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갈증, 예수의 십자가형이 진행되기까지의 이틀간의 이야기

D-29
제가 요즘 모 작가님께 자꾸 기대하는 게 이런건가봅니다ㅋㅋ 자꾸 한 번쯤 와주시는 게 힘든가~ 하고 권리처럼 속으로 속삭이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하면서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어요 ㅠ
사람들의 눈길에서 내가 수없이 읽은 것은 간청이 아니라 협박이었다(...)그것은 어딘가에 쓸모가 있어야 했다.
갈증 p24,25,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결국 예수의 기적을 처음엔 정말 기적으로 받아들이다가 나중에는 자신이 필요한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했지요. 예수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뒤에 가서는 아무런 기적도 일으키지 않은 게 아니었을까요. 기적을 보여줌으로써 하느님의 존재를 믿으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데, 현실은 기적을 통해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들만 생겼으니까요
인간들은 예수가 행하는 기적 조차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걸까요 살짝 비켜간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살면서 누군가 주는 것과 받는 것,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친절도 습관적으로 받다보면 당연하게 여겨지게 되는 무례를 범하게 되는 것 같아 후회하기도 한답니다.
사랑은 확신과 의심을 한데 모은다. 우리는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하는 만큼 그것을 의심한다. 번갈아 그런 게 아니라, 난감하지만 동시에 그러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질문을 퍼부어서 의심을 떨치려 애쓰는 건 극도로 애매한 사랑의 본성을 부인하는 일이다.
갈증 p.47,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참 공감되는 문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진실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나 사랑해?'라고 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다시 확인받고 싶어하는 의심이 공존하는 거죠.
저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몇번을 되새겨 읽게 되더라구요 가끔 사랑, 이 사랑에는 남여의 사랑도 있지만 부모와 자식, 친구와 친구, 이웃간의 사랑을 모두 포함하며 사랑에는 '믿음'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사랑은 할수록 고통 역시 따르겠구나 싶더라구요 자꾸 확인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쁜건 아니겠지만 사랑하고 믿는다면 늘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마음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구요
배고픔을 더는 느끼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포만이라 부른다. 피로를 더는 느끼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휴식이라 부른다. 고통을 더는 느끼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위안이라 부른다. 갈증을 더는 느끼지 않을 때 그것을 칭하는 낱말은 없다.
갈증 p51,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이 책에서 제일 와닿는 문장이었답니다 그리고 저나름 갈증의 반대어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작가의 말처럼 배고픔이나 피로의 반대어는 포만과 휴식으로 해결되지만 갈증은 그 반대라고 생각하는 언어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게 하는 정도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갈증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답니다
프랑스어에는 '갈증'의 반의어 '해갈'에 뜻하는 낱말이 없고 반드시 '갈증의 해소'라고 써야 한다고 합니다. 위 문장은 이 책 제목이 '갈증'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언어적 탐구심을 보여준다고 하네요. 그러다 제가 극T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장소적 배경이 팔레스타인인데 그 쪽 언어에도 해갈의 단어가 없는가 궁금해졌습니다.^^
갈증의 해소를 뜻하는 '해갈'의 경우도 앞서 언급한 포만, 휴식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긴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결핍의 단어들의 반대어들은 전부 그것이 충족되었다는 뜻을 품고 있는데, 해갈의 경우는 충족이라기보다는 해소되어 원래 상태가 되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서요. 물론 이건 주관적인 부분이기에 해갈을 포만과 휴식과 동일한 반대어라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ㅎㅎ
저역시 읽는 당시에는 갈증이 해소, 해갈되는 건 해결된 것 아닌가 라는 작가의 말에 의심을 해보기도 했어요^^ 근데 생각할수록 포만과 휴식의 말과는 다른 느낌으로 와닿더라구요 그러면서 우와 작가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당신은 나의 물잔입니다.] 어떠한 향락도 목이 말라 죽을지경일 때 물잔이 제공하는 향락을 따라가지 못한다.
갈증 p50,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최근 찾아 듣는 법륜스님의 강연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면 늘 법륜스님의 기본 메세지는 그런거더라구요 {아직 살만 한가보다 그건 고통도 아니다 본인의 욕심이지 우리가 진짜 힘들다면 상대방의 감정에 일일이 트집잡고 힘들어 할 시간이 어딨겠느냐} 곱씹어 생각하면 진짜 그런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에서의 표현처럼 갈증이야 말로 인간이 사사로움에 대한 불만을 느낄 여유가 있지 않으면 갈증보다 더한 괴로움은 뭐겠냐는 생각도..근데 "당신은 나의 물잔입니다" 라는 예수의 표현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되는 건 살짝 비켜나는 제 생각이겠죠ㅎㅎㅎ 갈증과 그녀에 대한 표현이 너무 알게서서^^;;
진짜 그렇네요. 정말로 힘들 때에는 남의 감정을 살필 시간자체가 없지요
내 아버지는 아주 묘한 종을 창조하셨다. 의견이라는 걸 가진 개자식들과 생각을 하지 않는 너그러운 영혼들로 구성된 종을.
갈증 p.74,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나는 요한에게 <보아라, 이분이 네 어미니시다>라고 말하지도, 내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요한아, 나는 너를 많이 사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마구 지껄여선 안 되지.
갈증 p.114,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이런 문장들을 보고 있으면, 이 무거운 소재로 무거운 이야기를 이끌면서도 프랑스 소설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고 적절히 녹여내는 작가의 역량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정말 진지해야 하는데 피식피식 웃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이 유머들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감에 있어서 거슬리지도 않았고요.
그토록 강력한 진실들은 오로지 갈증을 겪거나, 사랑을 느끼거나, 죽어 갈 때만 깨우치게 된다. 그런데 이 세 활동 모두 육신을 필요로 한다.
갈증 p89,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예수가 자신은 체헌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감각들을 느낄 수 있고 하느님은 그런 걸 느끼지 못하실 거라고 약간 놀리는 부분 또한 재치있는 유머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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