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필사 좋아하세요?

D-29
오늘도 조온윤의 시입니다. 헌혈을 하며 직선과 곡선, 원주율을 떠올리며 ‘둥글게 둥글게~’ 같은 노래를 연상시키는 생각을 하는 시인이 착하지만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상냥한 사람이 되기까지 고통스러웠을 수도 있다’는 문장에서 가늠해 봅니다. 제가 시집 수록작 중 제일 먼저 마음에 담았던 시예요.
햇볕 쬐기창비시선 470권. 조온윤 시인의 첫 시집. 삶을 향한 사려 깊은 연민과 꾸밈없어 더욱 미더운 언어로 온화한 서정의 시 세계를 보여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어둠을 빛 쪽으로 악착같이 밀며 가는 시편들을 통해 세계 속 선함의 자리를 한뼘 더 넓히고자 한다.
이번 시도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섬세하게 느껴집니다. 헌혈에 담는 마음이 참 깊어요. 저는 빈혈이 심해 헌혈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상처를 솜으로 막아 피를 굳게 하는 동안엔 / 모두가 조금씩만 아파주면 / 한 사람은 아프지 않을 수도 있지 않냐고"라는 문장이 유독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바람ㅎㅈ 님이 제일 먼저 마음에 담았던 시라고 하시니, 더 친근하게 읽힙니다. 그리고 이 시는 저도 필사해서 제 연인에게 선물로 전해주고 싶어졌어요. 제 연인은 저와 달리 아주 건강한(?) 사람이라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고 있는데, 한 번은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헌혈의 종류(전혈, 혈소판, 혈장 등)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 다르다는 것도 처음 알았죠. 좋은 시 필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웬일인지 병원 가는 날이 끊이지 않네요. 얼마 전 시어머니의 병원 투어로 양평에서 구리, 구리에서 광화문, 광화문에서 강남까지 대장정을 마치고 왔는데. 어제는 제 도수치료로 오전에 방문했던 정형외과를 오후에 또 가게 됐어요. 아이가 배드민턴을 치다가 넘어지면서 발목을 삐었다고 전화가 와서 헐레벌떡 뛰어나갔네요. 근데 병원에서 느닷없이 필라테스 선생님도 만나고 ㅎㅎㅎㅎ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행복입니다.
에고ㅠㅠ 하뭇님, 지난번에 시어머님 병원 투어를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여기저기 대장정이었군요. 이번에는 하뭇님의 도수치료에 자녀분의 발목까지ㅠㅠ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행복입니다."라는 말씀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집니다. 저도 일단 몸이 아프면 만사가 다 귀찮고 싫어지더라고요. 하뭇님과 곁에 계신 소중한 분들 모두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더 큰 일이 생겼어요. 와... 오늘 병원은 그저 아이의 구강 검진과 스케일링일 뿐이었는데, 치과에서 엑스레이 찍어보니 아이의 잇몸 안의 이 상태가 매우매우 심각.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서나 보던 이 상태를 제 아이에게서 볼 줄은 몰랐네요. 온 가족이 심란해졌어요. 수술에 교정에.... 몇 년은 걸릴 것 같은데. 애는 얼마나 힘들고 아플거며...ㅠㅜ 너무 속상하네요
아이고ㅠㅠ 어떤 위로의 말씀을 감히 어떻게 드려야 할지 너무나 심각한 일이네요. 제 주변에도 치과 치료에 큰돈 쓰시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제 또래도 그렇고, 더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도요. 수술에 교정에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린다니... 자녀분도 너무 고생 많으실 것 같아요. 속상한 그 마음에 힘내시라는 말을 건네기조차 조심스럽지만, 가족분들과 부디 이 시기를 잘 견뎌내시길 바랄게요.
칼릴 리브란 하면 자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이 줄줄 외워질 정도로 유명한데 의외로 다른 시는 잘 몰랐어요.😅
오, 저는 하뭇님 덕분에 이분을 처음 알았습니다. 찾아보니 《예언자》라는 책이 굉장히 유명하네요. 20세기에 영어로 출간된 책 가운데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된다고. 기쁨과 슬픔이 결국은 같은 것이라는 걸, 의미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이 글을 가만히 읽다가 조금 뜬금없는 예시도 하나 떠올랐는데요. 좋아하는 상대가 생기면 처음에는 장점으로 보였던 것이 나중에는 단점이 된다고. 그렇다면 이건 상대가 변한 것인지, 상대를 바라보는 내가 변한 것인지...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제 마음도요).
도시마다 위대한 유적 같은 성을 하나씩 지니고 있지. 오늘 어리석은 이들끼리 성문을 통과하지. 더 외로운 이들이 문지기가 되고, 어떠한 손금도 금방 낡은 지도가 되는 이곳에서 그래도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니 이상하지. 이상한 돌림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빛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으며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빛의 광장」 부분, 주민현 지음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첫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주민현 시인의 두번째 시집. 우리의 일상에 스미고 새겨진 항상적 재난의 이야기들, 각기 다른 존재자들의 고통을 평평하고 납작하게 만드는 거대 서사에 맞서 올록볼록 솟아나는 작은 이야기들이 조밀하게 담겨 있다.
시요일에서 읽은 오늘의 시입니다! 주민현 시인 시 몇 편 읽었는데 좋아서 시집도 찾아보려고요 ㅎㅎ
오,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라니, 시집 제목도 너무 좋네요. 주민현 시인님도 처음 알았습니다. 남겨주신 문장 중에 "더 외로운 이들이 문지기가 되고"라는 문장이 유독 슬프게 느껴졌어요.
오늘의 시는 <신중하게>라는 시입니다. 저는 작은 것 하나도 신중하게 고르고 다듬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조심스럽고 머뭇거림이 많은 신중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만 시에서 말하듯 숨을 쉬는 것마저 신중하고 싶지는 않아요(허허). 호흡기가 답답할 것 같아서요. 천천히 편안하게 들숨 날숨을 반복하겠습니다. 신중하게 눈을 뜨고 감는 것, 신중하게 밥을 먹는 것, 일요일 저녁을 신중하게 흘려보내는 것, 찾아오는 월요일을 신중하게 목격하는 것. 이 시를 읽고 필사하면서 삶을 더 밀도 있게 만들어주는 신중함을 일상 곳곳에 넣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얼마 전, 필사방에서 제가 이 질문을 했었죠. 여러분은 요즘 무엇을 많이 보고 계신 지를요. 저는 그 질문에 하늘이라고 답하고 싶었어요. 요즘따라 유난히 맑은 하늘이 자꾸만 보고 싶어져요. 낮에는 햇볕이 너무 쨍해서 올려다보기 힘들지만, 아침에 해가 뜨는 광경을 천천히 올려다봅니다. 퇴근길에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또 어찌나 좋은지요. 오늘 필사한 시의 제목처럼 이 모든 과정을 '신중하게' 지속하고 싶어집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뒤로 이어질 수많은 날들도요.
'놀랄 만큼 신중하게 찾아오는 월요일..' 아........ 월요일을 월요병으로 한 주 시작을 힘겹게 하는 원흉으로 치부했는데.. 보니.. 월요일은 토.일의 쉼을 견뎌내고 정말로 '놀랄 만큼 신중히' 찾아오는 거였네요.. 앞으로 월요일을 맞는 마음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오~ 표현이 굉장히 맘에 듭니다~ ^^bb
저도 놀랄 만큼 신중하게 찾아오는 월요일을 목격한다는 표현이 귀엽고 좋았는데요. 한 주 시작을 힘겹게 하는 원흉으로 치부하셨다는 @GoHo 님 말씀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토, 일의 쉼을 견뎌내고 놀랄 만큼 신중히 다가오는 요일이었네요(다시 또 웃음이).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라 월요병을 극복하는 방법을 여기저기서 듣고, 실천해 봤지만 그냥 흘러가듯이 받아들이는 게 제일 마음 편하더라고요. 하지만 이제는 매우 신중한 마음가짐으로다가...(진지합니다)
" 400점 만점 수능 시험, 저는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었지만 88점을 받았습니다. 사람도 삶도 여전히 답을 알아맞히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88편의 글을 용기 내어 담아봅니다 . " / 저자
별의 길 - 양세형 시집코미디언 양세형의 첫 시집 『별의 길』(이야기장수)이 출간되었다. 언뜻 의외의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람들을 웃겨주는 이 코미디언과 시의 만남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 서점에 들렀다가 유독 한적한 시 코너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는 그는 이제 오랫동안 써왔던 자작시들을 엮어 첫 시집을 내놓는다.
오잉? 작가 소개를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양세형님도 시집을 내셨군요! 400점 만점의 수능시험에서 88점을 맞으셨...(쿨럭) 사람들이 시를 어려워하지 않고 가까이하며 읽고 쓰고 아껴주기를 바란다는 소개 글도 인상 깊네요. 재미있는 사람인 줄만 알았더니, 글도 참 생동감 있게 잘 쓰시네요. 바람에게 깊은 숨결을 불어넣어 준 것만 같았어요.
안미옥 시인의 <매일의 양파>입니다. 전에 읽은 <네가 태어나기 전에>보단 덜 난해하지만 여전히 헷갈리는 시입니다. 화자 매일을 새로운 생각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생각만으로는 그저 쳇바퀴를 돌듯 원래 하던 생각을 계속합니다. 그래서 원래의 생각이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말해 메아리가 들리지 못하게 하고, 매일 새로운 저녁 그 자체를 자신의 마음에 들이며 새롭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의 화자는 멈추지 않는 생각 속에서 없어지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네요.
창비시선 408권.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안미옥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인은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맨살 같은 언어로 맞이하는 시적 환대”의 세계를 펼친다.
저도 안미옥 시인님의 시를 필사하면서 계속 느껴왔지만, 정말 난해했어요. 하지만 좋았죠. <매일의 양파>라는 시도 그렇네요. 시의 내용만 봐서는 양파와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문장을 하나하나 따로 놓고 보면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아스파탐님의 감상까지 읽으니 생각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장이 가장 좋았는데요. "팔을 쭉 뻗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연해져야 했다" 네네, 제 닉네임이 들어가서 좋았던 건 아니고(ㅋ),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가지라는 의미처럼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리고 퀴즈를 하나 내봅니다. 어제 출근길에 마주쳤는데요. 이건 무얼까요?
파꽃 말린 것 같은데요~~ ^^;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북다/책 나눔] 《잠보의 사랑(달달북다12)》 함께 읽어요!<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책 증정] <그 남자는 책을 읽었다> 편집자와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권혜영 작가님이랑_7월 2일 수요일 저녁 7시 (라이브 채팅)
[북다] 《애정망상》 권혜영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7/2)
인터뷰 ; 누군가를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그믐클래식] 1월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7월 23일 그믐밤 낭독은 <리어 왕>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수북탐독을 사랑하셨던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우리가 몰랐던 냉전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댓글로 쌓아올린 세포, 아니 서평들
작별하지 않는다도시의 마음불안세대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김영사/책증정] ★편집자와 함께 읽기★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개정증보판》[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1인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와 책읽기[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8) [제발트 읽기] 『이민자들』 같이 읽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문풍북클럽의 뒷북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문풍북클럽] 6월 : 한 달간 시집 한 권 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5월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4월의 책 <예술도둑>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