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보르헤스 읽기] 『알렙』 후반부 같이 읽어요

D-29
마흔 개의 음절과 열네 개의 단어, 그리고 나 치나칸은 한때 목테수마가 통치했던 땅들을 통치하게 돌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결코 그런 단어를 말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치나칸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랑이들의 몸에 적혀 있는 미스터리는 나와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주를 언뜻 보았던 사람, 우주의 불타는 설계도들을 보았던 사람은 한 사람과 그의 하찮은 행운이나 불행 따위를 생각할 수 없다. 비록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일지라도 말이다. 그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이제 그는 누구도 아닌데, 왜 또 다른 사람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왜 또 다른 사람의 국가에 관심을 보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그 문구를 입 밖에 내지 않고, 그래서 어둠 속에 누워 세월이 나를 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알레프 155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내 눈동자는 태양을 오래 바라보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제멋대로 하늘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시력이 있다 산책 내내 개는 쉬지 않고 짖는다 행인과 자동차를 향해 나무와 철탑을 향해 심지어는 구름과 그 너머의 창공을 향해 난리가 났구나 행인, 자동차, 나무, 철탑, 구름, 창공 하나하나 다 무서운 거겠지 이 세상에 무섭지 않은 게 뭐가 있겠니 너에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앞장선 개가 짖다 말고 뒤돌아본다 나는 웃고 개는 꼬리 흔든다 나와 개 사이의 중력이 따끔따끔 눈동자를 찌를 때 나는 내 사랑을 떠올린다 내가 구원에 목말라 뒤돌아볼 때마다 키득거리며 머나먼 별의 흰 이빨을 보여주는 내 운명에 속하는 것과 내 운명에 속하지 않는 것 장난꾸러기 내 사랑은 나 몰래 둘 사이에 간지러운 중력을 숨겨놓는다 나에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나에게는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눈앞에 없는 사람 ⟨운명의 중력⟩, 114-115쪽., 심보선 지음
작품 마지막 문단이 잘 이해가 안가서 영문까지 찾아봤습니다. (펭귄 Andrew Hurely 역) 어떻게 보면 앞서 읽은 자히르와 연결이 되기도 하네요. 더 이상 과거의 자신이 아닌 존재. 하지만 이 작품은 <자히르>처럼 비자발적으로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 어떤 초월성에 의해 의도적으로(?) 자신에서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있죠. 처음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 치밀해서 눈을 떼지 못 하고 읽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읽고 어떤 절대 고독을 선택했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고독'을 다루는 텍스트에 열광하는 편이라) 정말 좋았는데 다시 두 번역을 비교하고 마지막 단락 영역까지 찾아보니 이 작품의 초월과 처음 생각한 고독은 다른 성질의 것으로 읽힙니다. 어떤 해탈의 경지란 생각도 드는군요.
저도 이 작품의 백미가 마지막 문단이라고 생각해요. russist님이 말씀해주신 신 존재 증명 공박과도 연관되구요. 우리가 아직 우주의 미스터리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르헤스적 설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늘 그렇듯 두 번역을 번갈아 읽었는데 뉘앙스가 살짝 다르게 읽혀서 영역까지 찾아가며 헤맸네요.
공교롭게도 이어서 읽을 다음 단편에서 '미스터리'에 대한 보르헤스의 견해를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옵니다. ⟨자기 미로에서 죽은 이븐 하캄 알 보크하리⟩에서 던레번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은 미스터리 자체보다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는 초자연성이나 신성성과 연관돼 있지만 그 해결은 인간의 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Let the mystery writ upon the jaguars die with me. He who has glimpsed the universe, he who has glimpsed the burning designs of the universe, can have no thought for a man, for a man's trivial joys or calamities, though he himself be that man. He was that man, who no longer matters to him. What does he care about the fate of that other man, what does he care about the other man's nation, when now he is no one? That is why I do not speak the formula, that is why, lying in darkness, I allow the days to forget me.
알레프 Andrew Hurley, ⟪Collected Fictions⟫, pp254-25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호랑이들의 몸에 씌어진 비밀은 나와 함께 죽게 되리라. 우주를 엿보았던 사람, 우주의 타오르는 구조들을 보았던 사람은 비록 그게 그 자신일지라도 어떤 한 인간, 그리고 그의 하잘 것 없는 행운이나 불행에 대해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 어떤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었으나 이제 그에게는 그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만일 이제 그가 아무도 아닌 그런 존재라면 그 또 다른 자의 운명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 또 다른 자의 조국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고 있고, 그래서 어둠 속에 누워 세월이 나를 잊어가도록 가만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알렙 17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Que muera conmigo el misterio que está escrito en los tigres. Quien ha entrevisto el universo, quien ha entrevisto los ardientes designios del universo, no puede pensar en un hombre, en sus triviales dichas o desventuras, aunque ese hombre sea él. Ese hombre ha sido él y ahora no le importa. Qué le importa la suerte de aquel otro, qué le importa la nación de aquel otro, si él, ahora es nadie. Por eso no pronuncio la fórmula, por eso dejo que me olviden los días, acostado en la oscuridad.
알레프 ⟪Ficciones, El Aleph, El Informe de Brodie⟫, p150.,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저도 이 부분이 재밌어서 여러 판본으로 덧붙여놓았습니다. 의역하자면 '나는 모든 것이어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 이런 의미도 되지 않나 싶어요. ⟨미스터 노바디⟩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거기에 보면 인생의 모든 선택지를 경험함으로써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는 인물이 나옵니다. 이 구절을 보면서 떠오르기도 하네요.
미스터 노바디2092년 죽음을 눈앞에 둔 118살 '니모'는 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생의 첫 번째 선택을 떠올린다. 9살의 '니모'가 이혼하게 된 부모님 중 한 명을 선택하게 된 것. 그 선택을 시작으로 '니모'는 각기 다른 아홉 가지 인생을 살게 된다. 어머니를 선택한 15살의 ‘니모’는 새아버지의 딸 '안나'와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어른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아버지를 선택한 15살의 '니모'는 또 다른 소녀 '앨리스'와 '진'을 만나며 첫사랑의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34살의 니모는 헤어진 '안나'를 찾으러 다니는 수영장 관리인, '앨리스'와 결혼한 다큐멘터리 진행자, '진'과 결혼한 성공한 사업가로 각각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이야기를 마친 118살 '니모'는 무엇이 진짜 인생이었는지, 무엇이 더 행복한 인생이었는지를 묻는다.
한 눈에 펼쳐보니 좋습니다. :)
하지만 나는 내가 결코 그런 단어를 말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치나칸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 그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이제 그는 그 누구도 아닌데, 왜 또 다른 사람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왜 또 다른 사람의 국가에 관심을 보이겠는가.
알레프 155-156,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자기 미로에서 죽은 이븐 하캄 알 보크하리~] 저는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의문 부호라는 생각들 때가 있습니다. 잠시 샛길로 새자면, 소설의 재미도 바로 거기있는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열린 결말이라는 말은 의문부호가 지닌 성격과도 닮았습니다. 잠정적인 결론을 맺어가면서 특정한 논증 구조로 설득해나가는 글들도 재미있지만, 소설은 끄트머리가 느슨하게 풀려 있는 것을 보는 재미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는 이론물리학자들이나 수학자들을 참 좋아하는데, 그들이 왜 동서고금의 소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머리 겔만이 고안한 '쿼크'라는 단어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서 빌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소설 얘기를 해보자면, 이 단편은 '개연성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처럼 읽혔습니다. 개연있는 이야기란 무엇인지 그 의문을 간직한 채 읽어가다 보면, 신화나 전설과 현대 소설의 차이를 어느 정도 추측해볼 수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정확히 같은 세부사항을 가진 이야기를 그 순서와 말하는 방식만 조금 바꾸어도 전혀 다른 개연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니까요. 이 소설은 그 프레임이 투명해서 속에 들어 있는 부품이 들여다보이는 아름다운 기계장치 같습니다.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게 아니라 형식이 내용이고 내용이 형식인 소설 말입니다. 이런 소설은 줄거리를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잠시, 중간에 등장하는 '쇠홀', '쇠로 만든 홀(笏)'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단어가 무엇인지 몰라서 원문을 찾아보았습니다. 'cetro de hierro'인데요, 영역으로는 'iron scepter'입니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지팡이처럼 생겼고 철퇴 모양을 띠기도 합니다. 이 '셉터'는 보통 서구권에서 국왕의 권위를 지닌 의장물을 칭하는 것으로, 한역본에서는 흔히 '왕홀(王笏)'로 옮겨집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홀'은 그 의미와 형태가 '셉터'와는 달라서 꼭 맞는 번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홀'이라함은 국가 의례에서 신하들이 손에 드는 것으로서 상아나 나무로 만든 좁고 긴 판을 의미합니다. 반면 왕가에서는 '규(圭)'라고 해서 홀에 비해서 위로 솟은 부분이 좁고 뾰족하고 재질도 다릅니다(첨부 사진에서 왼쪽이 '규', 오른쪽이 '홀'입니다). 이 셉터를 한국어로 옮길 말이 적절치 않으므로 적당히 '왕의 철퇴'라는 의미의 왕퇴(王槌)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디아블로라는 게임에도 이 셉터가 나옵니다.
콘월에서 나는 네게 들었던 이야기가 거짓말일 거라고 말했어. 그 '사건'들은 모두 사실이야. 아니면 사실일 수 있어. 그러나 네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야기하면, 분명 거짓말이 돼. (···) 도망자는 미로에 숨지 않아. 그리고 선원들이 멀리서도 볼 수 있는 진홍색의 미로를 세우지도 않아. 이미 우주가 미로이니, 구태여 미로를 세울 필요는 없어. 정말로 숨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건물의 모든 복도들이 향하고 있는 망루보다 런던이 훨씬 좋은 미로야. 오늘 저녁 네게 전하고 있는 이 현명한 생각은 그저께 밤에 갑자기 깨달은 거야. 우리가 미로의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의 신이 우리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말이야. 나는 무언가를 깨우치고서 그 생각을 수정했어. 그리고 너의 황당한 '사실'들을 잊고 보다 사리에 맞는 것을 생각하기로 결정했어.
알레프 167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미스터리는 초자연성, 심지어는 신성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해결은 인간의 손장난에 불과하다.
알레프 167,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너는 그런 변신이 이런 장르의 고전적인 책략, 그러니까 독자가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진정한 규칙이라고 말하지도 몰라.
알레프 170,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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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자기 미로에서 죽은 이븐 하캄 알 보크하리] 이 단편 전체를 현실의 파편들을 주워서 개연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던레번과 언윈 각각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말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면 이 단편이야말로 보르헤스가 추구하는 '직선 속에서 무한한 원주의 일부를 보는 것', 시적인 상상력과 수학적인 엄밀함의 조합이 아닐까 합니다. 현실에서 일견 허무맹랑하게 들릴 법한 조상의 신화를 흡수하는 시인 던레번, 그리고 그런 조상 신화 속에서 더 개연있는 탐정소설의 구조를 보는 수학자 언윈은 우연히 친구가 된 것이 아닐 겁니다. 표면적으로 던레번이 언윈에게 들려준 신화를 언윈이 수정해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당초 던레번이 신화적 사실을 현실로 끌어왔다는 점 자체를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현실의 우리는 이 단편을 읽으면서 던레번과 언윈, 전자의 이야기와 후자의 이야기의 차이를 살펴볼 수는 있겠습니다. 신화적 이야기는 크든 작든 교훈적인 구조를 띠는 것 같습니다. 반면 소설은 교훈성 너머에서 어떤 인간성의 일면을 증거합니다. 만일 언윈이 수정한 후자의 이야기가 전자의 그것보다 더 개연 있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언윈의 이야기가 아븐 하캄 알 보크하리의 내면을 설득하는 데 더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개연성'은 무엇인지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개연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단정할 수 없지만 대개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상태'라고 나옵니다. 정의 자체가 두루뭉술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개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상태'를 받아들이는 정도 역시 시대와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과거에는 신화였던 이야기의 구조가 오늘날에는 소설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우리라 생각합니다. 흔히 사람은 옳은 인생을 살기보다 (자기가 판단하기에) 좋아 보이는 인생을 산다고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신화가 주는 비교적 경직된 교훈성에서 떨어져 나와, 소설에 등장하는 작고 소소하고 때론 추악하기까지 한 인간에 매혹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시인 던레번의 이야기에서 이븐 하캄 알 보크하리는 자기 탐욕과 두려움에 눈이 멀어 신하를 죽이고 그런 신하의 유령에게 복수당한다는 일견 교훈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그러나 수학자 언윈은 그 이야기에서 신하였던 사이드의 내면과 행적을 봅니다. 그리고 '탐욕'이 아닌 왕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나아가 그러한 감정을 실행하기 위한 현실의 정교한 '밀실살인' 장치를 봅니다. 던레번에게는 신화적 계시였던 것이, 언윈에 이르러서는 소설적 암시가 되고 있습니다. 탐욕이 아닌 증오와 공포, 왕과 신하라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왕이자 신하가 되는 혼재된 정체성의 문제, 저는 이렇게 읽었습니다.
나는 내 노예에게 사막의 정면을 지키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와 사이드는 지쳐 잠들고 말았지요. 그날 밤 나는 뱀 떼에게 사로잡히는 꿈을 꾸었습니다. 나는 공포에 질려 잠에서 깨었어요. 내 옆에서는 새벽의 햇살을 받으며 사이드가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내 피부에 거미줄이 스쳤는데, 그것이 내게 그런 꿈을 꾸게 했던 겁니다.
알레프 16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탕진한 건 아니야." 언윈이 말했다. "이교도의 땅에 벽돌로 지은 커다란 원형의 함정을 세우는 데 투자된 거야. 왕을 함정에 빠뜨려 죽이기 위해서 말이야. 만일 네 추측이 옳다면, 사이드는 탐욕 때문이 아니라 증오와 공포에서 그 일을 했던 거야. 그는 보물을 훔쳤지만, 나중에 보물이 자기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 중요한 것은 이븐 하캄이 죽는 것이었어. 그는 이븐 하캄으로 위장했고, 이븐 하캄을 죽였고, 마침내 이븐 하캄이 되었어." "그래, 맞아." 던레번이 동의했다. "그는 죽어서 그 누구도 아닌 사람이 되기 전에, 언젠가 자신이 왕이었거나 왕인 것처럼 위장했던 사실을 기억할 떠돌이였어."
알레프 17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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