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필사 좋아하세요?

D-29
오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용한 님의 시집,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에 수록된 '고양이 아가씨'라는 시를 필사해봤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론 삶을 담담하게 정말 큰일!은 없다는 듯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라는 느낌을 받아서 너무 좋았던 시였습니다.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문학동네시인선 115번째. 총 4부로 나누어 담긴 55편의 시는 ‘인생’에서 시작해(1부 ‘불안들’), 2부의 ‘묘생’을 거쳐, 떠돌며 보고 느낀 허허로움과 충만함(3부 ‘코펜하겐’)을 지나, 또다른 시선으로 마주하는 삶-아닌 삶(4부 ‘조캉사원의 기타리스트’)으로 돌아온다.
묘생의 말이 사람의 말과 겹쳐 들려요. 저도 닝만고양이였음 좋겠어요. 낮엔 책여행, 밤엔 꿈산책, 미야옹~
와... 이 시 너무 좋은데요. 표현들이 어쩜 이렇게 섬세하고 독창적인지! 음율도 느껴지고요. "세상에는 아직도 시 쓰는 유령들이 가득해요"라는 문장에 살짝 미소 짓기도 했고, 시집 이름과 같은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에 끄덕끄덕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밤 산책을 좋아하고,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스르르 잠드는 걸 좋아합니다(덕분에 가끔 눈 떠보면 종점, 짜잔). "사랑이 끝나면 수컷들은 차가워질 뿐이에요"라는 문장에 쓰게 웃었고(허허허), "삶은 복잡하지만 생존은 단순한 거예요"라는 문장에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고양이 아가씨라는 귀여운 제목과 달리 묵직한 문장이 많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지금 막 읽기 시작한 책인데 처음부터 좋네요. 사람은 사회 안에서 자리를 잡아야한다는 말이... 왠지 안타깝고 슬프기도 한데 거기에 깊이 공감이 되는 제 처지(?)도 서럽고요...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입니다.
어머 어머! 일전에 @GoHo 님이 이 책을 필사해주셨을 때, 반가운 마음이 올라왔었는데, 하뭇님도 이 책을 필사하시는군요!! 저는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곱씹듯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 이 책을 지정도서로, 독서모임도 진행해 보고 싶을 만큼 내용이 깊고 생각할 부분이 많았어요. 그리고 하뭇님 말씀처럼 안타깝고 슬프기도 한데, 현실적으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 왠지 서럽고 서글프기도 했어요.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개체가 인간이라면, 그 개체는 우리와의 관계 바깥에서도 인간일 것이다. 반면에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
다 읽은 시집을 들춰보다 제가 좋아하는 조온윤 시인의 시를 적어야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노트 한 페이지에 다 못적을 분량이어서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여름 참외를 사랑에 빗댄 시를 가져왔습니다. 무언가의 뒷면 또는 이면이란 단어에 늘 끌리는 편인데 이 시에서는 사랑 이후의 모습을 뒷면이라 칭했나 봅니다. 여름이 지나면 골아버리는 달디단 참외의 이면이 사랑의 뒷면이라니 그런 이별은 슬퍼요.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2021년 '창비시선'의 문을 여는 첫번째 시집으로 정현우 시인의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가 출간되었다.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첫 시집이다.
저도 이 시 얼마 전에 읽었는데요! 정현우 시인 시들이 좀 슬프더라고요 ㅠㅠ 근데 넘 좋았어요..
계절감이 가득 묻어나는 시라 더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여름 참외를 사랑에 빗대어 표현하는 점도 신선했고요. 저는 "아직 남겨진 참외를 바라보다가 / 참회라는 말을 꿀꺽 삼키다가"라는 문장이 눈에 콕 들어왔는데, 비슷한 단어를 연결 지어 나열하면서 그 안에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듯 보여 좋았습니다. 무언가의 뒷면 또는 이면이라는 단어에 늘 끌리신다는 @바람ㅎㅈ 님의 문장에 가만히 머물러보기도 했고, "사랑에도 뒷면이 있다면 / 뒷문을 열고 들어가 묻고 싶었습니다"라는 문장이 유독 아리기도 했어요. 왠지 올여름에는 참외를 먹을 때마다 이 시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벌레 먹은 안쪽은 물지 않겠습니다).
참외 깎기 귀찮아서 잘 안사게 되는데 전 오히려 한 번 사먹어 보고 싶어졌어요. 저도 참회, 참외 말장난(?)에 눈길이 머물렀었네요.
이 책은 시산문집인데 시도 시지만 산문이 참 좋아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신용목, 안희연 시인이 고른 시와 두 시인이 아버지를 떠올리며 쓴 산문으로 엮여 있는데요. 참 먹먹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어요. 시요일 기획으로 나온 책들이 꽤 제 취향이라서 참 좋네요.
당신은 우는 것 같다아버지를 미워하거나 그와 불화해본 모든 이에게 건네는 위로의 시와 산문이 실려 있다. 시와 산문이 고루 사랑받는 신용목과 한국 시의 새로운 얼굴 안희연, 두 시인이 ‘아버지’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시요일 기획에 이런 책도 있네요. 임진아의 ‘오늘의 단어’ 이후로 매거진 형식으로 올라오는 글들은 잘 안읽었었는데 추천 감사해요~ 지나고 나서 맑게 남는다는 글, 며칠전 민음일력에서 본 문장과 비슷해요.
"말보다 침묵이 더 편해서, 마음 안에서 해결되지 못한 뭔가가 있어서, 쑥스럽고 서툴러서, 다음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해서, 우리는 끝내 말하지 못한다."라는 문장이 유독 아리네요. 『당신은 우는 것 같다』라는 시집의 제목도 잔잔한 여운이 남고요. 지금 제 곁에 있는 분들에 대한 생각이 깊어집니다. 이 관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려요. 오빠가 얼마 전에 결혼해서 가족 카톡방이 한껏 활발한데, 부모님께도 사랑한다는 말씀 한 마디를 못 드렸네요. 다들 고생했다는 말만 한가득ㅋㅋㅋ @bookulove 님 덕분에 이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쑥스러워도 사랑한다고 한번 말씀해보시는 거 어떨까요. 왜 이래 이러면서도 은근 좋아하시더라고요 ㅎㅎ
하핫, 감사합니다. @bookulove 님. 용기 내어 조금씩 해보려고는 하는데, 직접 뵙고 말씀드리는 건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조금 더 분발해 보겠습니다:)
이럴 때 저의 비법은 일부러 웃기게 하는 겁니다. 유노윤호가 최강창민한테 "창민아 생일 축하한다!!!!!!" 하고 파워댄스를 하는 밈을 아실까요? 그런 걸 따라해보는 거죠. 엄마아빠 내가 사랑한다아아아아하아ㅏ아ㅏ!!! 더 어려울까요? 허헛.
말씀해 주신 밈은 잘 모르지만, 뭔가 느낌적인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하핫). 제가 집에서는 꽤 무뚝뚝한 딸이라, 오빠가 오히려 더 살가운 편인데요. 오빠가 춤추는 건 놀라지 않으실 것 같은데(얼마 전 본인 결혼식에서도 춤을 추더라고요), 제가 갑자기 저러면 꽤나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긴 할 것 같아요. 도리님 덕분에 이렇게 또 웃음이ㅋㅋㅋㅋ 추천해 주셨던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도 어제부로 다 읽었는데요. 엄마와의 관계성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이 더 깊어질 수 있어 좋았답니다.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이라는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도리님 덕분에 이렇게 또 배워갑니다. 늘 감사해요:)
밝은 밤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서정적이며 사려 깊은 문장,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뜨거운 문제의식으로 등단 이후 줄곧 폭넓은 독자의 지지와 문학적 조명을 두루 받고 있는 작가 최은영의 첫 장편소설.
사실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었던 건 카톡으로 짤과 함께 사랑한다아아악 을 해보는 거였는데요. 실제로 연해님이 댄스를 추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훨씬 효과는 좋을 것 같아요 크크. <한 여자>를 다 읽으셨군요! 저는 작년에 읽었는데요. 엄마와 딸의 관계를 건조한 문체로 읽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요. 작가가 쓰면서도 무척 어려웠을 거라는 인식으로 남아있어요. 나라면 할 수 있었을까 어휴... 싶었어요. <밝은 밤>은 <한 여자> 전에 읽었고 좋게 잘 일었는데요. 이렇게 보니 반가워요!
오늘의 시는 <그믐>이라는 시입니다. 제목이 그믐이라 얼마나 반가웠던지 몰라요. 저는 어제부로 안미옥 시인님의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를 완독했고, 오늘부터 남은 8일 동안 이현승 시인님의 『친애하는 사물들』이라는 시집을 필사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상처를 만드는 사람이면서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처를 받은 사람이면서 자신을 힐난하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바친다."는 시인님의 소개가 좋아 이 시집을 고르게 되었어요. 시에서는 "그는 언제 어디에나 있지만 / 그는 거의 없다고 해도 괜찮다"라는 마지막 문구가 좋았습니다. 새벽녘이 되어야만 겨우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달, 그믐처럼 말이죠.
친애하는 사물들<아이스크림과 늑대>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현승의 시집. 참신한 이미지로 무장한 은유 혹은 파격적인 시 형식 없이, 유머와 지혜의 강고한 외피만으로 너끈한 이현승의 시 세계. 그는 사색을 멈추지 않으며 생의 밑바닥까지 침잠해간다.
와, 이런 시가 있다니. 감사합니다. 이 시는 이현승 시인님의 시인 거지요? 한 줄 한 줄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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