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ㅎㅈ 님의 삶보다 더 큰 시는 없다는 말씀이 넘 좋습니다! 인사이드아웃 2 어서 보고 싶어요 ㅎㅎ 전작보다도 더 좋았다는 평이 꽤 보이더라고요 ㅎㅎ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
D-29

bookulove

거북별85
혜심은 아이들을 좋아한다기보단 가르치는 걸 즐겼다. 어리고 유연한 존재에게 숫자와 글자를 알려주고 셈을 가르치고 실수를 하나하나 고쳐나가며 단정한 아이로 자라나게 돕는 일이 좋았다.
공부방이라는 단어에서 엄마들이 기대한 건 공부보다는 아무래도 '방'인 것 같았다. 점점 공부방이 보육의 장으로 변해가면서 혜심의 교사로서의 장점은 누군가가 뒤에서 수군거릴 만한 단점으로 꼽히기 시작했다. 혜심은 아이들을 무조건 보듬는 대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예절을 중요시했다. 공부방에서 공부 다음으로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것이 있다면 그 건 작은 사회 속에서 예의와 규칙을 지키는 일이라고 혜심은 믿었다. 그러나 그녀는 교육 시장에서는 원칙주의자가 환대 받지 않는다는 걸 미처 몰랐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피아노- 손원평>


거북별85
월급 사실주의 동인의 두번째 책이다. 한국사회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 시대의 노동에 관해 책을 쓴다는 생각에 환영하고 지지한다. 그리고 책을 종합과자 선물세트에서 골라먹듯 읽고 있다(궁금한 직종과 좋아하는 작가님 순서대로).^^ 첫번째와는 다른 작가님들이 참여해주셨는데 손원평 작가님의 피아노를 오전에 잠깐 읽었는데 역시! 라는 감탄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독자를 그 소설 속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잡아 끄는 능력이 탁월하시다.
난 교육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교육 역할에 관심이 무척 많은 편이다. 왠지 불평등이 심화되는 구조에서 그나마 계층간의 이동이 가능할 수 있는 사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아노의 공부방에서 혜심의 마음과 좌절이 너무 마음 아팠다. 교육을 하고 싶어하는 혜심에게 공부방이라는 장소는 사회 속의 예의와 규칙보다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눈치를 더 보아야 하는 곳이 되었다.
시를 쓰는 곳인데 소설을 잔뜩 올렸지만... 좋은 글들은 같은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연해
아니, 이 책은!
저도 손원평 작가님의 <피아노>를 읽으면서 여러모로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공부방을 열면서 혜심이 기대했던 무언가가 현실에 치여 하나하나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마음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결말은 훈훈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준용이와 회복된 관계, 피아노를 버리지 않겠다 다짐하는 마음 등이요. 혜심은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딜 가서도 잘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도 느껴졌고요.
근데 책을 종합과자 선물세트에서 골라 먹듯 읽으신다는 말씀 왜 이렇게 귀엽죠. 생각해 보니 저는 단편집을 읽을 때마다 정석처럼 순서대로 읽었던 것 같아요(참 재미없는 사람, 하핫). 그래도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2023』은 장강명 작가님 단편을 맨 마지막에 봤더랬죠. 원래 가장 맛있는 건 맨 나중에 먹어야... (비유가 왜 이래ㅠㅠ) 이번 필사는 평소보다 글씨체가 더 정갈하신 것 같다는 말씀도 살포시 드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