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갈증, 예수의 십자가형이 진행되기까지의 이틀간의 이야기

D-29
소설 [갈증]을 읽고 이 소설에 대한 댓글을 달면서 다시 한번 더 소설을 읽는 느낌이 참 좋은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믐에 자꾸 들락날락 하게 되는지도..작가가 의도한바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체 스스로가 느끼는 대로 해석하더라도 다시 구절구절 읽다보면 우리의 일상에 적용해야되는 마음들도 발견하게 되네요^^ 오늘도 댓을 달면서 또 배우고 갑니다.
<갈증> 뿐만 아니라 저자의 저서를 읽다보면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의 역량, 그리고 그것을 잘 번역하는 번역가의 역량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전혀 몰랐던 단어, 대략적인 뉘앙스만 알았던 단어들을 적확하게 사용한 작가를 보면 정말 감탄이 나오더군요. 다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단어들이 있으셨나요?
저는 '페트리코르' 라는 단어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단어, 자주 쓰고 싶어지더라구요. 건조한 흙 위에 비가내릴 때 나는 흙 냄새, 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비올 때 나는 습한 흙 냄새를 지칭하던 단어가 한국어로는 없는 것 같더라구요. 매번 비올 때 나는 그 냄새가 좋던데~ 라고만 말했는데 이젠 페트리코르가 좋네~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듣는 쪽이 알아들어 주어야하는 또다른 미션이 있지만요 ㅋㅋㅋ
갈증을 읽으면서 갈증보다 더 강렬한 욕구가 생각나는 게 있으시던가요? 있다면 무엇이, 없다면 왜 갈증이 강렬한 욕구인지 한 번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갈증을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갈증은 가장 낮은 단계의 선제적 욕구인데 거기에 비견할 어떠한 욕구를 생각해 보면 기아나 배설 등의 단어만 떠오릅니다. 하지만 갈증을 예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의 목마름으로 본다면 답은 달라질 수 있도 있습니다. 저는 제 아이를 떠올립니다. 그 녀석에 대한 사랑은 주어도 주어도 모자른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아이가 제 가슴 속에서 뛰어 놉니다. 그래도 아이에 대한 마음은 무언가 부족한 듯 다른 의미의 목마름으로 다가옵니다.
좀 더 근원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서 제가 더 놀랐습니다ㅎㅎ 이 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눠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많이 나온 얘기 중 하나가 바로 자녀였어요. 이 아이를 통해, 이 아이를 위해 자신이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하시더라구요.
'갈증'이라는 단어를 자꾸 되뇌이며 생각하다보면 목마름의 갈증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겠다 싶지만 목마름이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대한 기대의 갈증으로도 여겨지네요 부모가 자식에 대한 갈증, 연인사이의 갈증 등 인간이 서로에게 원하는 마음들이 충족되지 않을때의 갈증 역시 목마름의 갈증 만큼 인간에겐 꼭 필요로 하는 욕구 갈증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나를 희생한 건 만인의 선을 위한 것이란다. 헛소리! 임종을 앞둔 한 아버지가 자식들을 불러 모아 놓고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나는 개처럼 살았다. 나 자신에게 어떠한 쾌락도 허락하지 않았고, 혐오스러운 직업에 종사했으며, 단 한 푼도 허비하지 않았다. 너희를 위해, 너희에게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그 모든 것을 했다.] 이것을 사랑이라 부른 자들은 괴물이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했다. 그럼으로써 그런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갈증 p103,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예수는 자신의 희생이 모든 인류의 죄를 대신 갚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따위 것인 십자가의 매달림을 보여주니 너희는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 싫어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위 문장에서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가 사랑이란 미명하에 죽어가면서 자식들의 가슴에 멍애를 짊어지게 하는 부분이 나오네요. 예수는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는 자들은 괴물이라고 말하지요. 사랑은 조건이 없어야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 헌신했다고 해도 그것을 내가 이렇게 살았다는 것을 너희들도 뼈에 사무치게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이지 최악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번이라도 그런 말을 하거나 그런 느낌을 준적이 없나요?" 하고 묻는다면 선뜻 자신있게 대답할 수는 없겠습니다.
부모로서 나중에라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소릴 정말 하지말아야지 라는 다짐을 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행하는 모든 사랑은 돌려받기 위한 조건부 사랑이 아님에도 부모 역시 사람인지라 그것을 확인 받고 싶어함이 없지 않다는 생각에 늘 다짐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자식이 자랄 수록 기대하는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신자들에게 뭔가 불편함을 제공했나 봅니다. 예수나 하느님의 심정을 인간이 임의로 표현하는 것에서요. 물론 신이나 성인이 그런 의도를 가지지 않고 정말 순수하게 자기 희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느냐, 희생했음을 늘 마음속에 새기고 기억해야 하느냐는 결국 개인의 몫으로 넘어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랑은 조건이 없이 행해져야 한다지만, 아마 대부분은 '그냥' 사랑하진 않을겁니다. 하물며 부모자식 관계에서도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보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이 묻어있으니까요.
아무것도 아닌 것에 행복해하는 나 자신을 축복하며 며칠 동안 종일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행복했던 게 아니었다. 나는 가벼움을 즐기고 있었다.
갈증 p81,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나는 선한 도둑의 말을 듣고 감동했지만 나쁜 도둑의 자존심 역시 사랑했으니까. 게다가 그는 그리 나쁜 사람도 아니다. 빵을 훔치는 게 그토록 심각한 죄인지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죄를 뉘우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갈증 p85,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인간의 죄'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보는 순간이 있었어요. 죄란 무엇일까..흔히들 말하는 모든 잘못(=죄)은 50보100보 아닌가라는 말이 떠올랐으며 100원을 훔지나 100만원을 훔치나 잘못은 잘못이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느 소설에 오래 남는 표현이 있더라구요 숨길의도가 있는거면 그건 죄라는..위 본문에서 예수가 이야기하는 '나쁜 도둑의 그 상황에 죄를 뉘우치지 않은것도 이해가 된다'는 표현에서 과연 우리는 남들의 죄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판단하면 될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네요. 과연 그럴만 한 사정이란 것을 어디까지 이해 할수 있을까요
당신이 나의 상황이 되었을 때 과연 그런 죄를 짓지 않고 살 수 있는가, 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물론 빵을 훔친 것은 죄이긴 합니다만, 빵을 훔치지 않아 굶주림에 의한 죽음에 내몰린다면 과연 죽음을 선택하고 훔치기를 거부할까요. 여기서 그동안 일 안하고 뭐했냐, 훔칠 시간에 뭐라도 해라 같은 말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이 상태에 도달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이미 이 상태에 도달해서 굶어 죽기 직전인 사람에게 지금부터 일을 시작해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니까요. 예수의 사랑은 죄의 무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 그 자체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믿음이 있다. 그런데 그 믿음에는 대상이 없다. 이 말은 내가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믿는다>는 것은 그 동사의 절대적인 의미에서만 아름답다. 믿음은 태도이지 계약이 아니다.
갈증 p.150,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믿음에 대한 어떤 개념이 송두리째 바뀌는 문장이었습니다. 정말로 생각해보니 믿음이라는 이유로 어떤 것에 계약된 것처럼 속박된 상태는 믿음이 아닌 것 같더군요. 그저 그러함을 보여주는 태도가 믿음 같았습니다.
나는 거기 있다. 나는 한시도 거기 있지 않은 적이 없었다. 물론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나는 거기 있다. 거기 있는 것, 즉 현존의 신비를 헤아리기 위해 뭔가를 믿을 필요는 전혀 없다. 누구나 하는 흔한 경험이니까. 우리는 현존하지 않은 채 얼마나 자주 거기에 있는가?
갈증 p128,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나의 현존을 느끼기 위해 오롯이 나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자주 겪을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존하지 않은 채 얼마나 자주 거기 있는가.'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하고요.
예수는 현존을 느끼게 하는 세 우승마 사랑, 갈증, 죽음이라고 했지만, 위에 잠시 언급해주셨던 배설이라던지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강렬하게 자극되는 순간이 우리가 현존하는 순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해주신 달리기도 어떻게보면 '호흡'이라는 인간의 당연한 생존 욕구가 강렬하게 발산되면서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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