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고 서점친구들] 문학 독서모임 <철도원 삼대> 함께 읽기

D-29
조태준은 글자에 불과했으나 그들을 해고하고 회사를 넘겨버린 장본인이었다. 지난 다섯해의 복직투쟁 기간 동안 수백번 외친 이름이었으나 한번도 본 적이 없으니 얼굴도 인상도 모르는 상대였다. 서류 위에서 글자로만 익힌 이름이었다. 책에 의하면 그것은 자본의 추상적 기호에 지나지 않았고 사회가 부여한 역할을 침묵 속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그는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다. 다만 이진오와 그의 동료 노동자들과는 전혀 다른 시간 속에서 그들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며 기억조차 다른 시간 속에서 그들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며 기억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조태준에게 그들은 벽지의 흠집처럼 거기 있어 잠깐 시선에 걸리기는 하지만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아 익숙해진 작은 흔적에 지나지 않을 것이었다.
철도원 삼대 p.105, 황석영 지음
이전에는 여러 사람이 전염병에라도 걸린 듯 스스로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 절망이었고, 그것은 일상이라는 무섭고 위대한 적에 의해서 조금씩 갉아먹힌 결과였다. 집회에서 헤어지면 그들은 모두 혼자가 되었다.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도 그들 각자가 혼자가 되었다. 세계란 원래가 우주처럼 무심하다. 괴괴하고 적막하고 고요하다. 무료하고 가치 없는 일상이 그들 모두를 무너뜨렸다. 해고는 살인이다.
이전에는 여러 사람이 전염병에라도 걸린 듯 스스로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 절망이었고, 그것은 일상이라는 무섭고 위대한 적에 의해서 조금씩 갉아먹힌 결과였다. 집회에서 헤어지면 그들은 모두 혼자가 되었다.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도 그들 각자가 혼자가 되었다. 세계란 원래가 우주처럼 무심하다. 괴괴하고 적막하고 고요하다. 무료하고 가치 없는 일상이 그들 모두를 무너뜨렸다. 해고는 살인이다.
철도원 삼대 p.202, 황석영 지음
"제 이름은 한여옥이라구 합니다." 그녀가 이름을 말했을 떄 이철은 가슴이 찌릿하면서 어깨가 떨릴 정도였다고 한여옥 본인에게도 말했고 나중에 형수 신금이에게도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그때에 조직의 레포에서 개인의 얼굴로 되돌아왔던 것이다.
철도원 삼대 p.260, 황석영 지음
죽음은 한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일이다. 추모는 고요한 순간에조차 뜨겁다. 추모는 죽은자와 산자가 함께 살고, 산 자와 산 자가 연결되는 일이다. 이제는 환대와 연결의 고리에 나를 걸어볼 용기가 조금 생겼다. 12가지 테마를 읽으며 저며오는 가슴을 안고서 꺼이꺼이 울었다. 읽다가 책을 숨겨두기도 하고서... 마지막 장을 넘길때는 한참을 앉아있었다. 참사에 대한 10 년의 기록을 보며 시간의 조각들을 이어붙여보았다. 조각 조각 붙여서 완성된 것은 참사를 바라보는 내마음이었다. 여전히 아리고 쓰린 고통을 담고있지만. 아직은 온전히 정면으로 바라보기는힘들지만 가린 눈을 뜨고 볼 수 있으니, 그리고 정의를 향한 반걸음이 더 힘차게 딛어지는 느낌이다. 누가뭐래도 다 함께 잘 사는 사람사는 세상은 반드시 올것이고 나는 내가 할 수있는 것을 계속 할것이다!
520번의 금요일 -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2014~2023년의 기록세월호참사 10주기 공식 기록집이 출간되었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2022년 봄부터 2년 여간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을 총 148회 인터뷰하고 참사 관련 기록들을 검토하여 종합해낸 책이다.
"낸들 아냐? 니가 빨갱이 물이 들었다면서 혹시 소식 온 게 없냐고." 진오는 영숙의 등 뒤에 앉아서 우리 식구들은 평생 저 소리를 듣고 살았다고 생각했다. 의견이 있는 노동자는 이 땅에서는 언제나 빨갱이가 된다. 수걱수걱 주는 대로 몇푼 받고 일만 직사하게 하면 착한 백성이라고 한다. 노예라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철도원 삼대 p.415, 황석영 지음
조선 해방의 소식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처음에는 그 뜬금없이 꿈같은 소리를 믿지 못했고, 방송을 들은 사람들도 직직대는 라디오의 잡음 속에서 가냘프게 들리는 일왕 히로히토의 일본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장중하게 흘러나오고 소식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말이 비통하게 들리는 것만으로 역시 무슨 일이 터졌다는 걸 눈치챌 수는 있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난 뒤에 일본인들이 꿇어앉아 울음을 터뜨리는 것으로, 그게 일본에는 절망적이고 조선에는 희망적인 어떤 일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철도원 삼대 p.514 - p.515, 황석영 지음
진오는 국민학교 시절에 할머니 신금이에게 되물은 적이 있었다. "일제시대에는 그랬다 치고, 왜 우리 식구들은 힘센 쪽에 붙지 못하고 맨날 지는 쪽에만 편들었어요?" "왜, 약한 쪽 편드는 게 싫으냐?" "물론이지요. 너무 손해잖아요?" 그러면 할머니는 감실감실 주름살 잡힌 눈을 더욱 가늘게 뜨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에는 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약한 이들이 이기게 되어 있다. 너무 느려서 답답하긴 했지만." 그리고 신금이는 덧붙였다. "오래 살다보면 알 수 있단다. 서로 겉으로 내색을 안 할 뿐이지 속으론 다들 알구 있거든."
철도원 삼대 p.564, 황석영 지음
그런데 가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은 우리가 바라던 대로 이루어지진 않고 늘 미흡하거나 다른 모양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시간이 무척 오래 지나서야 그러더군요. 장구한 세월에 비하면 우리는 먼지 같은 흔적에 지나지 않아요.
철도원 삼대 p. 585, 황석영 지음
한국은 하도 우여곡절이 많아서 여기 일년이 다른 나라의 십년이라구 하지 않더냐. 여기 십년은 바깥의 백년 세월과도 같을 게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들 수백살씩 먹은 게지.
철도원 삼대 p. 537, 황석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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