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시인님의 「이 시대의 사랑」 전문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이 시대’는 1970년대를 가리키는 의미였을까요?) 하지만 ‘발이 묶인 구름’이라든가 ‘뜨거운 암호’ 같은 수수께끼 같은 표현들을 좋아합니다.
bookulove
저도 시 자체는 알쏭달쏭하고 와닿진 않았는데 ‘죽음이 죽음을 따르는 이 시대의 무서운 사랑을 우리는 풀지 못한다’는 구절이 그냥 신비롭고 좋았어요 ㅎㅎ
연해
@bookulove 님의 필사를 읽었을 때도 아리송했는데, 작가님의 전문으로 다시봐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이 시대의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저는 "죽음이 죽음을 따르는 / 이 시대의 무서운 사랑을 / 우리는 풀지 못한다"는 문장들이 마음에 콕 들어왔습니다. 죽음이 따르는 무서운 사랑이라는 건 뭘까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인님의 마지막 문장처럼 우리는 풀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뭔 소리를 하는지 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합니다(허허허).
으른
오늘은 어제에 이어 정현종 님의 시선집 '섬'에 있는 '행복'이라는 시를 필사해 봤습니다. 너무너무 기분 좋은 시인 것 같습니다. 벤치에 앉아 남은 육포 한 조각을 안주 삼아 맥주 한 병,, 저는 술을 안 마시지만, 고된 산행 끝에 맛보는 시원함! 그런 모습을 상상만 해도 행복합니다. 시 속 문장처럼 이 시를 읽고 정말 밑도 끝도 없이 행복해지는 기분이랄까요ㅎㅎ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그런 시였습니다.
연해
너무너무 기분 좋은 시인 것 같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아 행복하다!"가 시원하고 개운하게 느껴져요. 소박한 일상에서 진정한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는 화자의 모습도 포근하고요.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 밑도 끝도 없이 와서"라는 문장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미 소가 절로 지어지는 시였던 만큼 @으른 님의 오늘 하루도 미소로 가득한 하루 되셨으면 좋겠어요:)
달빛한조각
오늘은 오랜만에 나태주 시인의 <오늘의 약속>을 필사해봤어요. 모두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연해
@으른 님의 시에 이어 @달빛한조각 님의 시에도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어 연결감을 느끼게 되네요. 시가 몽글몽글 참 예쁩니다. 소소한 일상의 한 조각을 눈으로 가득 담아 부드럽고 고운 언어로 차분히 적어내려가신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라는 문장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보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 편안하네요.
나태주 시인님이 말씀하시는 오늘의 약속을 저도 지키고 싶어집니다:)
달빛한조각
오늘 지금 여기 이 공간에서 우리의 이야기들, 필사로 행복해지는 밤입니다.ㅎㅎ
GoHo
평안한 시간들 보내세요~☆
장맥주
시가 참 좋네요. 산산조각이 났다고 생각했던 시간의 저에게 돌아가 읊어주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해
어...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읽다가 살짝 울컥했어요. 다정하고 따스한 손길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저는 이렇게 산산조각 나버린 무언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관계'가 떠오르는데요. 관계라는 게 좋을 때는 유리처럼 단단하지만, 자칫 실수로 깨지거나 금이 가면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최근에 읽었던 한 권의 책에서 관계를 조금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문장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시의 내용과는 많이 멀어졌지만(샛길로 자주 새는 편) 그 문장도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낱말의 장면들 -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가깝지만 낯선 낱말들이 주는 위안과 용기의 순간을 담았다. 새로운 낱말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낱말을 통해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보 게 한다. “휴가지에서 주머니에 가득 담아온 신기하고 예쁜 돌멩이들처럼”(한수희) 이 책에서 나만의 특별한 낱말을 만날 수 있기를, 새로 얻은 언어의 조각만큼 오늘을 조금은 다르게 살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책장 바로가기
연해
“ 내가 이 관계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을까?
지키긴 뭘 지켜. 관계는 누리는 거지.
돌아온 말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고 했다.
나 역시 관계는 흠집이 나지 않게 지켜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어떤 관계든지 훼손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고, 긴시간 훼손되지 않기란 불가능하니 길어 지면 모두 망가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
『낱말의 장면들 -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 민바람 지음, 신혜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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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천천히 알게 되었다. 관계는 그런 게 아니었다. 훼손된 흔적을 지워야만 건강하게 지속되는 게 아니라, 시간 위에 함께 남기는 흔적 그 자체였다. 가시밭길 위에서 같은 경로만 맴돌더라도 그 시간이 쌓여 더 큰 연민과 사랑이 되기도 했다. 서로를 적으로 여기며 전쟁처럼 다퉜어도 그런 고난을 함께 헤쳐온 사람 역시 상대방이었다. ”
『낱말의 장면들 -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 민바람 지음, 신혜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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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관계는 누리는 거지.' 최근에 사람을 만나고 기운이 빠진 체 집에 와서 유튜브를 실컷 봤는데요. 역시 유튜브가 최고긴 하다.... 싶었는데 이 문장 읽으면서 다시 마음 다잡을게요! 이런 저런 관계들을 누리고 있는 중이라고요 ㅎㅎ.
연해
"이런 저런 관계를 누리고 있는 중이더라고요."라는 도리님 말씀에 제가 다 편안해지네요.
저도 관계는 누리는 것이라던, 민바람 작가님의 문장을 온전히 다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두렵기도 하고요), 너무 잘하려고 하다 되레 부딪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진실되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답니다(그래도 여전히 어렵긴 합니다). 저야말로 마음을 단디 잡아야할 것 같아요. 여전히 넘어지고, 깨지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더라고요.
도리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 있는 시라 알고 있었는데 고호님 손글씨로 보니 반갑고 좋네요.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라니. 살아가는 게 조금 덜 무서워졌어요. 좋은 시 필사 감사합니다.
연해
오늘의 시는 <신축>이라는 시입니다.
제목을 보고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시의 문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말'에 대한 이야기였죠.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고, 사람들은 그걸 선물 혹은 천사의 말이라고 합니다. 지켜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저 또한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말이 입 밖으로 흘러넘치듯 쏟아져 나온 경험을 생각해 봅니다. 그 말을 반드시 했어야 했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침묵이 길어집니다. 삼키는 말도 많아집니다(그래서 글이 이렇게 길어지나...). 제가 아는 말과 모르는 말, 알고 있지만 차마 하지 못한 말 등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집니다.
GoHo
오늘 하루 흔들리지 않는 삶들이 되시길~☆
연해
꽃들의 숨 소리가 정갈하다는 표현이 너무 신비롭네요. 뭔가 정령 같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하는 꽃들의 숨소리는 왠지 부드럽고 나긋나긋할 것 같아요.
비록 우리의 삶은 꽃보다 더 흔들릴 때도 많지만, 가식 없이 맑을 수 있도록 세상이 더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조심스레 담아봅니다.
@GoHo 님의 남은 오늘 하루도 흔들리지 않는 무탈한 하루 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