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는 반려동물이 없는 저에게도 굉장히 와닿는 시입니다. 밍구님의 잠정적 결론과 지금의 바람에 대한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요.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고양이도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라는 문장이 너무 아립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아끼는 사람들보다는 제가 먼저였으면 해요. 그들의 부재를 오롯이 견딜 자신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남겨지는 것보다 떠나는 걸 택하는 게 대체로 그동안 제가 취했던 방식이기도 했고, 조금 다른 얘기로 이별을 통보하는 것도 늘 제쪽이었죠.
그럼에도 동시에 고통 없이 떠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감사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너무나 조심스럽고 생각이 깊어지는 주제네요.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
D-29

연해

바람ㅎㅈ
저도 남편한테(저보다 연상) 나보다 빨리 죽으면 안된다고 밤마다 얘기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요. 옥시토신 호르몬이 남성의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저는 매일 뽀뽀6초, 포옹20초 남편 장수 프로젝트를 개시했습니다. ㅋㅋ 아니면 반대로 제 수명 줄이기를 위한 단명 프로젝트도 해야 동시에 세상을 뜰 수 있으려나요. 이런 생각할 바엔 살아있는 동안 좋은 추억 많이 만드는게 최고 같기는 해요.

연해
옴마야, 뽀뽀 6초, 포옹 20초의 남편 장수 프로젝트라니! 너무 낭만적이네요. @바람ㅎㅈ 님. 제 기분이 덩달아 몽글몽글... 해지려고 했는데, 갑자기 단명 프로젝트라뇨, 동시에 세상을 뜰 수 있다뇨ㅋㅋㅋㅋ 다 된 로맨스에 스릴러 뿌리기. 확 바뀐 장르에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두 분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만수무강하시고요! (응?)

박소해
드디어 참여해 봅니다...


연해
앗! 안녕하세요. @박소해 님!
첫 필사라니, 정말 정말 감사하고 환영합니다:)
필사해 주신 시는 제가 처음 접해보는 시인데요.
"음지식물이 처음부터 음지식물은 아니었을 것이다."라는 첫 문장부터 강렬한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음지식물을 인간의 모습에 비유해 결국은 인간 또한 자연에 속하는 존재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고요. 무력해지기보다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상황들이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낙관의 자세로 삶을 바라보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박소해
유난히 힘들었던 날 제 마음에 들어왔던 시인데요, 같이 나누고 싶어서 필사를 해봤습니다. :-)
GoHo
'그늘을 견디는 연습'
그늘진 여운이 자꾸 들여다 보게 하네요..

bookulove
“ 네 속을 열어보고 싶어
그 안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고 싶어
쌀알처럼 무수한 빛으로 가득 채워주고 싶어
네가 고개를 들 때마다 들리겠지 물결에 부딪는 자갈 소리처럼
나의 반쪽은
나의 반쪽을 미워할 줄 모르니까 ”
『햇볕 쬐기』 「반려식물」 부분, 조온윤 지음

햇볕 쬐기창비시선 470권. 조온윤 시인의 첫 시집. 삶을 향한 사려 깊은 연민과 꾸밈없어 더욱 미더운 언어로 온화한 서정의 시 세계를 보여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어둠을 빛 쪽으로 악착같이 밀며 가는 시편들을 통해 세계 속 선함의 자리를 한뼘 더 넓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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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ulove
@바람ㅎㅈ 님 필사 보고 시요일에서 다시 읽어본 시입니다. 안희연 시인이 시집 뒤표지 글을 적었단 이유만으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햇볕 쬐기창비시선 470권. 조온윤 시인의 첫 시집. 삶을 향한 사려 깊은 연민과 꾸밈없어 더욱 미더운 언어로 온화한 서정의 시 세계를 보여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어둠을 빛 쪽으로 악착같이 밀며 가는 시편들을 통해 세계 속 선함의 자리를 한뼘 더 넓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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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ㅎㅈ
2년 전에 이 시집을 읽었는데요, 그 때 쓴 기록에 ‘봄날의 햇살’같은 시라고 적어뒀었네요. bookulove님께도 좋은 만남일 수 있길요. 조시인님은 정말 시의 화자처럼 수줍으면 서도 나누는 분이셨습니다. 뒷얘기는 내일 필사에 붙일게요.

거북별85
<시치미 떼 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 고 정 순-
사실 내게는 몇 가지 초라한 능력이 있어요. 내다 팔아도 500원도 받지 못할 능력이죠
태양이 정수리에서 스카이콩콩을 타는 무더운 여름날, 열 일곱 살 나는 음악실에 앉아 있었어요.
당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문득 생각났어요. "너처럼 성실한 사람이라면 긴 여행을 견딜 수 있을거다!"
가난이 생활 곳곳에 습기처럼 배어 있던 유년의 어느 날, 지금의 나보다 젊은 엄마의 등이 보여요.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모든 세간살이가 나를 향해 손짓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일랑 집어치우고 자기들하고 놀자고 말이야. 나의 집중력은 오늘도 고작 까치발 신세야. 비싼 커피값은 무능한 작가의 기회비용이란걸 이제 알겠지? 그래도 나, 아직 이 짓을 계속하고 싶어. 내게 새처럼 부리가 있다면 주어진 시간을 잘게 쪼개어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 자잘하게 부서진 조각들을 모아서 주고 싶어. 나처럼 울고 웃는 누군가에게 말이야.
누구처럼 잘 팔리는 그림책을 만들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어요. 나는 화가 날 만도 한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더라구요. 그림책 안에서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그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구나, 속으로 살짝 비웃었죠.




거북별85
지난 주에 만난 그림책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처음 알게 된 작가님인데 이런 분을 이제서야 알다니! 라는 생각에 좀 죄송했다. '세상에는 아직도 훌륭하고 좋은 작가님들이 정말 많이 계시는구나'란 생각이 또 한번 들었다.
자가면역질환으로 오랫동안 힘들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그림책에 대한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못하고 묵묵히 가시는 분이셨다. 같이 북토크를 들은 딸친구 엄마가 이렇게 힘드신데 왜 이길을 계속 가시나요? 라는 질문을 했는데, 어느 순간 이런 질문들이 작가님들에게 얼마나 무의미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왠지 범인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까?
가끔 나도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낮으신 작가님들을 봬면 안타까운 마음에 잘 팔리는 책을 써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또한 좀 무례한 생각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과 작가님을 또 알게 되어 귀한 시간이었다. 요즘같은 열악한 출판시장에서 이 안에서도 더 열악한 그림책을 고수하며 묵묵히 '인디언 기우제'처럼 이 길을 가시겠다는 말씀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연해
@거북별85 님 덕분에 이렇게 또 한 분의 좋은 작가님을 알아갑니다.
찾아보니 이 책 외에도 다른 책들을 많이 집필하셨네요!
"그래도 나, 아직 이 짓을 계속하고 싶어. 내게 새처럼 부리가 있다면 주어진 시간을 잘게 쪼개어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라는 문장에서 작가님의 진심이 느껴져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낮으신 작가님들을 뵐 때면 저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 올라와요. 이렇게 좋은 글을, 이토록 정성스럽게 쓰시는데 왜 세상은 이런 분들을 알아보지 못할까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분들의 마음속에는 세상의 반짝거림보다 더 중요한 마음이 있더라고요. 그 진솔한 마음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고정순이 때때로 거칠고 무례했고, 가끔은 다정했던 삶을 통과하며 모은 이야기들을 슬픔과 기쁨,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글이다. 그녀의 글에선 흉내 낼 수 없는 그녀만의 향기가 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향기를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정순이란 장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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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른
그리 어렵지 않은, 간단한 시인데 너무 좋네요.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좋아서 필사를 하며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답니다. 선운사에 가면 이런 간단하고 쉬우면서도 멋있는 그런 시를 쓸 수 있는 것인지... 선운사에 가보고 싶네요.


연해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라는 문장에 너무나 공감합니다. 봄꽃들이 특히 그래요. 꽃놀이를 가려다가도 시기를 잘못 맞춰 집 근처 꽃들로 눈을 가득 채우곤 했죠(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만요).
"잊는 것 또한 그렇게 / 순간이면 좋겠네"라는 문장과 "잊는 건 한참이더군"이라는 문장이 유독 마음에 콕 박힙니다. 좋은 기억은 오래 간직하고, 아픈 기억은 금방 잊어버리고 싶은데, 왜 항상 이 두 기억은 반대로 기억되는지.
이 시를 읽고 올해 템플스테이를 선운사로 가볼까 하면서 검색했는데, 전북 고창군이 나왔네요. 제가 살고 있는 곳과 많이 먼 곳이라 그저 웃습니다(허허). 집 앞에 있는 화계사를 다녀오고 싶어지네요(쿨럭).

바람ㅎㅈ
모르는 행성의 푸른 울타리가 되어주면서 언제나 우리는 주변이 되어주자 다짐하면서
『햇볕 쬐기』 주변인 중, p.78, 조온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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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ㅎㅈ
토성의 고리가 행성을 둘러 강강술래하며 울타리가 되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린 시입니다. 주변에서 보호막이 되자고 다짐하는데 어느새 모인 먼지가 토양이 되고 나무가지가 되어 새의 중력으로 작용하다니 얼마나 멋진 변화인지!


햇볕 쬐기창비시선 470권. 조온윤 시인의 첫 시집. 삶을 향한 사려 깊은 연민과 꾸밈없어 더욱 미더운 언어로 온화한 서정의 시 세계를 보여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어둠을 빛 쪽으로 악착같이 밀며 가는 시편들을 통해 세계 속 선함의 자리를 한뼘 더 넓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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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조온윤 시인님의 시는 계속해서 느껴왔지만 이번에도 참 따스합니다. 손을 잡고 띠를 만들어 중력의 주위를 둘러싸고 강강술래를 도는 모습을 가만히 상상해 봤어요.
"언제나 우리는 주변이 되어 주자 다짐하면서"라는 문장에 마음이 녹아내리기도 했고요.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시의 문장들입니다. 곁에 있는 이들이 화자와 함께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이 단단한 연결고리처럼 아름답고 든든하게 여겨집니다. 멋진 변화라는 @바람ㅎㅈ 님의 말씀도 정말 좋네요.
GoHo
착함..이 묻어나는 글..


연해
짧고 귀여운 시네요. 공처럼 툭 튕겨 준다는 표현이 특히 귀여워요. 바다와 해가 친근한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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