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 볕뉘가 어여쁜 시기 같아요. 공원 산책이라도 나가서 볕뉘 아래 야외 독서하면 좋을 때. 주변에 다정한 손들도 느끼면서요.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
D-29

바람ㅎㅈ
으른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에 수록된 시로 골랐습니다. 시가 길어 일부분만 필사를 할까 생각하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아서 전체를 필사하게 되었습니다.
'웃는 표정을 걸어놓고 나는 울었다'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화자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보세요, 여기가 이미 바닥이에요/뛰어내릴 수도 없는 반지하 창문에 박힌 노란 달'
삶이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죠...
'잠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죠/눈을 감았다 뜨면 내일이 올 것 같아서'
'불면을 건너면 불안/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둘 사이의 공백을 견디는 게 삶이죠'
저도 불면증이 심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유가 위의 문구랑 똑같았어서 시를 읽으며 놀랐답니다. 내일이 오는 게 싫고 무섭고 두려웠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잠들지 않으면 다음날의 하루가 피곤해 힘들 것을 알았기에 자고 싶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밤마다 불안 속에서 그냥 편하게 잠들게 해달라고 하기도 했었죠.
이 시를 읽고 힘들었을 때의 생각도 나고, 화자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기도 하여서 눈물이 났네요..
오늘은 조금 슬픈 시였답니다!


연해
보여지기에는 시가 길지만, 한 구절 한 구절 와닿는 문장이 많아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 시였어요.
저는 "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 / 둘 사이의 공백을 견디는 게 삶이죠"라는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불안들"이라는 제목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간중간 @으른 님의 솔직한 감상을 담아주신 문장들도 너무 좋네요.
불면증이 심했던 때가 있으셨다는 말씀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어요. 내일이 오는 게 싫고 무섭고 두려웠다는 말씀에서도요. 잠들면 내일, 그렇다고 잠을 자지 않을 수는 없는, 숨 막히는 막막함과 불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형이 되신 것 같아 괜찮아지셨냐는 안부도 조심스레 건네고 싶어집니다.
슬픈 시, 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시.
시가 길어 필사하기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 좋은 시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북별85
시가 참 아프면서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네요... 아마 지금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한번은 느꼈을 감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ㅜㅜ

연해
오늘의 시는 <다정도 병인 양>이라는 시입니다.
모순적인 상황을 잘 나타낸 느낌이 들었어요.
"삶은 늘 경고인지 위로인지 모를 손을 내민다"는 문장에서 특히 더 그랬습니다.
시작해보나마나 뻔한 실패를 향해 걸어가는 서른두 살의 주인공에게도 위로는 필요하고, 왼손에게는 오른손이 오른손에게는 왼손이 필요하다 말합니다. 꼭 이루어내지 못할 일이라도 일단은 해보고자 하는 마음, 거기서 오는 낙담 그리고 위로. 시인님의 문장들이 저에게는 그런 흐름으로 닿았어요.

GoHo
'엎드린 등을 쓸어 줄 어둠이 필요하다'
때론 이런 어둠과 외로움과 쓸쓸함에 침잠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마음껏 움크리고 있다보면 일어서고 싶을 때가 생기거든요..
공감 꾸욱~~

연해
침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저도 공감 꾸욱:)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삶이 너무 평탄하기만 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적당한 시련과 고난, 역경도 필요하다 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고, 그러면서 깨닫는 지점도 있을 테고요. 마음껏 웅크리고 있다보면 일어서고 싶을 때가 생긴다는 @GoHo 님의 말씀처럼요. 다만 그 낙차가 너무 심하지는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으른
너무 좋은 시라 여러 번 읽고 또 읽었습니다. '왼손등에 난 상처가 오른손의 존재를 일깨운다', '한 손으로 다른 손목을 쥐고' 이 부분에서 너무 안타까웠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그럼에도 살아가기 위해 그 손목을 쥐여줄 다른 손, 위로가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어 쓸쓸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시였습니다. 연해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모순적인 상황들 속에서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마음과 좌절과 위로가 전부 느껴지네요. 이 시를 쓰신 시인님에 대해서도 궁금해집니다. 이 시집에 수록된 다른 시들도 읽어보고 싶어 관심 책에 저장해뒀네요 ㅎㅎ

연해
이토록 정성스러운 감상을 남겨주시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으른 님 말씀을 읽고, "쓸쓸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시였습니다"라는 문장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도 이현승 시인님은 이번 시집을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이 시집 첫 장에 "우리는 상처를 만드는 사람이면서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처를 받은 사람이면서 자신을 힐난하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바친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번 시도 그 문장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를 계속해서 붙여주고 싶었어요.
관심 책에 저장해 주셨다니! 제가 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꾸벅).

도리
오랜만에 필사 남기네요. 필사방 덕에 안미옥 시인 시를 잘 읽고 있어요. 저는 시집을 뒤적이면서 그 순간 마음에 와닿는 시를 필사해서 공유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내가 찾는 단어>가 맘에 와닿네요.



도리
넘어질 땐 꼭 약한 쪽으로 넘어지는 법이라던데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안미옥 지음
문장모음 보기

도리
계단에는 쓰여 있었다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너 자주 이마가 빨개
울지도 않고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안미옥 지음
문장모음 보기

도리
그냥 넘어지는 게 아니구나
뭐에 걸려 넘어지는 거지
그게 뭔지 잘 생각해봐
네 발일 수도 있잖아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안미옥 지음
문장모음 보기

도리
그래도
약함이 악함이 되지 않도록 하자,
다짐을 한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안미옥 지음
문장모음 보기

연해
오, 오랜만에 도리님의 필사를 만나니 기쁩니다. 저도 같은 시집을 필사해서(이제는 다른 시집을 필사하고 있지만요) 이 시도 기억납니다.
도리님의 필사로 다시 읽을 때는 그때보다 더 집중해서 읽었어요. 문장 수집으로 남겨주신 문장들도 새롭게 읽힙니다.
"그래도 약함이 약함이 되지 않도록 하자, 다짐을 한다"라는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오네요.
GoHo
'엎드린 등을 쓸어 줄 어둠이 필요하다'
다정도 병인 양.. 중 / 이현승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안미옥 지음
문장모음 보기

김은혜
정말 오랜만에 또 글을 남기러 왔어요! 지난 주부터 계속 야근이 이어지다 보니 필사할 시간도 여유도 없지만, 그래도 틈틈이 써 두었던 내용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예전에는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들도 꾸준히 찾아서 읽곤 했는데 지금은 1년에 한 번 읽는 것도 버겁네요.
단행본만 읽다가 이렇게 문예지에 발표한 신인 작가님의 등단작을 읽으니 더욱더 싱그럽고 신선한 느낌이 들어요. 박소민 작가님의 단편 <떠오르지 않으려고>를 읽었는데 참 좋네요. 하루 빨리 첫 소설집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연해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닉네임에 반가운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야근으로 많이 바쁘셨음에도 책과의 소통을 이어가셨다니 다행이고 기쁩니다. 문예지의 작품들을 1년에 한 번 읽는 것도 버겁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계속 이렇게 읽고 쓰는 감각을 잃지 않으시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좋은 것 같아요.
지난번에 필사해 주셨던 글씨체도 정말 고르고 예쁘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클릭해 읽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떠오르지 않으려고"라는 제목은 입체적이기까지!
"다정한 공룡에게도 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종국에는 채워야만 하는 일 인분의 허기가 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콕 들어옵니다.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으른
어제는 조금 슬픈 시였어서, 오늘은 조금 경쾌하게 느껴지는 시를 필사해 봤습니다 ㅎㅎㅎ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시골 한적한 여유로운 마을에 자전거를 타고 우편을 배달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그려져서 흐뭇했습니다. 이 시에서 느껴지는 경쾌하면서도 한적한 특유의 속도와 '페달은 밟으라고 있는 거예요'부터 이어지는 위로의 말들이 너무 좋았던 시였습니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딱 적당한 자전거 속도로, 때론 구름을 보며 견디고, 차가 오면 비켜주며어디든 갈 수 있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 싶네요 ㅎㅎ


연해
와, 이 시는 읽으면서 계속 기분 좋은 웃음이 납니다. @으른 님 말씀처럼 정말 경쾌해요. 약간 코미디 같기도 하고요?
"왜 어른들은 언제나 슬픈거죠? / 어릴 때 너무 웃어서 그래, 하하"라는 문장에서는 진심으로 빵 터졌답니다. 그렇구나, 어릴 때 많이 웃어서 그렇구나(끄덕끄덕).
저는 "페달은 밟으라고 있는 거예요"라는 문장이 약간 소리치는 느낌처럼 읽혔어요.
"아이고, 이 답답 한 사람아! 페달은 밟으라고 있는 거지, 밟아! 밟으라고!" 약간 요런 느낌? 쓰고 보니 너무 다그치는 것 같은데(ㅋ), 유쾌한 느낌이었답니다.
@으른 님의 마지막 문장도 너무 좋네요.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싶어집니다:)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