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담 12·12·29

D-29
안녕하세요. 저도 인사가 늦었습니다. 사회는 공정을 목표로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그 공정이라는 것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공정을 위한 세계가 아닌 <공정 이후의 세계>의 제목이 제 흥미를 자극해서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사회적인,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제 자신이 불모지라고 생각하여 관련 분야 책을 읽거나 생각을 나누는 활동 등을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들어 뉴스를 찾아보는 일도 흥미가 생기고 주변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과 토의하는 활동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아주 사소한 일이더라도 불공정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공정'에 대해서, 나아가 공정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5쪽에 언급되는 정규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재밌지 않나요? 경제원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정규직은 고용 안전성에 대한 대가로 더 적은 급여를 받고 비정규직은 불안정성의 반대급부로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규직이 더 많은 급여, 더 많은 보장, 더 많은 안정성을 획득하는 것이 당연시됩니다. 외국 사례와 비교해 보고 싶네요
정규직이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 또 앞서 서술해주신 시험만능주의로의 회귀. 이것이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공정 논의의 독특한 양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정규직이나 시험 합격자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죠. 이 '자격' 개념은 팍스 아메리카나적인 미국의 능력주의와 유사해 보일수도 있겠으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노력'에 대한 공로에 중점을 둔다는 것입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 한국사회는 수험생의 대학입시에 있어 부모의 경제력이 강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모두들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이 교육구조만큼은 불공정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경쟁의 장에서 능력이나 환경에 대한 페널티는 노력여하에 따라 충분히 극복 가능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노력만 하면 개천에서 용날수 있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부잣집이라도 명문대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격론은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학계열에 머물면서 '공정'보다는 '공평'이나 '평균'이란 단어에 더욱 가까웠던 사람인데요, 이번 기회를 빌어 사회적인 '공정'은 무엇일까에 더욱 흥미를 느껴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책이든 이 그믐 플랫폼이든 흥미로운 주제들이 마구 쏟아져나와서 너무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책을 읽기 전까지는 '공정'을 '가중평균'이라 생각했어요. '평등'이 모두에게 양적으로 동일하게 분배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수치적으로는 '평균값을 배배분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때 '공정'이란 평등에 '올바르게'라는 사회적 개념이 추가되어 각자에게 사회적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동될거라 생각했어요. 이 사회적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하는지가 공정을 위한 정책과 행정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역시 사회적 개념을 정책에 적용하기 위해 수치화하는 것은 항상 쉽지 않으며 그 이유는 적당한 수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그 수치의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사회적 합의의 방향성과 정도 차이가 같은 제도를 운영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공정=평등+올바름'이라는 도식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원래부터 '평등'에 '올바름'이 포함되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물론 '평등이 모두에게 양적으로 동일하게 분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전제를 달아주셨습니다만, 이 전제는 더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진 뒤에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평등도 결과의 평등이나 기회의 평등의 양상이 전혀 다르듯 그 개념적 사용에 따라 의미가 극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죠. 결국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사회의 공정 논의가 난항을 겪는 이유는 '공정'을 비롯하여 평등', '올바름' 등의 윤리적 개념들에 대한 개념 정립이 혼란을 겪기 때문입니다. 이 개념들은 모두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기에, 다양한 형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이 개념들이 개인에 따라 취사선택적으로 사용되어 자신의 사적 감정을 정당화하는데 쓰이고 있다는 것이죠. 저자가 지적하듯 한국에서 논의되는 '공정' 화두들에는 '공정 그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적 고찰이 선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겪은 억울한 상황에 대한 분노 표출에 불과합니다. 사적 감정이 공적 개념을 참칭하는 것입니다. '공정'이나 '평등'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하지만 문제는 무엇이 공정이고 무엇이 평등인지에 대한 고찰은 부재하고, 본인의 억울함에 따라 '불공정하다', '불평등하다'고 말하는 것이죠. 따라서 공정 논의에 대한 생산적인 방향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개념들에 대한 의미 정립을 더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개념에 대한 정립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말에 백 번 공감합니다. 얼마 전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친구와 긴 토론을 나눈 적이 있는데, "평등"이라는 단어의 개념 정의부터가 달랐고 더 근본적으로는 서로가 생각하는 "도덕"의 개념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그 친구는 사회가 작동하는 기제가 결과적으로 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했어요. 결국 "가진 자가 옳다"로 귀결되더군요. 수많은 근거를 대면서 반박했지만 개념의 정의부터가 다르니 말이 빙빙 돌고 아예 논의를 진행할 수 없었어요. 그 친구는 자신의 주장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했고 분명 연역적이긴 했지만, 대전제부터가 틀렸다는 것은 결코 납득하지 못하더군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득했습니다. 그래서 포스터만 보고 지나쳤던 《공정이라는 세계》 독서후담 모임에 부랴부랴 막차로 들어왔죠... 이 책에서 그런 개념의 재정의 부분을 철저하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제목처럼 '공정 이후'의 대안적 가치를 탐색하는 책인 만큼 제가 기대한 부분은 좀 더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다른 분들이 '정의'를 정의내리는 방식도 듣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익"이라는 롤스의 정의론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안녕하세요! 다른 분들이 논의해주시는 것만 보다가 이제야 저도 글을 남겨보네요. 저도 요즘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공정'에 대한 논의는 그 기준이 개개인의 억울함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관련 내용이 나올 때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 특히 책 38쪽에서 소개한 인국공 정규직 노동조합의 <대한민국의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호소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호소문의 이면에는 사실 인국공 정규직 노동조합의 억울하고 괘씸한 마음이 있지만 겉으로는 사회 정의를 위하는 것으로만 보이죠. 저는 이들이 억울함을 불공정으로 포장해 당당히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침묵의 나선 이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언권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큰 목소리로 불공정을 외치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발언권자의 의견이 틀리다고 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발언권자의 의견이 주류이자 옳은 말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책에 대한 이러한 깊은 공감과 흥미에도 불구하고, 이미 말씀해주신 것처럼 책에서 현재 사회적으로 주로 쓰이는 '공정'에 대한 개념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만 할 뿐, 그렇다면 과연 옳은 공정은 무엇인지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이 점에 주목하면서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대학원생 멘토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공정 이후의 세계>는 구조의 불평등을 은폐한 채 각자도생만 내세우는 원리가 ‘공정’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 아래서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고, 보수 기득권자들의 논리에 영합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론이 이어지는 내내 견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볼 때, 이 책에서 ‘공정’이라는 용어가 다소 단순하게 사용되는 점과 개념 정립의 필요성을 공통으로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많은 분께서 언급해주셨듯이 이 책은 ‘공정’ 자체보다는 ‘능력’이나 ‘노력’을 내세워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은폐하고 이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자 하는 능력주의 담론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공정’ 담론은 어떠한 정치적 노선을 경유하느냐에 따라 그 개념과 인식이 크게 달라지기 마련일 텐데, 여기서는 주로 우파의 ‘공정론’을 들면서 이를 능력주의 신화의 철폐와 긴밀히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공정 담론의 문제성이 제기될 때, 불공정한 사회 구조를 강화해온 주축들이 ‘공정’을 가장하며 세습과 계층 사다리 단절에 일조해온 것을 우선 거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창작과비평 2021 가을호>에 수록된 신진욱의 글에 따르면 “공정 담론은 진보와 보수 언론 모두에서 빈번히 등장”했으며 “진보언론”이 오히려 더 꾸준한 빈도를 보여줬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52) 각 노선에서 ‘공정’을 거론하는 맥락과 목적이 상이한 만큼, 이 변별점을 충분히 구획 짓고 서두에서 저자가 ‘어떤’ 공정 담론을 가져와 비판할 것인지 제시해줬다면 앞서 언급되었던 대다수의 의문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 논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2. ‘공정’만큼이나 이 책에서 ①‘청년’, ②‘능력’이라는 개념 또한 협소하게 다뤄지고 있지는 않은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책에서 다양한 ‘청년’ 유형을 사유하기보다는 청년층이 엘리트주의를 맹신하는 특정한 전형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종종 받았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고학력 청년이 자원이나 계층의 도움을 얻는가? (‘고학력’이 획득되는 방식이 과거와 같이 그렇게 단순한가?, ‘고학력자’ 내부의 위계 차이를 간과할 위험이 있지 않을까?) 저임금‧저학력 청년이 인국공 정규직 전환에 분노한 경우는 그저 만들어진 담론을 수동적‧피상적으로 접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가? (이런 접근이 오히려 그 ‘계층’을 무능력하게 규정할 위험을 내포한 게 아닌가?) 절차상의 공정과 보상을 요구하는 심리가 계급 재생산에의 욕구와만 결탁해있는가? 등이 우선 떠오릅니다. 이런 문제가 함께 사유되지 않으면 ‘기성세대’의 대타항으로 편리하게 만들어지곤 하는 ‘청년’의 전형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을 것입니다. ② “한국 사회에서 계층 이동과 부의 재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통로로 여겨졌던 능력주의 모델은 결국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28)이라 말할 때, 로봇이나 무인 기술이 비전문직(주로 생산직)을 대체하게 될 거라는 미래 전망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1) 맥락상 ‘능력’은 청년들이 직업을 구할 때의 고용 쓸모성과 대치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범위가 너무 한정적으로만 사유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2) 이 경우 이어지는 논의에서도 논리의 정합성을 담보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데, 저자가 비판하는 공정 담론의 생산자들은 주로 엘리트주의를 견지하면서 전문직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모인 대부분의 토론자가 청년일 텐데요, 이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단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과 소회를 편하게 나눠주셔도 대환영입니다.
청년 논의를 확장시키고자 합니다. 제가 이 책에 비판적인 이유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이르러 공정 이후의 대안적 세계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그 핵심 내용은 '차별 철폐'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국가, 젠더, 인종, 소득 등에 따른 각종 stereotype의 형성을 전면적으로 비판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도 책의 전반부에서 청년층 전반에게 stereotype을 씌우고 있습니다. 그에게 청년이란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적 선동에 휩쓸려 비판적이고 자의적인 검토가 불가능한 이들, 신자유주의적 질서 안에서 능력주의라는 환상에 빠져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내용이 상당 부분 진리를 관통하고 있긴 합니다만, 청년들을 저렇게 우매한 존재로 대하는 태도야말로 본인이 역설하는 '차별'이고 '부정의'이지 않나요?
저자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보편적 정의'(161쪽)를 말합니다. 그 구체적 실현책으로는 '무조건 평등'보다 '선별적 보편주의'(164쪽)을 지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참 개념이 선명하고 신조어도 많네요.) 라임 님께서 말씀하신 저자의 주장-- '차별 철폐'와 '청년에 대한 stereotype'이 이 부분을 가리키는 것 맞을까요?
- 모든 고학력 청년이 자원이나 계층의 도움을 얻는가? 저는 대한민국에서 학력과 부모의 경제력의 비례관계가 초상위 클래스를 제외하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초상위 클래스는 서연고포카를 말하는게 아니라 서울대 안에서도 굉장히 높은 과라던지 5대 의대 등등을 말하는 겁니다. (물론 저도 잘 몰라서... 이런 곳에 가는 사람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포항공대만 봐도 일반고 출신들이 70 % 정도이고 학비 전액 지원이라는 메리트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8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오히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경험적인 것이고 팩트는 아닙니다.) 다만 포항공대 내에서도 과학고, 영재고로 갈수록 사교육의 비중, 즉, 부모의 경제력의 영향이 조금씩 커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얘기해보면 중학교 때 사교육으로 대학 공부까지한 케이스들이 꽤 많았거든요. 하지만 저자가 예로든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의 학생들이 청담 A 학원을 나왔다는 이유로 그들을 사교육의 산물로 만드는 것은 조금 어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재고 출신의 친구들은 확률적으로 뭔가 다른 비범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비범해서 청담 A학원을 가게된 것인지, 청담 A학원을 가서 비범해진 것인지가 단순 통계에서는 빠져있습니다. 만약 청담 A 학원을 나와서 사람이 그렇게 비범해진다면 청담 A 학원의 교육 방식을 공교육에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학생들이 가서 그런 비범한 학생이 된다면 영재고의 교육 방식을 전국 고등학교에 도입하는 것도 좋겠네요. - 한국의 교육, 성적 산출, 대학 입학의 시스템에 관하여 성적순이 곧 능력순이라는 '능력주의'가 잘 못 됐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고등학교 때만 돌이켜봐도 같이 공부해보면 분명 나보다 잘하는 친구인데 성적은 내가 잘 받는 경우가 있곤 했습니다. 한국 교육의 줄 세우기는 우리 부모님 세대 보다는 훨씬 완화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줄 세우기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정시-수시-입학사정관제로 가는 흐름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후자로 갈수록 기준이 애매해진다는 것은 팩트입니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어려운 일입니다. 어렵기에 그것을 제대로 하려면 엄청난 인력과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대학마다 수십명의 입학사정관을 두고 수천개의 학교들을 팔로우시키는 것이죠. 심지어 이렇게 해도 정성적인 평가라는 것은 사실 정말 어렵습니다. 포항공대에서도 2019년 면접 문제가 '5000원의 제한된 돈으로 바닥의 못을 박아라'라는 문제였습니다. 이는 사실상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평가를 포기한 것의 예시이고 그냥 제비뽑기랑 거의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단순 능력 평가가 아닌 통합적인 평가로 가야한다는 문제 의식에는 동의하지만 그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습니다. 조금씩 테스트해나가며 바꿔나가야한다는 막연한 생각만이 드네요.
글쎄요, 포항공대 내의 학생들이 부유하지 않아 보인다는 통계는 어디서 나오나요? 부유함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차가 없고, 집이 없고, 당장 먹을 점심의 가격을 걱정한다고 해서 그들이 가난한 것은 아닙니다. 가난의 계층은 그렇게 간단히 정의되는 것도 아니고, 쉽게 가시화되어 우리 삶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 역시 아닙니다. 다만, 흔히 말하는 서연고 입학생들이 대다수가 가난하지 않다는 사실은 지표로 잘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해당 대학의 10분위 학생 비율 등 기사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죠. 선생님의 말씀은 비범하지만 학원비를 치를 능력이 되지 않는 수많은 학생들이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인 서포카 수준의 명문대에 가는 일을 실패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한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가난에 대한 통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쓴 글이 썩 논리 위에 서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가 대학 시험을 치르고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바를 적었습니다. 마지막 말에만 답하자면 저는 솔직히 한국 교육 체계가 사교육 없이도 명문대에 충분히 갈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재능이 학원비를 치를 능력이나 노력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인강 몇 개 들을 정도 돈을 있어야할 거 같아요.) 제가 위에 글에서 말한 것은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영재고나 서울대 의대 같은 곳은 저자가 제시한 통계처럼 사교육이 없이는 힘들 수도 있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정도 최상위 학교를 사교육 없이 못 간다고 교육시스템 전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저자의 논지는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아 말해봤습니다. 의견 감사드립니다~~
https://m.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110102128005 https://m.kmib.co.kr/view.asp?arcid=0924160942 국가장학금 통계를 보면 되려 최근 부모세대 경제적 계급이 자식세대 대학입시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최소한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사교육 크게 받지 않아도 인강 몇개 보고 공부 열심히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 대다수 아이들은 뚜렷한 목적 의식이 있어서라기보다 환경/또래 압력에 휩쓸려서 움직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은 열심히 하는 능력 자체가 부족합니다. 그런 점에서 부모의 경제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나도 뒤에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이 책과는 어떻게 보면 논외일지 모르지만, 디어 님이 해주신 2019년 포항공대 면접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붙이겠습니다. '5000원의 제한된 돈으로 바닥의 못을 박아라'는 문제는 주어진 상황 내에서 학생들의 과학적, 논리적 사고력을 보기 위한 문제였습니다. 여기에 과학적인 원리를 섞어서 말한 학생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어쩌면 그동안 학생들이 생각해 온 '능력'의 정의와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성적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포항공대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능력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다른 대학과 비슷한 형태의 문제를 푸는 식의 면접이었다면 내신 성적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가장 능력주의가 심하게 보이는 대입 면접에서 높은 시험 성적과 등수가 아니라 가치와 탁월함을 추구하도록 돕는 교육 현장(77)을 추구한 사례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평가에 있어서의 다변화가 능력주의를 해체하는 데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제 의식에는 동의한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여기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적습니다.
1.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정유라의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능력', 조국 스캔들을 겪으면서 청년들은 상당부분 피로를 느끼게 되었고, 그에 따라 그들 스스로와 사회에 애초부터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듯 합니다. (61-62) 부모를 잘 만나 '올라가는' 현상들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이들이 조금 올라갈 때도 반작용이 심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이 현상은 비단 저임금/저학력 청년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듯 합니다. 명절때 모이면 남녀노소 가릴 거 없이 인국공 정규직 전환에 분노하더라구요... 어찌 보면 여러 사태들이 남긴 아픔에 사회가 반응하는 것이며, 국가가 그 아픔을 섣부르게 대처하려다가 남긴 상흔이라고 생각되어 그저 만들어진 '공정' 담론에 쉽게 편승했다고는 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듭니다. 2. 그러게요. 오히려 AI나 기술발전에 따른 직업에 빠르게 편승하기 위해서는 '(엘리트주의적인) 능력'이 필요할텐데, 상황에 따라 직업 재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사회적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었으면 더 매끄러웠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토론자님들의 귀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말씀해주신 지점들에 대해 저 역시 깊이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논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3. ‘피해입은 특권’이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배를 굶는’ 시대가 지나 갔다고 하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미미하고 재난은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개인이 사회로부터 입은 혜택을 인식하지 못하면서도, 누리고 있는 특권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공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결국 허울뿐인 공정이 보여주는 것은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타인’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고, 이는 빈약한 연대의식과 시민의식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대남’과 같은 ‘피해입은 특권’을 공략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정치 문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문제인 듯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나의 사유재산을 늘리고 특권을 이어받고 싶어하는 그 심리 자체는 이해가 가기도 하는데요, 이에 대해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멘토 HJ)
제 경험 중에서 '피해입은 특권' 개념과 관련있는 것을 떠올려 봤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코로나로 인해 저희 학년은 수학 여행을 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졸업 여행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학생회장 후보를 당선 시켰고, 3학년이 되어서는 2학년이 수학 여행 비스무리한 것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3학년 내에서 말이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우리도 못 갔는데, 너네도 가지말아야지'라는 잘못된 분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특권(수학여행)이 피해를 받았다는 특수한 상황에서 타인(2학년)을 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발생한 분위기였습니다. 타인을 친구로 여기는 사고 방식을 가졌더라면 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졌을 겁니다. 피해입은 특권에서 비롯된 이기적인 사고 방식은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생각은 정치가의 입장에서 롤대남, 틀딱과 같은 혐오 표현에서 시작된 사회 갈등과 '피해입은 특권'이 그리 나쁜 요소인 것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환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포카전에서 마지막 경기로 농구가 진행되었고 양교 학생들은 자신의 농구 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눈 앞에 적이 보일 때 더 단결하고 집단에 충성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이 이해 관계에 따라 찢어진 상태에서, 정치가는 한 쪽을 공략해 충성심으로 가득한 지지자 세력을 손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가에게, 양 쪽으로 갈라진 지금 사회를 개선하기를 바라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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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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