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필사 좋아하세요?

D-29
이바라기 노리코 여사님 시 중에 제일 좋아하는 시입니다. ^^ (저도 바보...)
오늘의 시는 <재구성>이라는 시입니다. 해본 적 없지만 말하고 나서 한번 해본다는 문장과 안내받지 못하며 자란 사람은 스스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는 문장이 유독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나에게 안내자가 되어준다"는 마지막 문장처럼, 누군가에게는 재구성의 시작이 온전히 자신의 몫이 아닐까 싶었어요. "옛날 일기를 읽으면 다 생각이 나니까 / 읽기 싫었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힘들었던 시기도,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또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하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일기는 좋은 것 같습니다. 가끔 '내가 이런 걸 썼다고?'싶어 오글거릴 때도 있지만, 가감 없이 써 내려가는 일기장 덕분에 상황과 감정을 온전히 들여다보기도 하니까요. 다들 일기를 쓰시는지도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또 시와 전혀 관련없는 마지막 질문을 드리면서 저는 이만 출근하러!
저번에 이사 준비하다보니 초등학교때 썼던 일기가 빽빽하게 남아있더라구요. 다시 펴서 읽어보면서 그때의 간질거림을 느껴보는게 부끄러우면서도 재미있더라구요.ㅎㅎ
으아, 부럽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장들을 다 버린 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중학교 때 썼던 일기장들은 버리지 않아 부모님댁에 있지만요. 그때의 간질거림을 느껴보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재미있다는 말씀도 정말 공감합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썼던 일기만 다시 봐도 오글오글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때의 제가 떠올라서 좋고, 괜히 짠하기도 하고 그래서 결론은 재미있습니다:)
작은 사람에게 말했다 안내받지 못하며 자란 사람은 스스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고 해본 적 없어요 말하고 나서 한번 해본다 곁에 아무도 없는 작은 사람이 보였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재구성, 안미옥 지음
저도 이 부분이 아프네요. '해본 적 없어요'랑 '곁에 아무도 없는/ 작은 사람이 보였다'까지요..
저도요, 도리님ㅠㅠ 해본 적 없다고 말하고, 한번 해봤는데, 곁에 아무도 없어 작아지고 마는 느낌. 하지만 그 작은 사람은 다시금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희망하고 싶어집니다. "나는 나에게 안내자가 되어준다"는 마지막 문장처럼요. 그 작은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말없이 토닥토닥해주고 싶었어요.
엇 연해님이랑 저랑 묘하게 다르게 읽은 거 같아요! 저는 '작은 사람'과 '나'를 분리해서 봤는데요. '작은 사람'이 마치 부모처럼 느껴졌어요.(작음이 보잘 것 없고 쇠약해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은 사람에게, 안내 받지 못하며 자란 사람은 스스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고. 난 해본 적 없다고. 원망하듯 말하고 나서 직접 해보니 곁에 아무도 없었던 작은 사람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매번 그렇거든요. 구조보다 구조에 끼여 사는 사람을 미워하고 한심해 하다가 그곳에 놓였을 때야 그 사람의 분투와 외로움를 알아채서요. 그래서 저에게 마지막 행 '나는 나에게 안내자가 되어준다'는 희망보다 의지였어요. 이제는 구조를 알았으니까, 그러면 그것대로 살아남자는 의지. 연해님의 작은 사람은 화자와 화자 안에 작은 사람을 투영해서 보신 거 같은데 제가 이해한 게 맞을까요? 같은 시도 각자의 몸을 통과해서 각자의 버전의 시가 되는 거 같아 신기하고 재밌어요. 도리ver, 연해님ver!
으아, 세상에. 이렇게 정성스러운 설명이라니, 감동입니다. @도리 님! 저의 해석은 도리님이 말씀하신 것이 맞아요. 제대로 이해해 주셨습니다. 이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도리님의 말씀을 읽고 보니 제가 놓친 부분도 눈에 들어오네요. "구조보다 구조에 끼여 사는 사람을 미워하고 한심해 하다가 그곳에 놓였을 때야 그 사람의 분투와 외로움를 알아채서요."라는 문장에서 특히 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마지막 행이 희망보다 의지였다는 말씀, 구조를 알았으니 그것대로 살아남자는 의지도.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귀하게 읽힙니다. 도리님 말씀처럼 같은 시도 각자의 몸을 통과해서 각자의 버전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고,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다시 돌아볼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옛날 일기는 읽으면 다 생각이 나니까 읽기 싫었다 무거워서 시작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그만 깊어지고 싶지 않아요 영원을 본 적 없어요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재구성, 안미옥 지음
이 부분도 와닿네요 ㅎㅎ. 그 전에 기록한 걸 다시 들춰보진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이렇습니다. 다시 보려면 조금 많이 지나야 되더라고요. 그때의 내가 잊혀져야 보고 싶어져요.
저는 일기를 매일매일 쓰진 않고, 다이어리는 매일매일 꾸민답니다! 일기는 다이어리를 꾸미고 더 쓰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쓰곤 합니다 :) 초등학생 때는 숙제로 일기를 많이 쓰곤 했는데, 얼마 전 그때 일기를 다시 보니 먹는 얘기밖에 없더라고요..^^...
세상에... 사진 클릭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오밀조밀 빼곡한 스티커와 일정들이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5월에 행사가 많으셨군요. 맛있는 음식도 많이 드셨고요(웃음). 저도 어릴 때, 다이어리 꾸미기에 굉장히 진심이었는데, 그때의 추억들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으른 님의 다이어리를 보고 나니,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오랜만에 다시 도전해 볼까 싶어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자두>라는 소설을 아주 인상깊게 읽었는데, 그 작가의 새로운(?) 소설인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을 읽고 필사하기로 했어요. ^^
저는 이주혜 작가님 이렇게 두 권에서 읽었었는데 넘 좋았어요 ㅎㅎㅎ 새로 필사하시는 소설도 궁금했던 책인데 필사하시는 부분 눈여겨봐야겠네요 ㅎㅎ
누의 자리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안내서. 꾸준히 여성과 가부장에 대한 시선을 던져온 작가 이주혜의 두 번째 소설집 『누의 자리』가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 : 가을 2023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 가을 2023』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부지런히 필사해서 올릴게요. ^^
오, 새로운 책으로 필사를 이어가시는 새벽서가님의 발걸...아니, 손걸음이라고 해야 할까요(이게 무슨 말이야). 잘 시간이 지나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아무튼 그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일기라고 해서 글쓴이와 글 안의 화자가 반드시 같은 기호로 일치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라는 문장도 눈에 콕 들어옵니다. 이번 필사에서도 문장 앞에 귀여운 책갈피 표시가 함께하고 있네요.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섬세하게 벼린 언어”로 “우리 사회의 유별난 젠더불평등과 그 불감증의 벽을 깊숙이 가르고 지나가는”(신동엽문학상 심사평)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작가 이주혜가 두번째 장편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을 펴냈다.
열심히 이어가겠습니다, 손걸음(?). ㅎㅎ
' 내 밖으로 내가 나올 짬이 없는 것입니다..'
하... 이 시를 읽으며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어요. 감사합니다. @GoHo 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 가슴까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분위기가 늘 잔잔하다고 하여 / 마음이 항상 평화로운 것은 아닙니다" 라는 문장들 덕분에 특히요. 시인님이 말씀하시는 건 사랑이지만, 저는 제 삶에 빗대어 생각하게 됐어요. 어제 퇴근 전, 팀장님과 긴 면담(?)을 했는데요. 제가 평소에 회사에서 말수가 거의 없는 편이라, 정말 오랜만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거든요. 최근 팀 내 하나의 이슈가 있는데 그것에 대한 제 생각이 궁금하셨나 봐요. 네네, 저는 그 이슈에 대해 계속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고, 꾹꾹 누르면서 (화를) 삭히고 있었는데, 이 시의 문장처럼 입이 터져버린 거죠. 다 말하고 나니 머리가 다 어지럽더라고요. 팀장님도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하셨고요ㅋㅋㅋ 평소에도 이렇게 말 좀 해달라고. 보통 별 생각이 없거나 할 말이 없어서 침묵하는 게 아닌데, 가끔 저는 이렇게 오해를 삽니다. 어떤 말들은 해봤자 닿을 것 같지 않아 애써 침묵하거나 먼저 포기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아 또 쓰다 보니, 시에 대한 감상이 너무 제 사견으로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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