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필사 좋아하세요?

D-29
아! 이 꽃의 이름이 금계국이군요.. 여름 초입부터 여기 저기에서 노란빛을 확확 퍼뜨리고 있어서 참 예뻐보이더라구요. 왠지 여름의 꽃인거 같은 기분도 들고요. 유해종은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예쁘다고 좋아했는데 유해종이라고 하면 왠지 마음이 복잡해지니까요....
아이스크림을 초콜릿 꺼내 먹듯이 자주 먹는 요즘인데요. 이번 필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시는 '버텨냈다'와 '버텨왔다'에서 자꾸 멈춰있어요. 두 행의 차이가 마음이 아픈데요. 왜 마음이 아픈지 나는 '버텨낸건지', '버텨왔는지' 고민 해보고 있답니다.
저도 점심 먹고 아이스크림 먹었어요 ㅋㅋ 버텨낸 것과, 버텨온 것… 우리말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이렇게 비슷한 단어인데 다르게 느낄 수 있게 하다니요 ㅎㅎ
도리님과 제가 같은 시집을 필사하고 있다 보니 제가 읽었던 시를 도리님의 필체로 다시 보는 과정이 반갑고 신기합니다. 저도 말씀하신 것처럼 '버텨냈다'는 것과 '버텨왔다'는 것의 차이가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저의 지난했던 시간들을 버텨낸 건지, 버텨왔던 건지 그럼 앞으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아이스크림을 초콜릿 꺼내 먹듯이 자주 먹는 요즘"이라는 말씀에 뜬금없이 생각난 먹태깡(죄송합니다). 어제 라이브 채팅에서 핫했던 아이템이었죠(하핫).
'버텨냈다'는 상대적으로 근래에 생긴 고난으로 느껴지고, 현재엔 그 고난으로 인한 버팀이 완료된 듯 느껴졌어요. 의지적이고 성취적으로도 느껴지고요. '버텨왔다'는 과거에서 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고요. 그리고 '버팀'이 종료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나'는 '버텨냈고', '친구'는 '버텨왔다'는 거에, 작은 고난을 끝낸 저의 세상을 들키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친구의 고난을 마주한 듯해 부끄럽고 마음이 아팠어요. 이런 경험이 있거든요. 반대로 느낀 적도 있고요. 참 어려워요.
세상에, 도리님! 저는 '버텨냈다'는 것과 '버텨왔다'는 것의 차이를 이토록 명료하게 구분하지는 못 했는데, 완료형과 현재 진행 형으로 나눠주시다니 이 구체적인 표현들이 정말 놀라워요! 내가 지나온 고난을 아직 겪고 있을 친구를 바라보는 마음과 반대의 마음까지. 정말 그러네요. 남겨주신 말씀 덕분에 생각이 한 층 더 깊어집니다.
프란츠 카프카가 시를 쓰고 드로잉이 남아 있다는 건 이번에 알았어요. 시집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에 수록된 「사랑은」 이라는 짧은 시입니다. 사실 저는 이런 사랑은 해 본 적이 없어서 시가 엄청 와닿진 않았어요.. 사랑은 당신이 내게 칼이라는 사실이고, 나는 그 칼로 내 마음을 들쑤신다..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칼로 내 마음을 찔러 넣다 못해 들쑤시는 거.. 카프카는 어떤 사랑을 한 걸까요? 이 시 같은 경험 하신 분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프란츠 카프카 사후 100주년을 맞아 시 116편과 드로잉 60개를 수록한 카프카 드로잉 시전집. 1부는 고독, 2부는 불안, 불행, 슬픔, 고통, 공포, 3부는 덧없음, 4부는 저항, 그리고 5부는 자유와 행복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묶었다.
앗, 이 책은 @지금 님도 필사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때 드로잉 시전집이라는 걸 처음 알았죠. 시는 간결하지만 메시지가 강렬하네요.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칼로 내 마음을 들쑤시는 사랑이라는 건 어떤 사랑일까. 저는 @bookulove 님의 글을 읽다가 제가 좋아했던 문장이 하나 떠올랐는데요. 정이현 작가님의 『우리가 녹는 온도』라는 소설 속에 담긴 문장입니다. "녹을 줄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사람은 눈으로 '사람'을 만든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곧 녹아버릴 눈덩이에게 기어코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는 그 마음에 대하여, 연민에 대하여 나는 다만 여기 작게 기록해 둔다." 저의 지난 사랑을 가만히 되돌아보면, 놓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헤어진 뒤에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그 상황 한가운데 놓여있을 때는 그게 잘 안 보이더라고요. 독인 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꾸역꾸역 삼키는 느낌이랄까요. 그 사람과 헤어진 지는 이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에 제가 그에게 이런 표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몸에 칼이 박혀 피가 철철 나고,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고 네 몸에 칼이 박혀 피가 계속 난다고 소리치듯 말해주는데, 정작 저는 "이거 피 아니야, 상처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 같았다고 말이죠. 그래서 헤어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답니다.
그리하여, 언제든 사라져버릴 사람을 우리는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 고명재 산문집 「눈사람」, 고명재 지음
정말요. 신기합니다. 정이현 작가님의 문장과 묘하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좋은 문장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뒤에 문장이 더 있을 줄 알고 조심스레 찾아봤는데요(꽤 집요한 편). 이 한 문장이 전부였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가 제목을 보고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명재 시인 산문집에도 이런 글이 있었어요! ㅎㅎㅎ 신기하네요 ㅎㅎㅎ 연해 님은 카프카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었겠네요. 지금은 그 기억이 연해 님께 너무 아픈 추억이 아니길 바라요.
오늘 필사한 시는 이병률 시인의 시 '어린 시인에게'입니다. 저는 언어로 배불러 언어를 낳으세요. 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내일이 현충일이라 오늘은 시간이 조금 더디 기어가는 느낌이네요. 남은 하루도 시 한편으로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를~☆
와... "언어를 배불러 언어를 낳으세요"라니. 역시 시인의 언어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뒤에 이어지는 "화살이 되지 말고 활이 되세요"라는 문장도 너무 좋네요. <어린 시인에게>라는 제목처럼, 시인의 길은 멀고도 난해한 것 같습니다(허허허). @달빛한조각 님도 남은 오늘 하루도 평온한 시간으로 가득 채우시길 바라요:)
성북근현대문학관에 왔는데, 필사하는 곳이 있네요.^^ 만년필을 써본 적이 거의 없는데 만년필로 써보는 경험도 새로워요.
원고지 글이라 더욱 단아해 보입니다~
어머낫, 저 성북동 자주 가고 좋아하는데, 이런 곳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근데 만년필과 원고지의 조합이라니! @하뭇 님의 필체가 더욱 빛을 발하네요. 정지용 시인님과 박완서 작가님의 모습은 도장일까요? 깨알같이 담겨있어 더욱 귀엽습니다. 하뭇님의 필사를 읽다가 안감내라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찾아보니 성북천·안감내·안암내·안암천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네요. 지금은 성북천으로 불리는 것 같은데, 저의 산책코스에도 살포시 넣었습니다:)
처음에 정지용 시인님이나 박완서 선생님 얼굴을 @하뭇 님이 그리신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원고지가 되게 정갈해 보여요. 글씨도 잘 어울립니다. ^^
으아~~ 저렇게 그림을 잘 그리면 당장 캐릭터 사업을 하겠습니다!ㅋㅋㅋ 저 문학관에 작가님 초상 스탬프가 많았어요^^
오늘은 정현종 님의 시선집 '섬'에 있는 '방문객'이라는 시를 필사해 봤습니다. 하나하나 읽다가 마음에 들어 필사를 하고 시선집을 잠깐 덮고 보니 띠지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시라는 문구가 있네요..^^ 저도 정말 마음에 드는 시였습니다. 나를 찾아주고, 방문해 주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참으로 잘 느껴져서,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였습니다.
섬 -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정현종 시인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정현종 문학 에디션'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된 <섬>. 이 시선집에는 '자유로운 언어'로 표현한 34편의 시가 시인이 만년필로 쓴 육필, 직접 그린 그림들과 함께 채워져 있는데, 투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터치와 필치가 독자들에게 너울 깊은 파동을 전한다.
사람이 온다는 게..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라는 싯구를 보니.. 마음가짐을 달리 해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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