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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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67쪽 ‘함께 읽기’ 코너에서는 브래드포드 들롱의 『Slouching Towards Utopia』와 기미야 다다시의 『박정희 정부의 선택』을 소개합니다. 한국 경제의 설계 과정을 다룬 다른 책들을 추천해주세요. 한국의 1950년대, 1960년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소설, 만화, 영상물 중 좋아하시는 작품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네요.
뒤늦게 ‘인물을 통해 찾는 우리나라 기술 발전의 계보’를 보고 감상을 올려봅니다. 역사적인 사건의 의의를 찾거나 발전사의 공과를 따지는 문제에 접근할 때 이번에 소개한 두 권의 전기를 포함한 과거의 전기 작업 전반에 어떤 근원적인 한계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예컨대 중공업의 발전상의 공을 논하면서 '박정희-박태준이 아니라 김재관이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수정주의적 역사관은 또 다른 사실로 앞선 주장을 덮는 공허한 순환을 만드는 것 같아요. '사실은 A가 아니라 B였다', '사실은 B가 아니라 C였다'... 하는 식으로요. ‘무엇은 무엇이 아니고 무엇이었다’고 말하는, 한 명의 인물이나 한 가지의 결정적 귀인으로 역사적 사건이나 공과를 찾으려는 시도에 어떤 결함은 없는지 묻게 됩니다. 말미에서 서평자도 지적했듯이 전기 작업은 이제 메시지 자체의 완결성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신저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콘텐츠 시장에서는 그러한 한계를 지적해왔다고 생각해요. 한 인물의 영웅적 돌파를 보여주기보다는 부족한 여러 인물의 합심이나 여러 관점을 보여주거나 아예 사건을 파편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요. 근래에는 드라마 <파친코>가 여러 대에 걸쳐서 20세기 초기와 후반을 오가며 재현하는 방식을 인상깊게 보았는데 마르케즈의 '백년의 고독'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한 명의 천재가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식의 얘기가 당연시되는 것이 무척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온건하고 교묘한 방식의 지배주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내면화한 말 같았거든요. 아마 그런 논리 아래서 세계 90%의 주식을 상위 10퍼센트를 점유하는, 편중된 부가 존재하는 현실이 당연시되는 거겠죠. 비슷한 맥락에서 승자독식이나 약육강식 따위의 논리가 아직도 뉴스를 횡행하는 이유겠고요.
<파친코> 언급해 주신 부분과 '영웅주의'에 대한 비판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다만 특정 시기에 특히 많은 연결고리를 갖고 영향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존재할 수 있고, 그 인물을 통해 세계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russist 님 뿐 아니라 여러분에게 여쭙습니다) 혹시 이런 영웅주의에 빠지지 않고서도 특정 인물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리뷰'한 좋은 전기는 없을까요? 추천해 주실만한 책이 있을까요?
좋은 전기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죠. 하지만 제게 묻는다면 전기의 메시지와 메신저가 잘 어우러져 있는 글이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전기를 쓴 당사자 또한 인간인 이상, 전기를 쓰는 행위를 통해서 어떤 점이 변화했고 또 어떤 점에서 실패했는지 정직하게 생각하고 노출하는 글은 모두 읽을 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전에 미셸 슈나이더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에서 읽은 인상적인 한 토막이 떠오르네요. "전기를 쓰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은, 그가 누구인가를 이야기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우리가 누구인가를 찾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저도 완벽히 객관적인 전기가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직하게'에 방점을 찍고 싶네요. 그리고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의 문장도 정말 멋지네요! 읽어 보고 싶어졌어요!
12번에서 언급한 주제의 연장선에서 보자면 2002년에서 2008년까지의 '단기 2000년대'이 어떨까싶습니다. 2002년경 IMF 휴유증의 극복과 월드컵 신화로 인한 일종의 열정이 2007년 서브프라임 경제위기의 심화와 정권교체로 인한 사회갈등의 본격화로 인해서 한국 사회가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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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두 번째 세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6일간은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그리고 5편의 일반 리뷰를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서리북 읽고있눈데 플랫폼이 낯설어서 글 작성이 머뭇거려집니다. :)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로이 적어 주세요 : ) 정해진 형식과 형태는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제가 위에 드린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변 형식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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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08~141쪽, 〈진실은 사라졌는가〉(김영민)는 강명관의 『가짜 남편 만들기, 1564년 백씨 부인의 생존전략』과 권내현의 『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을 리뷰합니다. 두 책은 모두 지난해 나왔는데, ‘유유의 귀향’이라고 하는 16세기 조선 양반가의 기묘한 사건을 다룹니다. 오늘날이라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특집으로 몇 번이나 다뤘을 사건입니다. 소재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울 뿐더러, 같은 시기 나온 두 책의 해석이 완전히 딴판이어서 더 눈길을 끕니다. 이 리뷰를 어떻게 읽으셨는지요? 전반적인 감상도 좋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흥미로워 보여서 더 찾아보고 싶은 지점도 좋습니다. 인상적인 문장을 옮겨주셔도 좋습니다.
사료가 모두 소실되어 더 정확한 사실관계에 접근할 수 없을 때부터 진짜 역사학자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괜한 음모론적인 살을 덧붙이거나 자신의 편향을 덧대어 새로운 결론을 조립하기보다는, '무지'와 한계를 인정한 채 연구자가 여기서 역사를 연구하는 의의를 다시 새겨야 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범인찾기'라는 문제에서 잠시 빠져나와서 서평가가 '왜 유유는 그많은 경제적 이익을 버리고 가출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뭔가 큰 초점이 옮겨가면서 복잡한 사실관계로 어지럽던 시야가 명료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영민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서평이었습니다. 한 번쯤 한 역사적 사건을 전혀 다른 눈으로 다룬 책들을 보고 싶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두 책이 이렇게나 다르다니요. ㅎㅎ 아쉬웠던 점은 한반도의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기록보존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지 사료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나마 가까운 조선도 이런데 고려나 그 이전의 시대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참 힘드시겠군요. 고고학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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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유유의 귀향’은 기이하고 복잡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기록한 조선시대의 문서는 조선왕조실록, 유연전, 유연전 후서, 이생송원록 등입니다. 일단 분명한 사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1558년 대구의 양반 가문에서 맏아들 유유가 가출합니다. 유유의 가족들에 따르면 유유에게는 마음의 병이 있었다고 합니다. ② 몇 년 뒤 유유의 매형 이제가 “유유를 발견했다”며 해주에 살던 채응규라는 사람을 데려옵니다. 채응규는 외모는 유유와 다소 달랐지만 목소리가 비슷했고, 유유만이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③ 채응규가 유유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집니다. 유유의 부인인 백씨는 채응규가 유유라고 합니다. 하지만 유유의 동생 유연은 채응규가 가짜라고 합니다. ③ 유연은 채응규를 구타하고 고소합니다. 재판을 받던 채응규는 갑자기 사라집니다. 유유의 부인 백씨는 “유연이 재산을 탐내 형을 제거했다”고 주장합니다. ④ 이번에는 유연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됩니다. 유연은 고문 끝에 혐의를 시인하고 처형됩니다. ⑤ 1579년 평안도에서 가출 21년 만에 진짜 유유가 발견됩니다. 진짜 유유는 외모도 목소리도 같았습니다. ⑥ 놀란 조정은 전에 유유 행세를 했던 채응규를 수색해 체포합니다. 채응규는 호송 과정에 자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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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숫자를 붙여 정리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건입니다.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양반가의 장남이었던 유유는 애초에 왜 부인 백씨를 버리고 가출한 걸까요? 뒤에 보면 그는 미쳤던 것 같지 않은데, 왜 가족은 “유유가 미쳤다”고 말하며 그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을까요? ⓑ 채응규는 왜 자신이 유유라고 주장했을까요? 유유의 매형인 이제는 채응규에게 속은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이제와 채응규가 한통속이었을까요? ⓒ 유유의 부인 백씨는 왜 채응규가 자기 남편이 맞는다고 주장했을까요? 착각이었을까요? 남편이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스스로를 속인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걸까요? 이 모든 일은 이제-백씨-채응규가 함께 꾸민 음모였을까요? ⓓ 채응규가 사라지자 왜 백씨는 유연을 고발했을까요? 조정은 채응규의 시신을 확인하지도 않고서 왜 유연을 살인범이라고 확신하고 처형했을까요? 지금껏 여러 사람이 많은 해석을 남겼고, 아마 실체적 진실을 알기는 끝내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진실이었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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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유유의 귀향』은 이 사건을 재산 상속을 둘러싼 음모의 결과였다고 봅니다. 16세기는 조선에서 큰아들, 둘째 아들, 딸을 구별 없이 고루 재산을 나눠주던 상속 관행이 장남을 우대하는 새 방식으로 바뀌던 때였습니다. 맏며느리의 권한과 동생의 권한은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맏며느리 백씨와 사위 이제가 가짜 유유를 동원해 상속 재산을 더 많이 차지하려 했고, 동생 유연을 제거했다는 해석입니다. 일단 고개가 끄덕여지며, 유유의 귀향을 단순한 ‘역사 미스터리’가 아니라 조선시대 상속 관행의 변화, 나아가 조선 사회 가부장제의 강화로 확대해서 읽어낸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유씨 집안의 상속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기에 물증은 제시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이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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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가짜 남편 만들기』는 사건을 완전히 다르게 봅니다. 유유는 자식을 낳지 못했으며, 수염이 나지 않았고, 목소리도 여자 같았습니다. 유유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었고, 그것이 가출의 원인이었습니다. 유유의 아버지와 부인 백씨는 그 이유를 제대로 말할 수 없어 그저 “마음의 병이 있었다”고 둘러댔습니다. 이 가설도 일리 있는 부분이 있으나, 역시 원천 자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이 가설을 따를 경우 유유의 귀향은 조선 사회 가부장제의 모순과 위선을 폭로하는 텍스트가 되는 셈입니다. 여러분은 이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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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리뷰의 제목은 ‘진실은 사라졌는가’이며, 중간 제목 중 하나에는 ‘기억 전쟁’(119쪽)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실관계가 명백한 한 사건을 둘러싼 기억과 해석이 정반대여서 전쟁이 벌어지는 사례는 어떤 것이 또 있을까요? 역사적 사건도 좋고, 비교적 최근의 사건도 좋습니다.
저는 대학생때 여러 패거리가 모여서 밤새 술을 마시다가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그 싸움의 원인을 각자 완전히 다르게 기억해서 신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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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실체적 진실’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기억과 해석이 전부이며, 진실 같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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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41쪽 ‘함께 읽기’ 코너에서는 로이 리처드 그린커의 『정상은 없다』와 내털리 데이비스의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소개합니다. 이 리뷰와 관련해서 함께 읽어보면 좋을 다른 책들을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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