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갈증, 예수의 십자가형이 진행되기까지의 이틀간의 이야기

D-29
저역시 읽는 당시에는 갈증이 해소, 해갈되는 건 해결된 것 아닌가 라는 작가의 말에 의심을 해보기도 했어요^^ 근데 생각할수록 포만과 휴식의 말과는 다른 느낌으로 와닿더라구요 그러면서 우와 작가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당신은 나의 물잔입니다.] 어떠한 향락도 목이 말라 죽을지경일 때 물잔이 제공하는 향락을 따라가지 못한다.
갈증 p50,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최근 찾아 듣는 법륜스님의 강연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면 늘 법륜스님의 기본 메세지는 그런거더라구요 {아직 살만 한가보다 그건 고통도 아니다 본인의 욕심이지 우리가 진짜 힘들다면 상대방의 감정에 일일이 트집잡고 힘들어 할 시간이 어딨겠느냐} 곱씹어 생각하면 진짜 그런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에서의 표현처럼 갈증이야 말로 인간이 사사로움에 대한 불만을 느낄 여유가 있지 않으면 갈증보다 더한 괴로움은 뭐겠냐는 생각도..근데 "당신은 나의 물잔입니다" 라는 예수의 표현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되는 건 살짝 비켜나는 제 생각이겠죠ㅎㅎㅎ 갈증과 그녀에 대한 표현이 너무 알게서서^^;;
진짜 그렇네요. 정말로 힘들 때에는 남의 감정을 살필 시간자체가 없지요
내 아버지는 아주 묘한 종을 창조하셨다. 의견이라는 걸 가진 개자식들과 생각을 하지 않는 너그러운 영혼들로 구성된 종을.
갈증 p.74,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나는 요한에게 <보아라, 이분이 네 어미니시다>라고 말하지도, 내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요한아, 나는 너를 많이 사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마구 지껄여선 안 되지.
갈증 p.114,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이런 문장들을 보고 있으면, 이 무거운 소재로 무거운 이야기를 이끌면서도 프랑스 소설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고 적절히 녹여내는 작가의 역량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정말 진지해야 하는데 피식피식 웃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이 유머들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감에 있어서 거슬리지도 않았고요.
그토록 강력한 진실들은 오로지 갈증을 겪거나, 사랑을 느끼거나, 죽어 갈 때만 깨우치게 된다. 그런데 이 세 활동 모두 육신을 필요로 한다.
갈증 p89,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예수가 자신은 체헌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감각들을 느낄 수 있고 하느님은 그런 걸 느끼지 못하실 거라고 약간 놀리는 부분 또한 재치있는 유머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매다렸을 때 참을 수 없는 육신의 고통을 갈증이라는 비장의 카드로 조금은 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는 바로 갈증, 사랑, 죽음 세가지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이런 고통스런 운명이 아닌 인간 예수가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그의 일생은 어떠했을지 상상해 봅니다. p64에서 예수가 마들렌과 평범한 삶을 사는 상상을 하는 문장도 나옵니다.
갈증이라는 욕구가 극도에 달하면 정말 다른 어떤 욕구도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머릿속에 그저 마시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집니다. 우리가 흔히 인간의 3대 욕구라고 말하면 수면욕, 성욕, 식욕을 얘기하는데 이것들을 넘어서서 가장 단시간에 가장 극도로 갈망하게 되는 것이 갈증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물론 갈증 자체를 잘 느끼지 못해서 수분 섭취를 잘 하지 않는 분들은 또 이런 갈증을 잘 이해하지 못하시더라구요ㅎㅎ 갈증의 정도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나봅니다
p50 내가 이 지역을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에게는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의 땅이 필요했다. p95 나는 가뭄의 나라에 강림했다. 나는 갈증이 지배할 뿐아니라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곳에서 태어나야만 했다. 이런 구절들로 미루어 이 책의 '갈증'이 육체적 목마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제가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심오하네요.
얇지만 쉬이 넘어가지는 책은 아니었어요. '갈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 정도의 글을 풀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작가의 역량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골고다 언덕까지 거리를 계산해 본다. 불가능 하다. 나는 얼마 못 가 죽고 말 것이다. 그것은 희소식에 가깝다. 십자가에 매달리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내가 십자가에 매달릴 거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어떻게든 버텨야만 한다. 자, 아예 생각을 말자. 아무 소용 없으니. 그냥 앞으로 나아가자. 십자가를 더 무겁게 만드는 이 진창에 푹푹 빠지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갈증 p70,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겸허히 받아드린다'라는 단어를 떠올려야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삶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럴 땐 전 겸허히받아 드려야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듯 제가 하루를계획 세우는 것 역시 이 겸허히 받아 드리는 것에 당황하지 않으려고 하는 저만의 방법이기도..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듯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지 않으려고 늘 계획을 세우기도..그리고 계획은 늘 수정될 수 있다는 자세로 말이죠.
겸허히 받아들인다... 저는 과연 확정된 결말 앞에서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것이 고통이나 실패를 동반한다면 더더욱 벗어나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보지 않을까 싶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어떤 순간엔 고통이나 실패가 무조건적으로 동반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것 이후를 생각해야하는데 그 상황에 얽메여 벗어나지 못하는 게 보통의 사람들이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자, 이제 나는 그 어마어마한 무게를 다시 들어 올린다. 나는 어떤 고통이 기다리는지 잘 알면서도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선다. 마태오의 복음서 11장 30절,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나한테는 그렇지가 않아. 친구들 그 좋은 말씀은 나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갈증 p71,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뀌는 삶에 자세 중 하나는 누군가를 향해 쉽게 하는 충고나 조언은 삼가하자 라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지나는 이에게 '이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은 절대 하고 싶지않다. 이또한 지나가 본 나에게나 공감이 되는 말이지 그 시기를 힘들게 지나가고 있는 이에게 조용히 물한잔을 내미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참 예전엔 그랬었지(반성 중..ㅠㅠ) [아들아, 인생은 자고로 말이지..] 지금은 그 입을 다물고 묵묵히 지켜 볼뿐이다. 언젠가 도움이 필요해 뒤를 볼때 그 자리에 우리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지나보면 별 거 아니야~ 라는 말은 지나본 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이죠. 지나치기 전이나 지나가고 있는 사람에게는 지금 당장 직면한 것들이 너무나도 높고 크고 벅찰 수 있는데,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니야~, 시간이 다 해결해줘~ 같은 말들은 그들에게 별달리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 봅니다. 차라리 그 시기를 잘 넘어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게 더 돕는 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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