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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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08~141쪽, 〈진실은 사라졌는가〉(김영민)는 강명관의 『가짜 남편 만들기, 1564년 백씨 부인의 생존전략』과 권내현의 『유유의 귀향, 조선의 상속』을 리뷰합니다. 두 책은 모두 지난해 나왔는데, ‘유유의 귀향’이라고 하는 16세기 조선 양반가의 기묘한 사건을 다룹니다. 오늘날이라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특집으로 몇 번이나 다뤘을 사건입니다. 소재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울 뿐더러, 같은 시기 나온 두 책의 해석이 완전히 딴판이어서 더 눈길을 끕니다. 이 리뷰를 어떻게 읽으셨는지요? 전반적인 감상도 좋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흥미로워 보여서 더 찾아보고 싶은 지점도 좋습니다. 인상적인 문장을 옮겨주셔도 좋습니다.
사료가 모두 소실되어 더 정확한 사실관계에 접근할 수 없을 때부터 진짜 역사학자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괜한 음모론적인 살을 덧붙이거나 자신의 편향을 덧대어 새로운 결론을 조립하기보다는, '무지'와 한계를 인정한 채 연구자가 여기서 역사를 연구하는 의의를 다시 새겨야 하는 지점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범인찾기'라는 문제에서 잠시 빠져나와서 서평가가 '왜 유유는 그많은 경제적 이익을 버리고 가출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뭔가 큰 초점이 옮겨가면서 복잡한 사실관계로 어지럽던 시야가 명료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영민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서평이었습니다. 한 번쯤 한 역사적 사건을 전혀 다른 눈으로 다룬 책들을 보고 싶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두 책이 이렇게나 다르다니요. ㅎㅎ 아쉬웠던 점은 한반도의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기록보존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지 사료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나마 가까운 조선도 이런데 고려나 그 이전의 시대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참 힘드시겠군요. 고고학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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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유유의 귀향’은 기이하고 복잡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기록한 조선시대의 문서는 조선왕조실록, 유연전, 유연전 후서, 이생송원록 등입니다. 일단 분명한 사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1558년 대구의 양반 가문에서 맏아들 유유가 가출합니다. 유유의 가족들에 따르면 유유에게는 마음의 병이 있었다고 합니다. ② 몇 년 뒤 유유의 매형 이제가 “유유를 발견했다”며 해주에 살던 채응규라는 사람을 데려옵니다. 채응규는 외모는 유유와 다소 달랐지만 목소리가 비슷했고, 유유만이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③ 채응규가 유유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집니다. 유유의 부인인 백씨는 채응규가 유유라고 합니다. 하지만 유유의 동생 유연은 채응규가 가짜라고 합니다. ③ 유연은 채응규를 구타하고 고소합니다. 재판을 받던 채응규는 갑자기 사라집니다. 유유의 부인 백씨는 “유연이 재산을 탐내 형을 제거했다”고 주장합니다. ④ 이번에는 유연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됩니다. 유연은 고문 끝에 혐의를 시인하고 처형됩니다. ⑤ 1579년 평안도에서 가출 21년 만에 진짜 유유가 발견됩니다. 진짜 유유는 외모도 목소리도 같았습니다. ⑥ 놀란 조정은 전에 유유 행세를 했던 채응규를 수색해 체포합니다. 채응규는 호송 과정에 자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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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숫자를 붙여 정리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건입니다.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양반가의 장남이었던 유유는 애초에 왜 부인 백씨를 버리고 가출한 걸까요? 뒤에 보면 그는 미쳤던 것 같지 않은데, 왜 가족은 “유유가 미쳤다”고 말하며 그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을까요? ⓑ 채응규는 왜 자신이 유유라고 주장했을까요? 유유의 매형인 이제는 채응규에게 속은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이제와 채응규가 한통속이었을까요? ⓒ 유유의 부인 백씨는 왜 채응규가 자기 남편이 맞는다고 주장했을까요? 착각이었을까요? 남편이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스스로를 속인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걸까요? 이 모든 일은 이제-백씨-채응규가 함께 꾸민 음모였을까요? ⓓ 채응규가 사라지자 왜 백씨는 유연을 고발했을까요? 조정은 채응규의 시신을 확인하지도 않고서 왜 유연을 살인범이라고 확신하고 처형했을까요? 지금껏 여러 사람이 많은 해석을 남겼고, 아마 실체적 진실을 알기는 끝내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진실이었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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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유유의 귀향』은 이 사건을 재산 상속을 둘러싼 음모의 결과였다고 봅니다. 16세기는 조선에서 큰아들, 둘째 아들, 딸을 구별 없이 고루 재산을 나눠주던 상속 관행이 장남을 우대하는 새 방식으로 바뀌던 때였습니다. 맏며느리의 권한과 동생의 권한은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맏며느리 백씨와 사위 이제가 가짜 유유를 동원해 상속 재산을 더 많이 차지하려 했고, 동생 유연을 제거했다는 해석입니다. 일단 고개가 끄덕여지며, 유유의 귀향을 단순한 ‘역사 미스터리’가 아니라 조선시대 상속 관행의 변화, 나아가 조선 사회 가부장제의 강화로 확대해서 읽어낸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유씨 집안의 상속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기에 물증은 제시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이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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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가짜 남편 만들기』는 사건을 완전히 다르게 봅니다. 유유는 자식을 낳지 못했으며, 수염이 나지 않았고, 목소리도 여자 같았습니다. 유유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었고, 그것이 가출의 원인이었습니다. 유유의 아버지와 부인 백씨는 그 이유를 제대로 말할 수 없어 그저 “마음의 병이 있었다”고 둘러댔습니다. 이 가설도 일리 있는 부분이 있으나, 역시 원천 자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이 가설을 따를 경우 유유의 귀향은 조선 사회 가부장제의 모순과 위선을 폭로하는 텍스트가 되는 셈입니다. 여러분은 이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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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리뷰의 제목은 ‘진실은 사라졌는가’이며, 중간 제목 중 하나에는 ‘기억 전쟁’(119쪽)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실관계가 명백한 한 사건을 둘러싼 기억과 해석이 정반대여서 전쟁이 벌어지는 사례는 어떤 것이 또 있을까요? 역사적 사건도 좋고, 비교적 최근의 사건도 좋습니다.
저는 대학생때 여러 패거리가 모여서 밤새 술을 마시다가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그 싸움의 원인을 각자 완전히 다르게 기억해서 신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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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실체적 진실’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기억과 해석이 전부이며, 진실 같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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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41쪽 ‘함께 읽기’ 코너에서는 로이 리처드 그린커의 『정상은 없다』와 내털리 데이비스의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소개합니다. 이 리뷰와 관련해서 함께 읽어보면 좋을 다른 책들을 추천해주세요.
1. 전근대 사료 중 적지않은 수는 현대 역사학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때 2차 문헌에 해당됩니다. 즉 자료의 일부가 멸실된 상황에서 취사선택된 사실을 기록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특정한 자료를 없애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임오화변과 관련된 자료가 세초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후대의 우리가 사건의 근원에 접근한다는 것은 가능할까요? 2. 기억전쟁이라는 표현은 임지현이 쓴 동명의 저서를 생각나게 하네요. 해당 저서에서 독일인은 홀로코소트같은 비극은 희석시키고 전후 청산과 관련된 기억만을 보존해서 자신들을 피해자로 만들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에드워드 카는 "현재와 과거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편의상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은 정말 적절한 말이라고 봅니다. 3. 다만 진실이라는 개념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역사관에는 약간 회의적입니다. 역사적인 결론이 실증이 불가능한 가설이라는 것 자체가 가설임은 별개로 두더라도, 만약 그것이 문헌에 기록되어있는 단편적인 팩트까지 부정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4. 따라서 오늘날 우리들의 태도는 소극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귀찮을 정도로 세세한 사실들을 나열하면서 그것을 기반으로 특정한 결론(=진실)로 유도하는 것을 경계해야합니다. 그것이 진실이 왜곡되지 않을 몇 안되는 방법이 아닐까요.
서리북 신청해서 읽고 있습니다. 그믐에 올라오는 글도 따라 읽고 있는데 조금 어렵게 느껴지네요. 어려운 글도 익숙해지는 과정이 독서의 확장이겠죠?
그믐 플랫폼에 아직 어색하거나 좀 불편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이 글을 쓰는데 약간의 장벽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낯선 그믐 플랫폼도 그렇지만, 소설만 읽어왔던지라 앞에 리뷰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가 좀 어렵게 느껴졌던것 같아요. 그믐에서 이야기하시는 분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으신듯 했고요. 문학 파트가 시작되었으니 토끼한마리님처럼 더 많이 참여해야겠습니다.
네넹 부디^^ 이번 호 최제훈 작가님 소설 어떠셨나요? 에세이는 또 어떻게 읽으셨는지.
최제훈 작가님의 소설 뚝딱 잘 읽었어요. 에세이들도 막 웃으면서 읽었고요. 앞에 리뷰들은 사실 좀 어렵게 다가왔는데, 북&메이커와 문학파트는 몇번이나 읽을만큼 재밌었어요. 아마도 저의 아주 오래 지속된 편중된 독서 탓인것 같습니다. 앞 파트들을 반복해서 읽고 다방면의 독서력을 키우고 싶네요. 그믐 서리북을 따라오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서리북> 편집위원 권보드래라고 합니다. 10/5부터 시작되는 북&디자인 리뷰, 문학 부분 토론에는 저와 <서리북> 출판을 맡아주고 있는 알렙 출판사의 조영남 대표, 그리고 <서리북> 디자인을 담당해 주고 계신(또 이번 호 디자인 리뷰를 맡아 써 주신) 정재완 선생님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토론은 그냥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요(^^) 기존에 올리신 글 중 몇 가지 간단히 댓글도 달고 앞으로 1주간은 가끔('부지런히'는 못할 것 같습니다만ㅠ) 글을 올리려 합니다.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서리북> 출판을 맡고 있는 알렙 출판사의 조영남입니다. 저는 주로 <신간책꽂이: 이 계절의 책> <북앤메이커> <디자인리뷰> 그 외 지면에 관해 기획과 편집에 참여하거나 돕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글을 쓰는 필자는 아니지만, 잡지를 편집하면서 여러 가지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듯합니다. 리뷰 기간에 종종 들러서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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