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엔 질문보다 의문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쓴다. 질문은 나의 삶과 무관하게 할 수 있다. 호기심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의문은 나의 삶을 걸지 않고는 할 수 없다. 나와 무관한 방식으로는 어떤 의문도 가질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시에서 필요한 것은 계속되는 의문 아닐지. ”
『힌트 없음』 에세이 : 후추 (p.106), 안미옥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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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ulove
저는 이 부분이 좋더라고요!
연해
오늘의 시는 <근처>라는 시입니다. 이번에도 어떤 의미에서 근처일까 고민고민하면서 몇 번을 다시 읽어봤는데요. 근처에 닿을 듯 말 듯 한 상황들을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언제 나을지 알 수가 없는데 어느 날엔가 나을 것 같고, 매번 깨지 말아야 할 장면에서 깨어나고,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왜 안 되냐는 질문으로 돌아오기도 하면서, 그 근처를 계속 맴돌고 있는 게 아닐까. 아주 근처까지는 왔지만 다 오지는 못한 애매함이 있는 게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제 개인적인 일들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저는 보통 애매한 상황을 잘 못 견디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참아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곤 합니다.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거의 다 온 것 같다고 말이죠. 그럼에도 보류하고 있는 어떤 일들은 계속 보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건 제가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기도 하니까요. 모호한 문장만 줄줄 나열하고 있는 느낌인데, 제 주위에 산재되어 있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불쑥 떠올라 더 횡설수설하는 듯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시는 참 신기합니다. 처음에는 시의 감상을 가만히 적어내려가다 어느 순간 제 삶의 이야기로 파고들어요. 시와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가 되어가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또 여기저기 얽혀있기도 한, 저만 아는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오늘은 5월의 마지막 수요일입니다. 새벽 공기는 여전히 선선하네요. 다들 오늘 하루도 무탈하시길 바라요:)
bookulove
나를 돌보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어쩌면 우리가 가장 소홀히 하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근처’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네요 ㅎㅎ
연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이 힘든지도 모르고 열심히 달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힘이 쫙 빠지면서 주저앉아버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다 정작 스스로를 돌보지 못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 또한 '근처'라는 단어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GoHo
'그믐'을 통한 6월 독서 모임에서 읽게 될 책이 도착하여..
한때는 전국 팔도에 편지 친구가 있었던 편지 덕후..
Y2K 밀레니엄 버그.. 세기말.. 뒤숭숭.. 하던..
2000년 1월 1일이 시작되기 전.. 세기 말 1999년 12월 말..
전화번호부에서 선정한 주소에 무작위 번지수를 보태..
전국 각도 각 2곳에 새천년 새해 인사 편지를 날렸더랬습니다..
스무 통 가까이 보낸 편지 중에 혹여 답장을 보내오는 이가 있을까..
한 통도 반송되어 오지 않았지만.. 한 통의 답장 또한 없었다는..
슬픈 세기말 편지 사건.. ㅎ
혹시.. 여기 어딘가..
1999년 세기 말.. Y2K 새천년 시작을 뒤숭숭하게 맞이하며..
어울리지 않는 멋진 새해 인사 편지를 받으신 분??? ^^;
연해
오, @GoHo 님 [편지 가게 글월] 모임 신청하셨군요! 생생하게 담아주신 세기말의 풍경이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답니다(재치있는 문장들 덕분에 웃음이 나기도 했고요). 저는 세기말의 편지를 보낸 적은 없었지만, 문득 궁금하네요.
이 공간에 계실 것인가!
필사해 주신 편지도 너무 좋네요. 개인적으로는 "전화도 문자도 못하면서 편지지에는 늘 쓸 말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라는 문장에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저도 손편지 참 좋아하고, 쓰는 것도 좋아하는데, 쓰다 보면 한없이 길어지고 진지해지더라고요. 아날로그 감성 여전히 애정합니다:)
새벽서가
<시와 산책>, 오늘 마무리했습니다.
연해
완독완필(?)을 너무 축하드립니다. @새벽서가 님
새벽서가님이 필사해 주신 문장들을 읽으면서 저도 『시와 산책』의 문장들을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마지막 필사에 담긴 "저녁은 그렇게, 시를 읽는 나와 함께 늙어간다"라는 문장을 제 마음에도 담으면서, 오늘 저녁도 시와 함께 해야겠어요:)
다음에는 어떤 책을 필사하실지도 궁금궁금합니다.
천천히 설레는 마음으로 새롭게 골라오실 시집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새벽서가
시집이 아닌 소설을 가져왔는데 괜찮죠?
연해
그럼요. 당연히 괜찮죠:)
이곳은 관공서적 용어로다가 말씀드리자면...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에 가깝습니다(허허). 마음껏 하고 싶은 책으로 고르시어요.
거북별85
하루키 작품에 초보라 살짝 영화소개 프로같은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작품이 방대하고 유명하신 작가분들 작품은 수영초보가 망망대해에 뛰어드는 기분같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런기분이 듭니다 왠지 튜브라도 안고 뛰어들어야 힘껏 헤엄쳐도 제자리만 빙빙 돌지 않을거 같은~~
그래서 독자들과 전달력이 좋으시면서 작품의 깊이도 있으신 작품을 읽다보면 햇살 좋은 물가에서 편안하게 노는 기분인데, 고전문학등은 아직도 독서내공이 꽤 부족한지 작품해설집을 찾게 되는(하루키 작품도 너무 많아서, 골라 읽어야 할듯)~
오랫만에 들어왔는데 연해님의 세심하고 따뜻한 소통의 강점이 뿜뿜하는 방입니다^^ 눈팅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연해
오, 이 책도 처음 알았어요!
'15년의 아카이빙, 하루키를 이해하는 40가지 키워드'라는 부제가 인상 깊네요. 이 책의 작가님 소개도요. 하루키를 정말로,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게 느껴지는 소개였어요.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많이 읽어보지 못 했어요. 그래서 거북별님이 말씀하시는 "수영 초보가 망망대해에 뛰어드는 기분"을 매우 공감합니다. 작품 해설집을 찾아 읽으신다는 말씀도요.
커미트 먼트에 대한 하루키의 정의도 인상 깊어요. 단순히 서로를 이해하며 손을 맞잡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우물을 파고 내려가 그 밑바닥에서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벽을 넘어서 이어진다는. 뭔가 더 깊고 단단한 관계를 구축해야만 가능할 것 같은 묵직한 기분도 드네요. 그리고 이 글을 읽다가 '옴진리교'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모르는 게 너무 많네요, 저).
카프카의 문장도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워요. 제 지인 중에도 카프카의 저 문장을 모토로 독서를 하는 분이 계신데요(자신의 머리를 깨기 위해 독서를 하신다고). 그분 생각도 나고 여러모로 이 책에는 하루키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도 담겨있는 것 같아 더 흥미롭네요.
"따뜻한 소통의 강점이 뿜뿜하는 방"이라는 말씀도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이 방에 계신 분들이 서로 함께 소통하며 필사하고 계신 것 같아 너무 즐거워요:)
하루키를 만나다 - 15년의 아카이빙, 하루키를 이해하는 40가지 키워드2003년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하루키스트가 된 작가가 지난 15년간 전 세계에서 진행된 하루키의 인터뷰 230여 편, 논문 30여 편을 찾아서 읽고 40개의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였다. [일상], [음식], [작가], [작품], [작품 해석]까지 다섯 가지 카테고리 아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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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방대 한 지식과 장문의 섬세한 답글에 또 놀라고 있습니다^^
첨 뵐 때부터 느꼈는데 대단하세요^^
그리고 '슬램덩크'와 '옴진리교' 사건을 모르신다니 그 부분도 신기합니다^^
이 당시에는 2020년대 BTS처럼 너무너무 유명한 시건과 문화였거든요~ 다른 시대를 산듯 하지만 이렇게 소통과 공감이 잘 되는것도 너무 신기하고 즐겁네요^^
아마 한지붕 아래 혈육과도 소통이 힘든 분들이 꽤 많으실텐데 요~~ 감사한 공간입니다^^
장맥주
옴진리교 모르신다는 말씀에서 저도 움찔했지 뭡니까. ^^
옴진리교도 지나간 이야기가 됐고, 이제 젊은 분들은 모르시는구나 하고요.
조금 있으면 서태지가 누군가요 할 세대도 등장하겠지요?
거북별85
ㅎㅎ 저두 그 분 언급하려다가(혹시 서당다녔나는 소리들을까봐~) ~~^^;;
사담이지만 얼마 전에 옛날 서태지의 93년도 공연이 유튜브에 돌아다녀 본적이 있는데, 당시 그 영상 속 사람들은 모두 93년도 사람들이 맞는데 서태지만 2020년대에도 어색하지않은 모습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신기해하며 딸들과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2020년대 사람이 타임머신타고 30년전 과거로 돌아간 것 처럼)
가끔 예술가들 중에 시대를 아우르는 분들이 있는데 그 정도에 이르러야 그 분야의 별이 되는가 싶더라구요~
전 나이들수록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때 영화를 보면 저런 어린 나이에 저정도의 외모와 연기력을 모두 가질 수 있나 신기하더라구요 가끔 미남배우들 중에 외모가 너무 뛰어나면 그의 연기력이 오히려 인정 받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것 같던데~ 그런 분들은 나이들어 외모가 무너져야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거 같기도 하구~연기파 배우라고 하면 외모는 아니라는 말인지 그 단어의 의미도 살짝 궁금해지더라구요~^^;;
장맥주
서당에서 사서삼경 다 같이 외우다가 쉬는 시간에 서태지 노래 열심히 불렀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6.25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정신없었죠. 해외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랑 캐서린 햅번이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켰고...
연해
으앗,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거북별85 님.
저도 이 공간에서는 세대를 떠나 책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없이 기쁘고 충만한 마음이에요.
다만 제가 옴진리교를 모르는 건 단순히 세대의 차이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가 유명한 사건과 문화에 좀 더딘(무지한) 편이기도 하고, 사실 정말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저는 BTS도 잘 몰라요(이 방에 팬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그분들이 존재한다는 정도만 알지 멤버들 이름, 나이, 인원, 생김새 기타 등등. 제 옆을 지나가셔도 아마 모를 겁니다(허허). 하지만 저희에게는 책이 있기에 이렇게 연결고리가 닿아있는 것 같아요:)
아스파탐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나희덕 시인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적어 봤습니다.
제목은 말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주변의 해변가가 조금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오고 화자를 거쳐 다시 나가는 풍경. 그 속에서 화자의 말 한 마리가 풀려 나갑니다.
마치 명상할 때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갈 때 생각도 같이 들 여오고 내보내는 것이 닮아 있었습니다.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문학과지성 시인선' 442권. 1989년 등단 이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 간명하고 절제된 형식으로 생명이 깃든 삶의 표정과 감각의 깊이에 집중해온 나희덕 시인이 <야생사과> 이후 5년 만에 펴낸 일곱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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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표제작이 등장했군요!
필사하신 시를 읽고, "수만의 말들이 돌아와 한 마리 말이 되어 사라지는 시간"이라는 문장이 어떤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아스파탐 님 말씀처럼 말들이 돌아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시간은 마치 밀물과 썰물을 나타내는 것 같네요. 명상에 대한 비유도 인상 깊고요. 눈을 감고 해변가에 앉아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있을 화자의 모습도 그려집니다.
여기에 하나 덧대어 글씨에 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이어 가보자면, 필체가 처음보다 훨씬(?) 반듯반듯 해지신 것 같아요! 물론 좋은 의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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