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심은 아이들을 좋아한다기보단 가르치는 걸 즐겼다. 어리고 유연한 존재에게 숫자와 글자를 알려주고 셈을 가르치고 실수를 하나하나 고쳐나가며 단정한 아이로 자라나게 돕는 일이 좋았다.
공부방이라는 단어에서 엄마들이 기대한 건 공부보다는 아무래도 '방'인 것 같았다. 점점 공부방이 보육의 장으로 변해가면서 혜심의 교사로서의 장점은 누군가가 뒤에서 수군거릴 만한 단점으로 꼽히기 시작했다. 혜심은 아이들을 무조건 보듬는 대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예절을 중요시했다. 공부방에서 공부 다음으로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작은 사회 속에서 예의와 규칙을 지키는 일이라고 혜심은 믿었다. 그러나 그녀는 교육 시장에서는 원칙주의자가 환대 받지 않는다는 걸 미처 몰랐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피아노- 손원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