히려 그 ‘계층’을 무능력하게 규정할 위험을 내포한 게 아닌가?) 절차상의 공정과 보상을 요구하는 심리가 계급 재생산에의 욕구와만 결탁해있는가? 등이 우선 떠오릅니다. 이런 문제가 함께 사유되지 않으면 ‘기성세대’의 대타항으로 편리하게 만들어지곤 하는 ‘청년’의 전형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을 것입니다. ② “한국 사회에서 계층 이동과 부의 재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통로로 여겨졌던 능력주의 모델은 결국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28)이라 말할 때, 로봇이나 무인 기술이 비전문직(주로 생산직)을 대체하게 될 거라는 미래 전망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1) 맥락상 ‘능력’은 청년들이 직업을 구할 때의 고용 쓸모성과 대치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범위가 너무 한정적으로만 사유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2) 이 경우 이어지는 논의에서도 논리의 정합성을 담보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데, 저자가 비판하는 공정 담론의 생산자들은 주로 엘리트주의를 견지하면서 전문직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모인 대부분의 토론자가 청년일 텐데요, 이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단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과 소회를 편하게 나눠주셔도 대환영입니다.
청년 논의를 확장시키고자 합니다. 제가 이 책에 비판적인 이유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이르러 공정 이후의 대안적 세계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그 핵심 내용은 '차별 철폐'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국가, 젠더, 인종, 소득 등에 따른 각종 stereotype의 형성을 전면적으로 비판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도 책의 전반부에서 청년층 전반에게 stereotype을 씌우고 있습니다. 그에게 청년이란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적 선동에 휩쓸려 비판적이고 자의적인 검토가 불가능한 이들, 신자유주의적 질서 안에서 능력주의라는 환상에 빠져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내용이 상당 부분 진리를 관통하고 있긴 합니다만, 청년들을 저렇게 우매한 존재로 대하는 태도야말로 본인이 역설하는 '차별'이고 '부정의'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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